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로가 죽었다는 소식은 막대기로 벌통 속을 휘저어 놓는 것 같은 결과를 나타냈음이 틀림없다. 예루살렘 전체가 그 이야기이다. 명사, 상인, 서민, 가난한 사람들, 예루살렘 시내 사람들, 근처 농촌 사람들, 지나가는 길이기는 하지만 이곳을 아주 모르지는 않은 외국인들, 처음으로 와서 그의 죽음으로 이런 야단법석이 일어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외국인들, 로마 사람들, 병사들, 성전의 피고용인들, 성직자와 사제들이 끊임없이 모이고 헤어지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한다….
  서로 다른 말과 표현으로 이 사실을 말하는 사람들의 무리들, 어떤 사람들은 찬양하고, 어떤 이들은 울고 또 어떤 사람들은 이제 그들의 은인이 죽었으니 여느 때보다도 더 거지가 되었다고 느끼고, 어떤 사람은 “이제 그분 같은 주인을 다시는 영영 만나지 못할 거야”하고 탄식하며, 어떤 사람들은 죽은 이의 공로를 열거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그의 재산과 친척관계, 그의 아버지의 직책과 직무를, 그 어머니의 아름다움과 재산, 그리고 그의 “왕족”출신을 명백히 설명한다.
  불행하게도 어떤 사람들은 특히 그 때문에 고통을 겪은 죽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때이니 장막을 드리워 감추어 주는 것이 좋을 가정상의 추억을 들추어내기도 한다. 몇 명씩만 모인 작은 집단들에서는 죽음의 원인과 죽은 이의 아주 친한 친구이고 보호자인 그리스도께서 바로 이 상황에서 그 집에 안 계셨다는 사실에 대하여 말할 수 없이 서로 엇갈리는 소문에 대하여 말들을 한다. 그런데 그 중에 우세한 의견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선생님께 대한 유다인들과 최고회의 위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 그리고 같은 종류의 사람들의 적대적인 태도로 인하여 이 일이 일어났다고, 아니 오히려 유발되었다고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선생님이 진짜 죽을 병 앞에 부닥뜨리게 되자 이 경우에는 그의 사기적인 방법이 성공하지 못하였을 것이기 때문에 몸을 피하였다고 하는 것이다. 영리한 사람이 아니라도 이 둘째 의견이 어떤 근원인지를 깨닫기는 쉬운 일이다. 이 의견은 많은 사람들과 충돌한다. 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자네도 바리사이파 사람인가? 그렇다면 조심하게. 우리하고는 거룩하신 분을 모독하지 못하니까 말일세! 레비아탄(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다의 거대한 괴물)과 결혼한 하이에나가 낳은 저주받은 독사들! 메시아에 대하 모독하는 말을 하라고 누가 자네들을 매수했나?”
  말다툼, 욕설, 또 주먹질 몇 대, 그들을 찬성 또는 반대하거나, 선생님을 찬성하거나 반대하여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천민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신들과 같은 태도로 지나가는 호화로운 외투를 입은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에게 퍼붓는 욕설들이 거리에 울려 퍼진다. 그리고 비난은! 얼마나 많은가!
  “예수님이 거짓 선생님이라고 말하는 그 자 말이야! 그 자는 틀림없이 방금 지나간 그 뱀 같은 자들의 돈으로 매수된 자야.”
  “그 자들의 돈으로? 우리들 돈이라고 말해야 하네! 그 때문에 그자들이 우리를 등쳐먹는 거야! 그렇지만 그 자가 어저께 나한테 와서 말을 한 그 자들 중의 하나인지 보고 싶은데 어디 있지?….”
  “그 자는 도망쳤어. 그렇지만 하느님 만세! 여기서 우리는 단합하고 행동해야 해. 그 자들은 너무 뻔뻔하단 말이야.”
  또 다른 대화 하나. “난 자네 말을 들어서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았네. 난 권리가 있는 사람한테 자네가 최고회의에 대해서 어떻게 말했는지를 일러바치겠네!”
  “나는 그리스도편이니 마귀의 독설이 해치지 못하네. 자네 마음이 내키고 그렇게 해서 안나와 가야파가 더 의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들에게까지도 그 말을 하게.”
  또 저쪽에서는 “나를 거짓 맹세를 하는 사람으로, 내가 살아있는 하느님이라고 하느님을 모독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거냐? 너야말로 그분을 모욕하고 박해하는 거짓 맹세하는 자고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다. 나는 너를 잘 안다. 알겠니? 나는 너를 봤고, 네 말을 들었어. 첩자! 배반자! 이 놈을 잡으시오…” 하면서 우선 그의 얼굴을 어느 뼈가 앙상하고 푸르스름한 얼굴을 벌겋게 하는 그런 따귀를 여러 번 때린다.
  “꼬르넬리우스님, 시메온님, 보세요! 이 사람들이 저를 밀어 젖힙니다요”하고 더 저쪽에서 또 다른 사람이 최고회의 위원의 한 떼를 향하여 호소한다.
  “신앙을 위하여 참아 받고 안식일 전날 입술과 손을 더럽히지 말라”하고 호소를 받은 사람 중의 하나가 대답을 하면서 서민의 한 떼의 약식처형을 받는 불쌍한 사람을 돌아다보기조차 하지 않는다. 여인들은 남편들을 소리쳐 불러들이며 위험한 짓을 하지 말라고 애원한다.
