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엔세매스로 하여 베다니아에 오신다. 그들은 아다민산의 위험한 오솔길을 통하여 참으로 힘든 길을 걸어온 모양이다. 사도들은 숨이 차서 마치 사랑이 불 날개에 태워 모시고 가듯이 빨리 가시는 예수님을 따라 가기가 힘들다. 예수께서는 한 낱의 포근한 햇살을 받으시며 고개를 곧 세우시고 모두의 앞장을 서 가시며 환하게 웃으신다.
그들이 베다니아의 첫 번째 집들이 있는 곳에 이르기 전에 빈 구리물병을 들고 마을 근처의 샘으로 향해 가던 맨발의 소년이 그들을 본다. 그는 소리를 지르고 물병을 땅에 놓고 그 작은 다리로 있는 속력을 다 내서 마을 쪽으로 달려간다.
“저 애는 틀림없이 선생님이 오시는 것을 알리려고 갑니다.” 하고 유다 타대오가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가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물병까지도 내버려둔 어린 소년의 단호한… 결심을 보고 모두들처럼 빙그레 웃으면서 지적한다.
조금 높은 곳에 있는 샘 근처에서 이렇게 본 작은 도시는 사람이 살지 않는 것같이 조용해 보인다. 굴뚝에서 올라가는 회색 연기만이 그 집들에서 여인들이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넓고 조용한 올리브나무 숲과 과수원 사이에서 들려오는 어떤 남자의 굵은 목소리로 남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예수께서는 주민들의 주의를 끌지 않으시려고 마을 뒤로 지나가는 작은 길을 택하신다. 그들이 길을 거의 반쯤 갔는데 뒤에서 조금 전의 그 어린 소년이 뛰어서 그들을 앞질러 가는 발소리가 들린다. 그런 다음 소년은 길 가운데에 서서 생각에 잠긴 채 예수를 쳐다본다….
“마르코야, 잘 있었지? 내가 무서워서 도망쳤었니?”하고 예수께서 그를 쓰다듬으시면서 말씀하신다.
“제가요? 아닙니다. 주님, 저는 무섭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여러 날 동안 마르타님과 마리아님이 하인들을 보내서 선생님이 여기 오시는지 보라고 하기에, 지금 선생님을 보고 선생님이 오신다고 말하러 뛰어 갔어요….”
“잘 했다. 두 자매가 나를 볼 마음 준비를 하겠구나.”
“아닙니다. 주님, 두 분 자매는 아무 것도 모르니까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을 거예요. 그 사람들이 제게 그 말을 못하게 했어요. 정원에 들어가면서 ‘선생님이 오셔요’하고 말했더니 그 사람들이 저를 붙잡고 ‘넌 거짓말쟁이가 아니면 바보 녀석이다. 선생님은 이제는 기적을 행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알기 때문에 안 오신다’하고 말하면서 쫓아냈어요. 그리고 정말 선생님이라고 말했더니 뺨을 두 번 때리는데 그런 뺨은 생전 처음 맞았어요…. 여기 제 뺨이 빨개진 것을 보셔요. 뺨이 화끈화끈해요! 그리고는 저를 밖으로 밀어내면서 ‘이것은 네가 마귀를 본 것을 깨끗하게 해 주기 위한 거다’ 하고 말했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마귀가 되셨나 하고 쳐다보고 있던 거예요. 그렇지만 마귀는 안 보여요. 선생님은 여전히 엄마가 말하는 천사같이 아름다운 예수님 이예요.”
예수께서는 몸을 숙여 매 맞은 작은 뺨에 입 맞추시면서 말씀하신다.
“이렇게 하면 근질근질한 것이 가실 거다. 네가 나 때문에 고통을 당한 것이 안됐다.”
“저는 괜찮아요, 주님. 그 따귀 덕택에 선생님의 키스 두 번을 받게 됐거든요.”하면서 다른 키스를 또 바라고 달라붙는다.
“얘 마르코야. 누가 너를 쫓아냈니? 라자로의 집 사람들이냐?” 하고 타대오가 묻는다.
“아니예요. 유다인들 이예요. 그 사람들은 조상을 한다고 매일 와요. 굉장히 많아요! 집 안에도 있고 정원에도 있어요. 일찍 왔다가 늦게 돌아가요. 그 사람들이 주인들 같아요. 그 사람들은 누구나 못살게 굴어요. 거리에 사람이 하나도 없지요. 처음 며칠은 보려고 들 왔었어요…. 그렇지만 그 다음에는 지금은 우리 아이들만이 빙빙 돌면서 아! 내 물병! 엄마가 물을 기다리는데… 엄마도 나를 때릴 거예요…!” 모두가 또 뺨 맞을 것을 예상하고 어린이가 고민하는 것을 보고 빙그레 웃고 예수께서는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러면 빨리 가거라….”
“사실은…선생님하고 같이 들어가서 기적을 행하시는 걸 보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말을 마친다. “그리고 제가 뺨 맞은 원수를 갚게 그 사람이 어떤 얼굴을 하나 보고 싶었는데요….”
“그것은 안 된다. 너는 원수 갚기를 원해서는 안 돼. 너는 마음이 착해야 하고 용서해야 된다…. 하지만 네 어머니가 물을 기다리고 계신다….”
“선생님, 제가 가겠습니다. 저는 마르코가 어디 사는지 압니다. 그 여인에게 설명을 해주고 선생님께로 다시 오겠습니다.”하고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가 말하고 뛰어간다.
그들은 길을 다시 천천히 걷기 시작하고 예수께서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는 어린이의 손을 잡고 가신다. 그들은 이제 정원 격자 울타리에 이르러서 그것을 끼고 간다. 많은 말이 울타리에 매여 있고 각 주인의 하인들이 지키고 있다. 그들에게서 들려오는 속삭임으로 어떤 유다인들의 주의가 끌려 유다인들은 예수께서 정원 경계에 발을 들여놓으시는 바로 그 순간에 열려있는 큰 대문 쪽을 돌아다본다.
“선생님이시다.” 하고 예수를 맨 먼저 본 유다인들이 말하는데, 이 말이 마치 바람의 살랑거리는 소리같이 이 집단에서 저 집단으로 빨리 퍼져서 멀리서 온 파도가 호숫가에 와서 부딪치듯이 집의 벽에까지 가서 집 안으로 뚫고 들어간다. 그 말은 거기 있는 많은 유다인이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어떤 바리사이파 사람이나 유다교 스승이나 율법학자나 사두가이파 사람이 전하였을 것이 틀림없다. 예수께서 정원 안으로 아주 천천히 들어가시는데 모든 사람들이 사방에서 달려오면서 그분이 걸어가시는 오솔길에서 비킨다.
그리고 아무도 예수께 인사를 드리지 않으므로 예수께서도 아무에게도 인사를 안 하신다. 비밀히 당신의 제자이거나 또는 적어도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 이어서 당신을 제자들처럼 사랑하지는 않지만 의인으로 존경을 하는 적은 수를 빼놓고는 눈에 분노와 증오가 서린 시선으로 바라다보기 위하여 거기 모여 있는 사람들의 많은 수를 모르는 것 같이 하신다.
