현대판 황금 송아지, 뉴에이지
뉴에이지는 우선 식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신흥 영성, 뉴에이지는 보이지 않는 운동의 여러 얼굴로 나타나는 다면적 형태를 띤다. 신학, 의학, 심리학, 사회학, 자연과학 등의 학문 분야에 걸쳐 있고, 때로는 정신 수양 운동으로, 혹은 환경 보호 운동의 모습으로, 극단적으로는 외계인 숭배 운동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뉴에이지는 그물망 곧 다단계 조직을 활용한다. 이들은 작은 집단으로 형태적 조직 없이 나타나며, 대부분은 대중 매체와 회의, 전화 통화, 유령 조직, 강연, 연수회 훈련 테이프 등을 통해 확산된다. 뉴에이지는 영화, 음악, 서적, 오락, 사이버 문화 등 대중문화 형태를 활용하기 때문에 식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뉴에이지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건강을 위한 치유 상품
뉴에이지는 과학적 언어를 사용하면서 현대화를 표방하는 대체 의학과 연계한 건강을 위한 치유 상품으로 나타난다. ‘사람을 속이는 영들의 가르침’이 영성, 치유, 건강 프로그램 등의 상품으로 위장하여 나타난다.
단일론적(monistic)이며 비인격적 존재론(impersonal ontology)
그리스도교 신앙과 영성은 삼위일체론과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의 일치로 나타나고 있지만, 뉴에이지는 단일적이고 비인격적이기에 복수의 다양성 안에서 일치가 아닌 절대 ‘나’ 아니면 절대 ‘너’를 추구하므로 다양성이 명백하게 고려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런 사상이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부추기고, 결국 공동체를 흔들어 무정부주의적 집단 이기주의 조직형태로 나아가는 데 위험이 있다.
절충혼합주의
그리스도교 신앙살이는 친교, 일치, 조화이다. 이러한 신앙살이는 누가 누구에게 먼저 요구하는 것이 아닌 사랑․용서․인내․희생의 선물로서, 다양성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하나로 일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뉴에이지는 하나 아니면 다양성만을 고집하기에 분리주의 형태 아니면 서로의 정체성을 파괴하여 적당히 섞어 혼합하여 괴물을 만들어 버린다. 그리스도교 신앙살이의 친교 영성이 비빔밥이라면 뉴에이지의 절충주의는 짬밥이다.
긍정주의
긍정주의는 물론 그리스도교 신앙살이에서도 강조되는 것이다. 다만 그리스도교 신앙살이에서 긍정주의는 교조화된 것이 아닌 비록 지금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종말론적 희망을 지니고 사는 것이다. 그러나 뉴에이지의 긍정주의는 악과 고통의 부재를 회피하고자 하는 이상주의이다. 이 때문에 죽음은 고통이므로 생명을 함부로 하여, 지난 세기말 현상에서 캐나다, 미국, 유럽 등에서 발생한 ‘천국 문(heaven’s gate) 사건’처럼 세상의 고통을 피해 집단 자살 사건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진화론적 시각
이러한 시각은 ‘도올’이 주장하고 있는, 세상 모든 것이 기(氣)로 이루어졌고 창조된 것이 아니라 본디 있는 그대로 존재해 왔다고 주장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뉴에이지도 시작이 없기에 끝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창조와 진화는 서로 대치되어야 할 것이 아닌 서로 보완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살이에서 창조냐 진화냐의 의미는 모든 것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진 신앙 고백이다. 그렇지만 뉴에이지는 그리스도교 하느님 곧 인격적이고 초월적인 창조의 신이면서 동시에 임마누엘의 하느님을 부정하면서, 자연 그 자체가 신이고 인간도 바로 신이며, 진화되는 과정에서 누구나 신이 될 수 있고 ‘모든 것은 하나’라는 범신론을 주장하고 있다.
심리학의 절대화
현대 심리학적인 연구를 토대로 해서 만들어진 도구가 상품화되어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주고 있다. 이런 심리학의 발달은 인간의 본질을 파헤쳐서 더 이상 변화 가능한 인간성을 부정하고 인간을 객관화하여 몇 가지 틀에 맞추어 규정한다. 심리학은 인간에 대한 분명한 과학적 분석으로 인간의 초자아까지도 밝혀내고 있다. 이 같은 신비로운 인간 존재에 대한 객관적․심리학적 분석 식별이 사람들에게 시원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타인 이해의 도구로 명백한 인간 분석이 가능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이용해 문제 해결도 보지만, 또한 부정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무기로 부메랑을 맞기도 한다. 에니어그램이 바로 대표적인 뉴에이지 심리 프로그램이다.