그 소수 중에는 요셉, 니고데모, 요한, 엘르아잘, 빵을 많게 하시는데 에서 본 율법학자인 다른 요한, 진복팔단을 선포하신 산에서 내려올 때에 사람들을 배불리 먹인 또 다른 요한, 가므리엘과 그의 아들, 요수에, 요아킴, 마나헨, 사베아의 일화 중에 요르단강에서 만난 율법학자 아비아의 요엘, 오해를 한 후에 예수를 다시 만나는 것이 약간 겁이 나거나 어쩌면 체면에 얽매여서 친구처럼 감히 앞으로 나아오지 못하고 멀리서 예수를 바라다보는 슈자가 들어있다.
분명히 예수께서는 벗들에게서도 그분을 원한을 품지 않고 살펴보기만 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원수들에게서도 인사를 받지 못하시고 예수께서도 인사를 안 하신다. 예수께서는 정원 길에 발을 들여 놓으시면서 어렴풋하게 고개만 약간 숙이셨다. 그런 다음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군중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듯이 계속 곧장 걸어가신다. 어린 농사꾼 옷을 입고 가난한 어린이답게 맨발인 어린 소년은 여전히 그분 옆에서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보고… 모든 사람에게 도전하려고 까맣고 날카로운 작은 눈을 크게 뜨고, 축제기분에 들뜬 어떤 사람과 같이 얼굴이 환하다….
마르타가 방문하러 온 유다인의 한 떼에 둘러싸여 집에서 나온다. 그 유다인들 가운데에는 엘키아와 사독도 있다. 마르타는 예수님이 어디 계신지 보려고 울어서 지치고 빛으로 거북하게 된 눈을 손으로 보호한다. 예수님을 보았다. 마르타는 같이 오던 사람들에게서 떨어져서 햇빛으로 반짝거리는 못에서 몇 걸음 되는 곳에 계신 예수께로 달려간다. 마르타는 몸을 숙여 인사한 다음 예수의 발아래 쓰러지며 발에 입 맞추고 흐느껴 울기 시작하면서 말한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예수께서도 마르타가 당신 곁에 온 것을 보시자마자 “너도 평안하기를!”하고 말씀하시면서 어린이의 손을 놓으시고 마르타에게 강복을 주시려고 손을 드신다. 어린이의 손은 바르톨로메오가 잡아서 약간 뒤로 끌어당긴다. 마르타는 말을 계속한다. “그렇지만 선생님의 여종에게는 평안이 없어졌습니다.”그는 아직 무릎을 꿇은 채로 있으면서 예수께로 얼굴을 쳐든다. 그리고 조용하여져서 잘 들리는 고통의 부르짖음으로 외친다.
“오빠가 죽었습니다! 선생님이 여기 계셨더라면 안 죽었을 텐데요. 선생님, 왜 더 일찍 안 오셨어요?” 마르타는 이 질문을 할 때에 본의 아니게 비난의 어조를 띤다. 그런 다음, 이제는 비난을 할 기운도 없어진 사람과 같은, 그가 원하는 것을 주려고 애썼고 또 그에 대하여는 마음속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 어떤 집안 식구의 마지막 행동과 마지막 소원을 회상하는 것을 유일한 위안으로 삼는 사람과 같은 쇠약해진 어조로 돌아간다.
“우리 오빠 라자로가 선생님을 얼마나 찾았다고요!…. 이제는 보시는 것 같이! 저는 비탄에 잠겨 있고 마리아는 평온을 누리지 못하고 울고 있어요. 그리고 오빠는 이미 여기 없고요. 저희가 오빠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아시지요! 저희는 모든 것을 선생님에게서 바라고 있었어요….”
여인에 대한 동정과 예수께 대한 비난의 중얼거림과 ‘그리고 저희가 선생님께 대하여 가지는 사랑으로 인해 그럴 만한 자격이 있으니까 저희의 간청을 들어 주실 수 있었는데, 선생님은 오히려 저희의 기대를 저버리셨어요.’하는 뜻이 함축된 생각에 대한 동의가 머리를 흔들거나 비웃는 눈길을 보내는 가운데 이 집단에서 저 집단으로 번져간다. 다만 군중 속에 드문드문 섞여 있는 비밀한 몇몇 제자들만이 그분께 말하는 비탄에 잠긴 여인을 대단히 창백하고 슬퍼하는 표정으로 들으시는 예수께 대한 동정의 눈길을 보인다.
매우 고운 모직으로 만든 넓고 호화로운 옷을 입고 팔짱을 끼고 있는 가므리엘은 조금 외따로 떨어져서 그의 아들과 요셉 바르나바가 있는 젊은 축에 끼어서 증오와 사랑이 아울러 없는 눈으로 예수를 뚫어지게 바라다보고 있다.
마르타는 얼굴을 닦고 나서 다시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지금도 저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아버지께 청하시는 것을 무엇이든지 받으시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고뇌로 떨리는 눈길과 가슴을 떨리게 하는 마지막 소망을 가지고 눈물로 인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 비통하고 장렬한 신앙 고백이다.
“네 오빠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마르타야, 일어나거라.”
마르타가 예수 앞에 존경의 뜻으로 몸을 숙인 채 일어나서 예수께 대답한다.
“선생님, 저도 압니다. 오빠가 마지막 날에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겠고, 또 살아서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
처음에는 꽤 작은 목소리로 마르타에게만 말씀하셨던 예수께서 하느님으로서의 당신의 능력을 선언하시는 이 굴절들을 목소리를 높여 말씀하시니, 그 완전한 음향이 넓은 정원 안에 금나팔 소리같이 울려 퍼진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공포로 몸을 떤다. 그러나 이어 어떤 사람들은 머리를 흔들면서 비웃는다.
예수께서 그의 어깨를 손으로 짚으신 채 점점 더 강한 바람을 옮겨 넣어 주시기를 원하는 것 같은 마르타는 이제껏 숙이고 있던 얼굴을 쳐든다. 마르타는 예수께로 얼굴을 쳐들고 몹시 슬퍼하는 눈으로 그리스도의 빛나는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고 두 손으로 가슴을 꼭 끼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고민을 가지고 대답한다.
“예, 주님. 주님께서는 이 세상에 오시기로 약속된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다는 것도 믿습니다. 이제는 가서 마리아에게 알리겠습니다.” 그러면서 빨리 멀어져서 집 안으로 사라진다.
예수께서는 계시던 곳에 그대로 계신다. 아니 그보다도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셔서 못을 둘러싸고 있는 화단으로 가까이 가신다. 화단 이쪽은 은으로 만든 깃털장식 모양으로 가벼운 바람에 불려 이쪽으로 오는 분수의 가는 물보라도 비추어진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햇빛을 받은 수정같이 맑은 물 속에서 구점(句點<,>)을 찍고 금빛 반사를 일으키며 맑은 물의 너울 속에서 고기들이 팔딱팔딱 뛰노는 것을 골똘히 들여다보시는 것 같다.
유다인들은 그분을 살펴본다.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뚜렷이 구별되는 여러 떼로 나뉘어 있다. 예수의 맞은편인 한쪽에는 보통 때는 파당정신으로 서로 분열되어 있지만 지금은 예수께 반대하는 데 뜻을 같이하여 그분께 적대적인 모든 사람이 있고, 예수 옆과 사도들 뒤에는 이들과 합류한 제배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니고데모와 호의적인 정신을 가진 다른 사람들이 있다. 더 떨어진 곳에는 가므리엘이 여전히 같은 장소에 같은 태도로 혼자 있다. 왜냐하면 그 아들과 제자들은 예수께 더 가까이 가 있으려고 그에게서 떨어져 주요한 두 집단으로 나뉘어 갔기 때문이다.
그가 늘 해 버릇한 “라뽀니”(선생님)소리를 외치며 마리아가 집에서 나와 예수를 향하여 팔을 벌리고 달려온다. 마리아는 예수의 발아래 쓰러지며 흐느끼면서 발에 입 맞춘다. 그와 함께 집 안에 있다가 따라 나온 여러 부류의 유다인들은 마리아가 눈물을 흘릴 때에 진실성의 의심스러운 눈물을 같이 흘린다. 막시민과 마르첼라와 사라와 노에미와 모든 하인도 마리아를 따라 나왔고 커다란 통곡 소리가 일어난다.
내 생각에 집 안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마리아가 그렇게 우는 것을 보고 마르타도 한층 더 섧게 운다.
“마리아야, 평안하기를! 일어나거라! 그리고 나를 보아라! 희망을 잃은 사람들의 눈물과 같은 그 눈물은 왜 흘리느냐?”
예수께서는 몸을 숙이시어 이 말씀을 부드럽게 하시면서 마리아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시는데, 마리아는 무릎을 꿇고 발뒤꿈치로 몸을 괸 채 애원하는 몸짓으로 양손을 예수께로 내밀며 얼마나 흐느끼는지 말을 못한다.
“하느님의 영광을 보기 위하여 믿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바라라고 네게 말하지 않았느냐? 네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면 혹시 네 선생님이 변했단 말이냐?”
그러나 마리아는 벌써 그렇게도 많은 고민 뒤에 너무나 격한 기쁨을 받도록 그를 준비시키려는 말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침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어 이렇게 부르짖는다.
“오! 주님! 왜 더 일찍 안 오셨습니까? 왜 저희들과 그렇게 멀리 떨어져 계셨어요? 주님은 오빠가 앓는 것을 아셨지요! 주님이 여기 계셨더라면 오빠는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 안 오셨습니까? 오빠에게 제가 오빠를 사랑한다는 것을 더 보여 줘야 했습니다. 오빠는 살아야 했지요. 저는 오빠에게 제가 선에 항구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습니다. 저는 오빠를 너무나 괴롭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오빠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지금은 오빠를 잃었습니다! 주님은 오빠를 제게 남겨 두셔서 그에게 그렇게도 많은 고통을 준 뒤에 오빠를 위로하는 기쁨을 가엾은 마리아에게 주실 수 있었습니다. 오! 예수님! 예수님! 내 선생님! 내 구속주! 내 소망!” 그러면서 마리아는 다시 쓰러져 예수의 발에 이마를 얹으니 예수의 발은 마리아의 눈물로 젖는다. 마리아는 탄식한다.
“주님,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주님을 미워하고 일어난 일을 기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만 이라도… 예수님,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그러나 마리아의 목소리의 음조에는 마르타의 음조에나 마찬가지로 비난이 들어 있지 않고 다만 누이동생으로서의 고통 외에 자기 스승에 대한 판단이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깎이었음을 느끼는 제자로서의 고통도 당하는 사람과 같은 고민이 있을 뿐이다.
몸을 많이 숙이시고서 마리아가 얼굴을 땅에 대고 중얼거리는 이 말을 들으신 예수께서 몸을 다시 일으키시고 큰 소리로 말씀하신다.
“마리아야, 울지 마라! 네 선생님도 충실한 벗의 죽음을 괴로워한다…. 그를 죽게 내버려 두어야했기 때문이다….”
아! 그리스도의 원수들의 얼굴에는 얼마나 많은 조소와 얼마나 많은 음흉한 기쁨의 눈길이 나타나는가! 그들은 그리스도께서 패배하신 것을 보고 기뻐한다. 반면 친구들은 점점 더 침울하여진다.
예수께서는 한층 더 큰 소리로 말씀하신다.
“아니, 글쎄 울지 말라니까 그러는구나. 일어나거라! 너를 그다지도 사랑한 내가 이유 없이 그렇게 한 것으로 생각하느냐? 내가 쓸데없이 이 고통을 네게 주었다고 믿을 수 있느냐? 오너라. 라자로에게로 가자. 어디에 묻었느냐?”
예수께서는 더 큰 소리로 울고 있기 때문에 말을 못하는 마리아와 마르타에게보다는 오히려 다른 모든 사람, 특히 마리아와 같이 집안에서 나와 가장 마음이 어지러운 것같이 보이는 사람들에게 물으신다. 그 사람들은 아마 나이 더 많은 친척들인지 모르겠다. 그들은 눈에 띄게 슬퍼하시는 예수께 대답한다. “와서 보십시오.”그러면서 과수원 끝 무덤이 있는 곳으로 향하여 간다. 그곳은 땅에 기복이 있고 석회암맥이 지면에 드러나 있는 곳이다.
마리아를 억지로 일으키시어 눈물로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를 인도하여 가시는 예수 곁에서 마르타가 손으로 라자로가 묻혀 있는 곳을 예수께 가리키고 그들이 그곳 가까이 이르렀을 때에는 또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선생님의 벗이 묻힌 곳이 여깁니다.”하고 말하며 무덤 어귀에 비스듬히 놓여 있는 돌을 가리킨다.
예수께서는 모든 사람의 앞장을 서시어 그곳으로 가시려고 가므리엘을 지나 가셔야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런 다음 가므리엘은 다른 사람들 있는 곳으로 가서 가장 엄격한 모든 바리사이파 사람들처럼 무덤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가서 걸음을 멈추었다. 예수께서 두 자매와 막시민과 아마 친척들인 사람들과 함께 아주 가까이로 앞으로 나아가신다. 예수께서는 무덤의 문 노릇을 하고 당신과 친구 사이를 갈라놓는 무거운 돌을 똑바로 바라보시며 눈물을 흘리신다.
자매들의 눈물이 더 많이 흐르고 친한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도 눈물을 더 흘린다.
“이 돌을 치워라” 하고 예수께서 눈물을 닦으신 다음 갑자기 외치신다. 모두 놀라는 몸짓을 하고, 정원으로 들어와 손님들 뒤에 서있는 베다니아의 주민 몇 사람으로 더 불어난 군중 사이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퍼져 나간다.
“저 사람 미쳤군!” 하고 말하려는 듯이 머리를 흔들며 이마를 짚는 바리사이파 사람이 더러 보인다. 아무도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다. 가장 충실한 사람들도 그렇게 하는 데에 주저와 불쾌감을 느낀다.