뉴에이지는 이렇게 여러 가지 영성과 이데올로기들의 혼합이다. 뉴에이지는 좋은 사상과 원리만을 모아 혼합하는 현대판 황금 송아지로 나타나고 있다.
뉴에이지는 모든 종교가 혼합된 영성 슈퍼마켓
뉴에이지는 불교 등 동양의 종교들을 미국에서 혼합적으로 영성주의화한 운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불교, 힌두교, 신비 마술 또는 밀교 전통을 혼합하여 만들어낸 것이다. 모든 것에 하느님이 현존한다는 범신론에 기초하면서 힌두교의 모든 인간 존재의 신성 차원 사상, 그리스도교의 사랑 계명, 불교의 비폭력 사상, 요가에서 심리 육체 훈련, 그룹 다이나믹에서 상호 인격적 통교의 가치, 초심리학(염력)에서 인간의 특별한 자질 능력, 여성학에서 가부장제의 모든 특별한 권위 형태에 대한 파괴, 자유주의 운동에서 분노 없는 삶의 추구, 환경사회주의에서 환경 보호 관심, 원시 종교 전통에서 위대한 어머니 여신 신화, 선택적 라이프스타일 운동에서 단순한 삶 살기 도전, 프랑스 혁명에서 평등․자유․형제애의 원리, 점성술에서 12궁이 특별한 시기를 결정한다는 믿음, 영성주의에서 죽음 이후 인간 존재의 지속성에 대한 믿음, 진화론에서 모든 존재들의 발전을 향해 나아가는 가능성 등이다. 뉴에이지는 이 모든 영성과 사상을 현실적인 비전 안으로 원리들을 혼합하였다. 곧 초기 그리스도교의 영지주의 사상, 인지학(anthroposophy), 신지학(theosophy), 수피즘(sufism), 자기 기억 기술, 동양의 신비, 밀교적 전통들, 심지어 양자 이론까지 혼합하고 있다. 생명 에너지(bioenergy), 신비 에너지(subtle energy), 전자기(electro-magnetic) 분야를 이용하여 물질과 영 사이의 상호 관련을 과학적 언어로 만들어낸다. 이와 같이 뉴에이지 영성은 정말로 영성 슈퍼마켓이다. 그리스도교 역사 안에서 이런 경향은 꾸준히 나타났다. 권위와 관계의 문제 사이에서 이런 문제는 동방 종교에서도 계속 나타나 왔다.
뉴에이지의 새로운 경향
물질적 재화와 자본주의의 신성화, 물질과 영성을 혼합(조화)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계속 나타날 것이다. 돈이 최고의 창조적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뉴에이지 전문 기업과 직업인이 발생할 것이다. 그룹 매니지먼트, 지도자 양성 파견 수입, 영성 상품 수퍼마켓이 등장할 것이다. 벌써 이러한 경향이 사회, 기업, 종교 등에서 나타났으며 계속 진행되고 있다.
내적 여행, 긍정적 사고로 인한 자신의 능력 발견,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종교들의 혼합을 통한 영지적 전승 전달, 영적 비전 등 이 모든 뉴에이지의 모습이 전 세계에 나아가 시스템과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여, 종교적․정치적․경제적․윤리적으로 강력한 힘을 형성해 나갈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하느님 체험과 헌신 봉사 없는 깨달음은 의미가 없다
자아 발견, 자기 실현, 최고의 의식 개발, 이 모든 것은 뉴에이지의 명상 기술과 같은 영적 훈련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뉴에이지는 늘 참 종교들의 도전을 받을 것이다. 인간들의 불안함과 그들 모든 생활에서 웰빙을 위한 기나긴 여정이 뉴에이지와 같은 새로운 구조와 사상들을 창조해 나감으로만 만족하게 되고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인간은 마음의 공간과 지평을 넓게 하기 위해서는 늘 궁극적 실재 하느님과 함께 모든 것과 모든 이를 끌어안아야 한다. 이는 사랑의 하느님 체험으로 가능한데, 그 길은 말씀과 영으로 기도하면서 이웃 안에서 사랑의 헌신 봉사로 드러나야 한다.
– 곽승룡 신부님 : 대전교구 사목기획국장
– 월간 『참 소중한 당신』 2005년 3월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