예수께서 더 큰 목소리로 명령을 되풀이하시나 두 가지 상반된 감정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더 한층 놀란다. 그들은 달아나려는 생각을 하였다가 예수께서 열라고 명하시는 무덤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나는 역한 냄새를 무릅쓰고 더 잘 보려고 갑자기 가까이 온다.
“선생님, 안 됩니다”하고 마르타가 울음을 참으려고 애쓰면서 말한다. “묻힌 지가 벌써 나흘이나 됩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오빠가 무슨 병으로 죽었는지를 아시지요! 저희들이 사랑만이 오빠를 돌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향료를 발랐는데도 악취가 더 심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무엇을 보려고 하십니까? 오빠가 썩은 것을요? 부패의 부정 때문에 만이라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네가 믿으면 하느님의 영광을 볼 것이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이 돌을 치워라, 명령이다!”
그것은 하느님의 뜻의 외침이다…. 소리를 죽인 “오!” 하는 부르짖음이 모든 사람의 가슴에서 나온다. 얼굴들이 사색이 되고 마치 모든 사람 위로 죽음의 차디찬 바람이 지나간 듯이 더러는 몸을 떤다. 마르타가 막시민에게 눈짓을 하니, 막시민은 하인들에게 무거운 돌을 움직이는 데 쓸 수 있는 연장을 가져오라고 명한다.
하인들은 빨리 갔다가 곡괭이와 든든한 지렛대를 가지고 돌아온다. 그들은 힘들여 바위와 돌 사이로 반짝이는 곡괭이 끝을 넣고 나서 곡괭이 대신 든든한 지렛대를 집어넣고 마침내 조심조심 돌을 들어 한편으로 미끄러뜨려 놓고, 그 다음에는 조심스럽게 암벽에 끌어다 기대 놓는다. 고약한 냄새가 어두운 구멍에서 나와 모든 사람이 물러선다.
마르타는 작은 목소리로 여쭙는다. “선생님, 내려가시겠습니까? 그러시다면 횃불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마르타는 예수께서 그렇게 하셔야 한다는 생각에 얼굴이 창백해진다.
예수께서는 대답을 안 하시고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시고 양팔을 십자로 포개시고 매우 큰 소리로 기도를 하시며 단어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말씀하신다.
“아버지! 제 청을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제 청을 들어 주시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 있는 사람들, 저를 둘러 선 사람들로 하여금 아버지와 저를 믿고 또한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다는 것을 믿게 하려고 이 말을 합니다!”
예수께서는 아직 한동안 그대로 계시며 탈혼 상태에 빠지신 것 같다. 이제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시고, 나는 잘 모르겠지만 기도와 흠숭의 비밀한 말씀을 하시는 동안 그분의 얼굴이 그렇게도 빛나게 변해 있었던 것이다. 내가 아는 것은 그분이 하도 인간적인 것을 초월하셔서 가슴 속에서 심장이 떨리는 것을 느끼지 않고는 그분을 쳐다 볼 수 없을 지격이라는 것이다. 그 당신의 육체적인 모습을 잃고 빛이 되시고 신령화 하시며 커지시고 땅에서 솟아오르시는 것같이도 보이신다.
모든 것이 빛이 되고 빛나는 광채가 되었던 다볼산 위에서의 현성용 때에 있었던 것과는 반대로 당신의 머리와 눈과 피부와 옷의 빛깔을 그대로 간직하신 채 빛을 발하시는 것 같고 당신 안에 있는 모든 것이 빛이 되시는 것 같다.
예수께서는 얼마 동안 그대로 계시다가 다시 본연의 당신으로 돌아오시어 사람이 되신다. 그러나 힘 있는 위엄을 갖추신 사람이 되신다.
예수께서는 무덤의 어귀에까지 나아가신다. 지금까지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하시고 십자형으로 교차시켜 벌리셨던 팔을 손바닥을 땅으로 향하게 하신 채 앞으로 내미신다. 따라서 손은 이미 무덤의 굴속으로 들어가서 어두운 굴속에서 아주 하얗게 보인다. 예수께서는 오늘은 그 기적적인 광채를 견딜 수 없는 당신 눈의 파란 빛을 그 말없는 어두움 속으로 깊이 들여보내시면서 전에 호수에서 바람에게 잠잠해지라고 명령하시던 외침보다도 더 힘찬 외침을 내는 힘 있는 목소리로, 어떤 기적을 행하실 때에는 내가 일찍이 들은 적이 없는 목소리로 외치신다. “라자로야! 밖으로 나오너라!”하고. 그분의 목소리가 무덤 구멍에서 메아리로 반향한 다음 온 정원에 울려 퍼지고 베다니아의 파도치는 땅에 부딪쳐 반향한다.
나는 그 메아리가 밭들 저쪽에서 있는 처음 급경사에까지 갔다가 반복되고 약해져서 어길 수 없는 명령처럼 되돌아오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방에서 “나오너라! 나오너라! 나오너라!”하는 소리가 다시 들릴 것이 분명하다. 모두가 더 심한 전율을 느끼고, 또 호기심으로 모두가 제자리에 꼼짝 못하고 있지만 얼굴들은 창백해지고 눈이 휘둥그레지며, 한편 입들은 벌써 목구멍에 심한 놀람의 외침을 간직한 채 무의식적으로 벌어진다.
약간 옆으로 뒤에 처져 있는 마르타는 예수를 쳐다보면서 황홀한 것 같다. 지금까지 그의 선생님 곁을 조금도 떠나지 않은 마리아는 무릎을 꿇고, 무덤 가장자리에 무릎을 꿇고서 한 손은 뛰는 심장을 억제하기 위하여 가슴에 얹고 또 한 손으로는 무의식적으로 경련을 일으키며 예수의 겉옷 자락을 붙잡고 있다. 그런데 겉옷을 잡고 있는 손에서 그리도 가벼운 흔들림이 전달되는 것을 보면 그 손이 떨리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무엇인지 흰 것이 땅 속 저 안쪽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처음에는 볼록 꼴이 작은 선이더니, 그것이 타원형의 형태로 대체되고 그 다음에는 타원형이 더 넓고 더 긴 선으로 점점 더 길어지는 선으로 대치된다. 그리고 붕대에 감긴 죽었던 사람이 천천히 점점 더 잘 보이게 유령처럼 인상적으로 천천히 앞으로 나아온다.
예수께서는 조금씩, 그러나 라자로가 앞으로 나아오는 데 따라 계속하여 뒤로 물러나고 물러나고 하신다. 그러니까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그대로 있다. 마리아는 붙잡고 있는 겉옷 자락을 놓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있는 곳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기쁨과 감격 모두가 마리아를 그가 있는 곳에 붙박아 놓는 것이다.
점점 더 분명한 “오!”하는 탄성이 처음에는 기다림의 고통으로 막혀 있던 목구멍들에서 나온다. 처음에는 겨우 알아들을까 말까 하던 중얼거림이던 것이 목소리로 변하고 목소리는 힘찬 외침이 된다.
라자로가 이제는 무덤 가장자리에 와서 아무 말 없이 뻣뻣하게 그 자리에 멈추어 있는데, 겨우 초벌 손질을 한, 그러니까 형태가 정해지지 않은 석고 조상과 같이 긴 물건으로 머리와 다리 쪽은 가늘고 몸통은 더 넓고 무덤의 어두운 바탕에 흰 붕대로 감겨 죽음 자체보다도 더 기분 나쁘고 유령 같다. 햇빛에 둘러싸인 붕대에는 여기 저기 썩은 것이 흘러 있는 것이 보인다. 예수께서는 큰 소리로 외치신다.
“그에게서 거치적거리는 것을 치우고 가게 내버려두어라, 그에게 옷과 음식을 갖다 주어라.”
“선생님…!” 하고 마르타가 말한다. 마르타는 아마 말을 더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예수께서 그를 똑바로 들여다보시며 당신의 빛나는 눈길로 그를 제압하시며 말씀하신다.
“이곳으로! 즉시! 즉시 옷을 가져와서 모든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에서 옷을 입히고 먹을 것을 주어라.” 예수께서는 명령하시며 당신 뒤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보시려고 결코 몸을 돌리지 않으신다. 그분의 눈은 다만 라자로와 더러운 붕대가 모든 사람에게 주는 혐오감은 상관하지 않은 채 다시 살아난 사람 가까이 있는 마리아와 심장이 터지려는 것 같이 헐떡거리며 자기의 기쁨을 소리 높여 외쳐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마르타만을 본다.
하인들은 서둘러 명령을 이행한다. 노에미가 제일 먼저 뛰어 갔다가 제일 먼저 옆구리에 개킨 옷을 끼고 돌아온다.
어떤 하인들은 흘러내리는 썩은 것에 닿지 않게 하려고 소매를 걷어 올리고 옷을 치켜 입은 다음 붕대 끈을 끄른다.
마르첼라와 사라는 향료병들을 가지고 돌아오고, 그 뒤에는 하인들이 따라 오는데 어떤 사람은 대야와 김이 나는 뜨거운 물이 담긴 물병을 가져오고 어떤 하인들은 우유와 포도주와 과일과 꿀을 바른 두툼한 과자가 가득 담긴 쟁반과 사발들을 들고 온다.
양쪽에 가장자리천이 달려 있어 이 용도를 위하여 짯을 것이 분명한 아마로 만든 듯싶은 좁고 아주 긴 붕대가 커다란 감개에 감긴 장식끈 두루마리 모양으로 풀려서 향료와 썩은 것으로 무거워진 채 땅에 쌓인다. 하인들은 막대기로 그것들을 치워 놓는다. 머리부터 시작하였는데, 거기에도 코와 귀와 입에서 흘러나온 썩은 것이 있다. 얼굴을 덮었던 수의에는 그 더러운 것이 완전히 배여 있고 눈구멍에 넣은 연고로 인하여 감은 채로 있는 눈과 착 달라붙은 머리와 마찬가지로 턱에 달라붙은 턱수염하고 꼭 해골같이 매우 창백하게 보이는 라자로의 얼굴도 온통 더러워져 있다.
천과 몸을 둘러싼 수의가 천천히 내려오고 붕대가 내려오고 내려오고 또 내려오는 데 따라 그것들이 여러 날 동안 죄고 있던 몸통을 드러나게 하고 붕대로 인하여 처음에는 커다란 번데기 같이 보이던 것에 인간의 형태를 돌려준다. 뼈가 앙상한 어깨와 피골이 상접한 팔과 겨우 가죽으로 덮여 있는 갈비뼈들과 쑥 들어간 배가 나타난다. 붕대가 내려오는 데 따라 두 자매와 막시민과 하인들은 서둘러 때와 향료를 첫 번 한 벌 벗기고 향료를 넣어서 세척용이 된 물을 끊임없이 갈아가며 발라 깨끗한 피부가 나타나기까지 계속한다.
라자로의 얼굴을 깨끗하게 닦아 그가 볼 수 있게 되자 라자로는 누이동생들을 바라보기도 전에 예수께로 시선을 향한다.
그는 모든 것을 잊고 일어나는 모든 것에서 초연하여 창백한 입술에는 사랑 넘치는 미소를 띠고 눈 속에는 눈물 한 방울을 반짝이며 그의 예수를 쳐다본다. 예수께서도 그에게 미소를 보내시고 눈가에는 눈물이 반짝인다. 그러나 말없이 라자로의 눈길을 하늘로 향하게 하신다. 라자로는 알아듣고 입술을 움직여 말없는 기도를 드린다.
마르타는 그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데 아직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 줄로 생각하고 묻는다.
“무슨 말이예요, 오빠?”
“아무 것도 아니다, 마르타야. 나는 지극히 높으신 분께 감사를 드리고 있었다.” 발음은 확실하고 목소리는 크다.
사람들은 다시 놀라서 “오!”하는 탄성을 올린다.
이제 그들은 라자로를 궁둥이까지 풀어주고 해방시키고 깨끗하게 하였다. 그래서 서혜부를 지나서 넓적다리까지 내려오는 일종의 내의인 짧은 속옷을 입힐 수가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의 다리에서 붕대를 풀고 씻기려고 그를 앉힌다. 다리들이 나타나자 마르타와 마리아는 다리와 붕대를 가리키면서 큰 소리를 지른다. 다리를 조여 매고 있던 붕대와 그 밑으로 놓여있던 수의에는 화농성 분비물이 하도 많이 흘러서 천위에 커다란 방울들을 이룰 지경이었다.
그러나 다리는 분명히 완전히 아물었다. 붉고 파르스름한 흉터만이 괴저를 일으켰던 자리를 알려준다.
모든 사람이 더 큰 소리로 그들의 놀람을 외친다. 예수께서는 미소를 지으시고 잠시 병이 나은 다리를 내려다보는 라자로도 웃는다. 그러다가 다시 예수를 쳐다보는 데 몰두한다. 예수를 보는 것이 싫증이 나지 않는 것 같다.
유다인들, 바리사이파 사람들, 사두가이파 사람들, 율법학자들, 유다교 스승들이 그들의 옷을 더럽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가까이 온다. 그들은 아주 가까이에서 라자로를 보고 아주 가까이에서 예수를 쳐다본다.
그러나 라자로도 예수도 그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있고 나머지 것은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는 라자로에게 샌들을 신긴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날렵하게 일어난다. 그는 마르타가 내미는 옷을 받아 혼자서 입고 허리띠를 매고 주름을 바로 잡는다. 이제 그는 마르고 창백하지만 다른 모든 사람과 같다. 그는 소매를 걷어 올린 다음 다시 손을 씻고 팔을 팔꿈치까지 씻는다. 그런 다음 완전히 깨끗하게 느껴질 때까지 새 물로 다시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는다.
그는 머리와 얼굴을 닦고 세수수건을 하인에게 도로 준 다음 곧장 예수께로 간다. 그는 땅에 엎드려 예수의 발에 입을 맞춘다.
예수께서는 몸을 숙이시어 그를 다시 일으키시고 가슴에 꼭 껴안으시면서 말씀하신다. “잘 돌아왔다, 내 벗아. 평화와 기쁨이 너와 같이 있기를 바란다. 살아서 네 행복한 수명을 다 누려라. 내가 인사의 입맞춤을 하게 얼굴을 들어라.” 예수께서는 뺨에 입을 맞추시고 라자로도 예수의 뺨에 입을 맞춘다.
선생님을 공경하고 입맞춤한 후에야 비로소 라자로는 누이동생들에게 말을 하고 입 맞추고, 기뻐서 눈물을 흘리는 막시민과 노에미와 친척이 되거나 아주 친한 친구일 것으로 생각되는 다른 몇 사람도 입맞춤을 한다. 그런 다음 요셉과 니고데모, 열렬한 사람인 시몬과 몇몇 사람들도 입맞춤한다. 예수께서는 음식을 담은 쟁반을 들고 있는 하인을 친히 보러 가시어 꿀을 바른 두툼한 과자와 사과와 포도주 한 잔을 집어 하느님께 바치시고 강복하신 다음 라자로가 먹고 기운을 차리라고 모두 그에게 주신다.
그리고 라자로는 건강한 사람과 같은 식욕으로 먹는다. 모든 사람들이 또 한번 놀라서 “오!” 하는 소리를 지른다.
예수께서는 라자로만을 보시는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살펴보신다. 분노에 찬 몸짓을 하면서 사독이 엘키아, 가나니아, 펠릭스, 도라, 꼬르넬리우스과 다른 사람들과 같이 떠나려 하는 것을 보시고, 예수께서 큰 소리로 말씀하신다.
“사독, 잠깐 기다리시오. 당신과 당신 일행에게 한 마디 할 말이 있소.” 그들은 범죄자와 같은 얼굴로 발을 멈춘다.
아리마태아의 요셉은 당황한 몸짓을 하며 열렬한 사람에게 예수를 말리라는 눈짓을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벌써 증오 넘치는 집단을 향하여 가시면서 큰 소리로 말씀하신다.
“사독, 당신이 본 그것으로 충분하오? 어느 날 당신은 내게 이런 말을 했소.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이 믿기 위해서는 썩은 사람이 건강한 몸으로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볼 필요가 있다고. 당신이 본 부패를 실컷 보았소? 당신은 라자로가 죽었었는데 지금은 살아 있고 여러 해 전부터 그렇지 못했을 만큼 건강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소? 나는 아오. 당신들은 그들을 시험하고 그들의 마음에 고통과 의혹을 더 많이 넣어 주려고 여기 왔소. 당신들은 죽어가는 사람의 방에 숨어 있는 나를 발견하기를 바라서 나를 찾으려고 여기 왔소.
당신들은 사람의 감정과 죽었던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려는 원을 가지고 여기 오지 않고, 다만 라자로가 실제로 죽은 것을 확인하려고 왔소. 그리고 지나는데 따라 점점 더 기뻐하면서 계속 왔소. 일이 당신들이 바라던 것처럼, 이제는 당신들이 그렇게 되리라고 믿었던 대로 되었더라면 당신들이 기뻐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오. 모든 사람을 고치면서 친구는 고치지 못하는 친구. 모든 사람의 믿음은 상주면서 베다니아의 벗들의 믿음은 상주지 않는 선생님. 죽음의 현실 앞에서는 무능한 메시아. 이것들이 당신들이 기뻐하는 것을 옳다고 인정하는 것들이었소. 그러나 보시오, 하느님께서 당신들에게 대답을 주셨소. 아무 예언자도 일찍이 죽은 것 외에 썩기까지 했던 것을 다시 모아 놓을 수는 없었소.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렇게 하셨소. 이것이야말로 내가 무엇인지에 대한 살아 있는 증언이오. 어느 날 하느님께서는 진흙을 들어 거기에 어떤 형체를 주시고 생명의 입김을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되었소. 내가 거기 있으면서 이렇게 말했었소. ‘우리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듭시다’ 하고. 왜냐하면 나는 아버지의 말씀이기 때문이오.
오늘 나, 말씀이 진흙보다도 못한 것인 썩은 것에서 ‘살아라’하고 말했고, 썩은 것은 다시 육체가 되고 완전하고 살아있고 맥박이 뛰는 육체가 되었소. 당신들을 바라다보는 저 육체를 보시오. 그리고 나는 그 육체에 여러 날 째 아브라함의 품에 있던 영혼을 결합시켰소. 나는 그 영혼을 내 의지로 도로 불러 왔소.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고, 나, 살아있는 나는 모든 인간과 만물이 복종하는 왕이기 때문이오. 이제는 내게 무엇이라고 대답하겠소?”
예수께서는 크시고 위엄을 떨치시며 참으로 심판자로 하느님으로 그들 앞에 계신다. 그들은 대답을 못한다. 예수께서는 고집하신다.
“이것으로는 아직 믿기에, 항거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기에 충분하지 못하오?”
“선생은 약속의 반밖에 지키지 못하셨소. 이것은 요나의 기적은 아니오…”하고 사독이 난폭하게 말한다.
“당신들은 그 기적도 보게 될 것이오. 내가 약속했는데, 나는 약속을 지키겠소.”하고 주님이 말씀하신다.
“여기 있는 또 한사람도 다른 기적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 기적을 보게 될 것이오. 그런데 그 사람은 의인이니 그것을 받아들일 것이오. 당신들은 안 받아들일 것이오. 당신들은 지금 있는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오.”
예수께서는 뒤로 돌아 엘리-안나의 아들인 최고회의 위원 시몬을 보신다. 예수께서는 그를 똑바로 들여다보시고, 조금 전 사람들을 내버려두시고 시몬의 앞으로 가시어 작으나 분명한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라자로가 죽은 사람들 가운데에 있었던 것을 기억 못하는 것이 당신에게는 다행한 일이오! 당신 아버지를 어떻게 했소, 카인?”
시몬은 공포에 질린 고함을 지르면서 도망치는데, 그 고함이 저주의 아우성으로 바뀐다. “나자렛인, 저주 받으라!” 거기에 대하여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신다. “그대의 저주가 하늘로 올라가고 하늘에서는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네게로 돌려보내신다. 불행한 자여, 그대는 낙인이 찍혔다!”
예수께서는 뒤로 놀라워하고 거의 당황한 무리들에게로 돌아오신다. 그러다가 길 쪽을 향하여 가는 가므리엘을 만나신다. 예수께서는 가므리엘을 쳐다보시고 가므리엘도 예수를 쳐다본다. 예수께서는 걸음을 멈추지 않으시고 그에게 말씀하신다.
“선생님, 준비하고 계십시오. 징조가 오래지 않아 올 것입니다. 나는 절대로 거짓말을 아니 합니다.”
정원에서 천천히 사람들이 빠져 나간다. 유다인들은 정신이 멍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온 몸에서 분노를 내뿜는다. 만일 그들의 눈길이 예수를 재로 만들 수 있었다면 예수는 가루가 되셨을 것이다.
그들은 가면서 자기들끼리 말을 하고 토의를 하는데, 이제는 그들의 패배로 하도 아연실색하여 그들이 이곳에 온 목적을 위선적인 우정의 허울로 감추지도 못한다. 그들은 라자로에게도 누이동생에게도 인사를 하지 않고 떠난다. 뒤에는 기적으로 인하여 주님의 편이 된 몇몇 사람이 남아있다.
그 중에는 요셉 바르나바가 있는데, 이 사람은 예수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경배한다. 또 한 사람은 율법학자 아비아의 요엘인데, 이 사람도 떠나기 전에 그와 같이 하고, 또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지만 영향력 있는 사람들일 것이 틀림없다.
그 동안 라자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집 안으로 들어갔다. 요셉과 니고데모와 다른 착한 사람들이 예수께 인사를 드리고 간다. 마르타와 마리아 곁에 남아 있던 유다인들이 몸을 깊이 숙여 인사를 하고 떠난다. 하인들이 정원 격자문을 닫는다. 집은 다시 조용해진다.
예수께서는 주위를 둘러보신다. 무덤이 있는 방향으로 정원 저 안쪽에서 이는 연기와 불꽃을 보신다. 예수께서는 혼자 오솔길 가운데 서시어 말씀하신다.
“불러 없어지려는 부패한 것…죽음의 부패 그러나 마음의 부패… 저 마음들의 부패는 아무 불도 살라버리지 못할 것이다. 지옥의 불까지도. 그 부패는 영원할 것이니…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가…! 죽음보다도 더한… 타락보다도 더한… 그리고…그러나 인류야, 네가 그렇게도 썩기를 좋아하면 누가 너를 구하겠느냐! 너는 썩기를 원한다. 그런데 나는… 나는 다만 말 한 마디로 한 사람을 무덤에서 끌어냈다…그런데 많은 말과… 고통으로도 나는 사람을, 사람들을, 수백 수천만 명의 사람을 죄악에서 구해내지 못하겠구나.”
예수께서는 앉으셔서 몹시 괴로워하시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신다. 하인 한 사람이 지나 가다가 예수를 본다. 그는 집으로 간다. 조금 있다가 마리아가 집에서 나온다. 예수를 만나러 가는데,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듯이 가볍게 걷는다. 가까이 가서 조용히 예수께 여쭙는다.
“선생님, 피곤하십니다…. 주님, 오십시오. 사도들도 피곤해서 모두 다른 집으로 갔고 열렬한 사람 시몬만이 있습니다…. 우시는군요, 선생님? 왜요?” 마리아는 예수의 말치에 무릎을 꿇고 예수를 살펴본다….
예수께서는 마리아를 내려다보신다. 대답이 없으시다. 예수께서는 일어나셔서 마리아의 앞장을 서서 집으로 향하신다. 그들이 방으로 들어가니 라자로도 없고 열렬한 사람도 없고, 다만 마르타가 행복하게 기쁨으로 환해진 얼굴을 하고 있다. 마르타는 예수께로 향하여 설명을 드린다.
“오빠는 몸을 더 깨끗하게 하려고 목욕하러 갔습니다. 오! 선생님! 선생님!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하겠습니까!”
마르타는 온 심신을 다하여 예수께 경배한다. 마르타는 예수의 슬픔을 알아차리고 의심이 일어난다.
“오! 주님, 슬퍼하십니까? 주님은 기쁘지 않으십니까, 라자로가….” 마르타는 문득 의심이 일어난다.
“오! 선생님은 제게 거리를 두시는군요.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우리가 죄를 지었어요, 언니” 하고 마리아가 말한다.
“너는 아니야… 오! 선생님, 마리아는 죄를 짓지 않았습니다. 마리아는 순종할 줄을 알았고, 저만이 불복종했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모셔 오라고 사람을 보낸 것은… 그 사람들이 선생님이 메시아와 주님이 아니시라고 암시하는 것을 그 이상 들을 수가 없었고… 또 오빠가 고통을 당하는 것을 그 이상 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빠가 선생님을 얼마나 뵙고 싶어 했는지 모릅니다. 선생님을 몹시 불렀어요…. 예수님, 용서해 주세요.
“그래 마리아, 너는 말을 안 하느냐?” 하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선생님…. 저는… 그 때 여자로서만 고통을 당했습니다. 제가 고통을 당한 것은… 언니, 맹세해요. 오빠한테 오빠가 한 헛소리를 절대로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고 여기 선생님 앞에서 맹세해요… 선생님… 오! 하느님의 자비이신 선생님, 저는 오빠의 임종 때에 선생님을 완전히 알았습니다.
아! 제 하느님! 저를 용서해 주신 선생님, 선생님은 하느님이신 선생님은 저를 얼마나 사랑하셨습니까…. 저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사람인, 오직 사람이기만 한 제 오빠는 혹시 마음 속 깊이는 제게 모든 것을 용서해 주지 않았을까요? 아닙니다, 제가 표현을 잘못했습니다. 오빠는 제 과거를 잊지 않았고, 죽을 때의 허약으로 과거를 잊어버린 제가 믿고 있던 오빠의 착함이 무디어지자, 오빠는 저로 인하여 고통과 제게 대한 노여움을 소리높이 외친 것입니다. 아….” 마리아는 운다.
“울지 말아라, 마리아야. 하느님께서는 너를 용서하셨고 잊어 버리셨다. 라자로의 마음도 용서했고 잊어 버렸다. 잊어버리고자 했다. 그러나 인간은 모든 것을 잊어버리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육체가 그 마지막 경련이 약해진 의지를 제압했을 때 인간이 말을 한 것이다.”
“주님 저는 거기에 대해 노여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것은 제가 선생님을 더 사랑하고 오빠를 한층 더 사랑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는 저도 선생님을 원했습니다. 오빠가 저 때문에 평안하지 못하게 죽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괴로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선생님이 유다인들에게 경멸을 당하심을 보았을 때… 오빠가 죽은 다음에도, 믿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바라면서, 무덤이 열릴 때까지 바라면서 선생님께 순종한 뒤에도 선생님이 오지 않으시는 것을 보았을 때, 그 때는 제 정신도 고통을 당했습니다.
주님, 제가 속죄할 것이 있었으면, 하기는 틀림없이 속죄해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만, 저는 속죄를 했습니다. 주님….”
“가엾은 마리아! 나는 네 마음을 안다. 너는 기적을 얻어 마땅한 일을 했다. 그것으로 인해 네 소망과 네 믿음이 굳어지기를 바란다.”
“선생님, 이제부터는 항상 바라고 믿겠습니다. 주님 저는 이제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결코 믿음으로 살겠습니다. 선생님은 믿을 수 없는 것을 믿을 능력을 제게 주셨습니다.”
“그리고 너 마르타, 너도 배웠느냐? 아니, 아직 못 배웠지. 너는 나의 마르타이다. 그러나 너는 아직 내 완전한 숭배자가 아니다. 왜 너는 명상하지 않고 행동을 하느냐? 명상이 더 거룩한 것이다. 알겠느냐? 네 힘은 지나치게 이 세상 것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때로는 구제책이 없어 보이는 이 세상의 사건을 확인하고는 약해졌다.
사실에 있어서 인간사는 하느님이 개입하지 않으시면 구제책이 없다. 사람은 이 때문에 믿고 명상할 줄을 알 필요가 있고 인간 전체의 힘을 다하여, 자기의 생각과 영혼과 살과 피로 사랑할 줄을 알 필요가 있다.
되풀이 말하지만 인간의 모든 힘을 다하여 사랑할 줄을 알 필요가 있다. 마르타야, 나는 네가 굳세기를 원하고 완전하기를 원한다. 네가 순종할 줄을 모른 것은 완전히 믿고 바랄 줄을 몰랐기 때문이고, 믿고 바랄 줄을 알지 못한 것은 온전히 사랑할 줄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네 죄를 사하여 주고 너를 용서해 준다. 마르타야, 내가 오늘 라자로를 다시 살렸다.
이제는 네게 더 강한 마음을 준다. 라자로에게는 생명을 돌려주었다. 네게는 완전히 사랑하고 믿고 바랄 힘을 넣어준다. 이제는 너희들이 행복하고 평안하여라. 요사이 너희 마음을 상하게 한 사람들을 용서하여라….”
“주님, 그 점에 있어서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조금 전에, 전에 여러 번 선생님을 경멸했던 늙은 가나니아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누가 이겼어요? 당신 이예요, 하느님이세요? 당신의 멸시에요, 제 믿음 이예요? 그리스도는 살아계시고, 그분은 진리이십니다. 저는 그분의 영광이 더 빛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러니 노인 당신도 죽음을 맛보고 싶지 않거든 마음을 고쳐 잡수세요’ 하고요.”
“네가 말을 잘 했다. 그러나 악인들과는 다투지 말아라. 마리아야. 그리고 용서해라. 나를 본받기를 원하면 용서하여라…. 저기 라자로가 온다.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과연 라자로가 새 옷을 입고 수염을 말끔히 깎고 머리를 잘 빗고 머리에 향수를 뿌리고 돌아온다. 그와 함께 막시민과 열렬한 사람도 온다.
“선생님!” 라자로는 또 다시 예수께 경배하려고 무릎을 꿇는다. 예수께서 그의 머리에 손을 얹으시고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벗아, 시련은 극복되었다. 너와 네 누이동생들에게 있어서. 이제는 다들 행복하고 주님을 섬기는 데 굳세어져라. 과거에 대하여 무슨 생각이 나느냐, 벗아? 너의 최후 순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선생님을 뵙고자 하는 큰 소원과 동생들의 사랑 속에서 큰 평화를 누린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죽을 때에 무엇을 떠나는 것이 가장 괴롭더냐?”
“주님, 당신과 제 동생들이었습니다. 주님은 다시는 섬길 수가 없기 때문이었고, 누이들은 그 애들이 제게 모든 기쁨을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 오빠, 나는!”하고 마리아가 탄식한다.
“네가 나를 마르타보다도 더 기쁘게 했다. 너는 내게 예수님과 예수님이 무엇인지 헤아리는 척도를 주었다. 그리고 예수님은 내게 너를 주셨다.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선물이다.”
“오빠는 죽어가면서도 그 말을 했어요…” 하고 마리아가 말하며 오빠의 얼굴을 살핀다.
“그것이 내가 꾸준히 생각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오빠에게 그렇게도 많은 고통을 주었는걸….”
“병도 내게 고통을 주었다. 그러나 병을 통해 묵은 라자로의 죄를 속죄했고, 하느님께 어울리는 자가 되기 위해 깨끗하게 되어서 다시 살아났다고 생각한다. 너와 나는 둘 다 주님을 섬기기 위해 다시 살아났고, 마르타는 우리 가운데에서 항상 집의 평화였다.”
“오빠의 말을 들었느냐, 마리아야? 라자로는 지혜의 진리의 말을 한다. 이제는 너희를 너희들의 기쁨 속에 남겨두고 물러가겠다….”
“안 됩니다. 주님. 저희들과 같이 계세요, 여기에. 베다니아의 제 집에 남아 계세요. 그러면 훌륭할 것입니다….”
“남아 있겠다. 네가 겪은 모든 것을 상주고 싶다. 마르타야, 슬퍼하지 말아라. 마르타는 나를 슬프게 하였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내 슬픔은 너희들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죄를 갚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 때문이다. 그들은 점점 더 미워한다. 그들은 마음속에 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용서하자.”
“용서합니다, 주님” 하고 라자로가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리고 이 말과 더불어 모든 것이 끝난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여기에 라자로의 부활에 대한 주석을 위하여 44년 3월 23일에 불러준 것을 넣어도 된다.”
라자로의 부활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고 성 요한복음의 어떤 구절과 관계가 있는 것.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요한복음에는 이제 여러 세기 전부터 그런 말이 있는 것과 같이 이런 말이 있다.
‘예수께서는 아직 동네에 들어가지 않으시고’ (요한11장 30절) 있을 수 있는 일체의 이의를 피하기 위하여 내가 지적하는 것은 이 구절과 내가 마르타를 라자로의 정원에 있는 못에서 몇 걸음 되는 곳에서 만났다고 하는 이 책의 구절 사이에는 사실에 대한 모순은 없고, 다만 번역과 묘사의 모순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베다니아는 4분의 3이 라자로의 소유였고 예루살렘도 대부분이 그의 소유였다. 그러나 베다니아에 대하여 말하기로 하자. 베다니아의 4분의 3이 라자로의 소유이었으므로 라자로의 베다니아라고 말할 수 있었다. 따라서 어떤 사람들이 주장하듯이 내가 마르타를 동네에서나 샘에서 만났다 하더라도 본문은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나는 모두가 최고회의 사람들을 적대시 하는 베다니아 사람들이 달려오는 것을 피하려고 동네에 들어가지 않았었다.
나는 베다니아 뒤쪽을 지나서 엔세매스로 하여 베다니아에 들어가는 사람이 볼 때에는 반대편 끝에 있는 라자로의 집으로 가려고 하였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요한은 예수께서 아직 동네에 들어가지 않으셨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 마찬가지로 정확하게 요한은 내가 벌써 라자로의 정원 안에 있으나 아직 집에서는 매우 떨어져 있는 못 (히브리 사람들에게는 샘) 옆에서 걸음을 멈추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초상과 부정의 기간 중에는(아직 죽은 후 일곱째 날이 되지 않았었다) 누이동생들이 집에서 나올 수가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므로 만남은 그들의 소유지 경내에서 이루어졌다.
요한이 이미 내가 돌을 치우라고 명령할 때에야 비로소 베다니아 사람들이 정원에 왔다는 말을 하는 것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전에는 베다니아 사람들이 내가 베다니아에 와 있는 것을 몰랐었고, 그 소문이 퍼졌을 적에야 비로소 라자로의 집으로 달려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