  순찰하는 병사들은 창 자루를 휘둘러 거리에 거치적거리는 것이 없게 하고 체포하고 처벌을 하겠다고 위협한다. 주요 사건인 라자로의 죽음은 오랜 마음의 긴장을 나타내는 부차적인 사건들로 옮아갈 기회를 준다.
  최고회의 위원, 장로, 율법학자, 사두가이파 사람, 유다인 유력자들은 이 자질구레한 분노와 개인적인 복수와 신경과민의 폭발이 그들에게 뿌리를 내리고 있지 않은 것처럼 모르는 체하고 교활하게 지나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흥분이 더 부글부글 괴이고 마음들이 더 열을 띤다.
  “좀 들어보시오. 저 사람들은 그리스도께서 병자들을 고치지 못하신다고 말합니다. 나는 문둥이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건강합니다. 저 사람들을 아십니까? 나는 예루살렘 사람은 아니지만 2년 전부터 저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제자들 중에 있는 것을 본 일이 없습니다.”
  “저 사람들이요? 가운데 있는 놈을 좀 보여주시오! 아! 악당! 저 놈이 지난달에 나한테 와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돈을 주면서 그분이 팔레스티나를 빼앗으려고 사람들을 돈으로 산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따위 말을… 아니 왜 그놈이 빠져나가게 가만 뒀어요?”
  “여러분 아시겠지요. 응! 기막힌 불한당들입니다! 나는 하마터면 걸려들 뻔 했습니다! 내 장인 말씀이 옳았어요! 저기 요셉 노인이 요한과 요수에와 같이 오십니다. 그분들에게 가서 선생님이 군대를 모으려고 하신다는 것이 참말인지 물어 봅시다.   저분들은 올바른 분들이고 사정을 잘 아니까요.” 그들은 우루루 세 최고회의 위원들 쪽으로 달려가서 질문을 한다.
  “여보게들, 집으로 돌아가게. 거리에 있으면 죄를 짓고 서로 해하게 되네. 다투지들 말게. 걱정하지도 말고. 자네들 일과 집안이나 돌보게.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을 선동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지 말고 착각에 빠지지 말도록 하게. 선생님은 선생님이시지 군인이 아니시라네. 자네들이 그분을 알지만 그분은 당신이 생각하시는 대로 말씀하시네. 만일 그분이 자네들이 그렇게 되기를 원하셨다면, 병사로 당신을 따르라고 다른 사람들을 보내서 말씀하시지는 않았을 것일세. 그분께와 자네들과 조국에 해를 끼치지 말게. 여보게들, 집으로 돌아가라고! 집으로 돌아가! 벌써 하나의 불행인 의인의 죽음을 가지고 불행의 연속을 만들지 말게. 집으로 돌아가서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주던 라자로를 위해 기도드리게.”
  그를 의인으로 알고 있는 백성들을 몹시 사랑하고 말을 잘 들을 것이 틀림없는 아리마태아의 요셉이 이렇게 말한다.
  요한도 (샘을 내던 그 사람) 이렇게 말한다.
  “그분은 평화의 사람이지 전쟁의 사람이 아닐세. 거짓 제자들의 말을 듣지 말게. 자기들이 메시아라고 말하던 사람들은 얼마나 달랐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게. 기억을 새롭게 하고 비교해 보게. 그러면 자네들의 올바름으로 인해서 그런 선동들이 그분에게서 올 수 없다는 것을 알 걸세! 집으로 가라고! 집으로! 울고 있는 아내와 겁에 질린 아이들에게로 가라고. ‘난폭한 자들과 싸움을 부추기는 자들은 불행하다’는 말이 있네.”
  한 떼의 여자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세 최고회의 위원에게 다가와서 그 중 한 여자가 말한다.
  “율법학자들이 제 남편을 위협했습니다. 무서워요! 요셉님, 그 사람들에게 말 좀 하세요.”
  “그렇게 하겠네. 하지만 당신 남편도 입을 다물 줄 알아야 해. 이 소란으로 선생님을 도와드리고 죽은 이를 존중하는 줄로 생각하는가? 잘못 생각하는 것이야. 이분께도 저분께도 해를 끼치는 것일세.”하고 요셉이 대답하고, 그들을 남겨둔 채 하인들을 데리고 어떤 길로 해서 오고 있는 니고데모를 맞으러 간다.
  “니고데모, 당신을 만날 줄은 생각 못했는데. 나 자신도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소. 라자로의 하인이 닭이 운 뒤에야 불행한 소식을 가져왔어요.”
  “나한테는 더 늦게 왔소. 나는 곧 떠나 왔소. 선생님이 베다니아에 계신지 아시오?”
  “아니, 거기 안 계셔요. 베짜타의 내 관리인이 제3시(아침 9시경)에 갔었는데 거기 안 계신다고 했소.”
  “나는 어떻게…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모든 사람을 위해 기적을 행하시면서 그를 위해서는 행하지 않으시다니!” 하고 요한이 외친다.
  “어쩌면 그 댁에는 벌써 여러 가지 병나음을 주셨기 때문인지도 모르오. 마리아를 구제해서 그들에게 평화와 명예를 회복시켜 주셨소…”하고 요셉이 말한다.
  “평화와 명예라고요! 착한 사람들에게는 착한 사람들이 있는 법입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이 마리아가…그렇다고…경의를 표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경의를 표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모르시지요…. 사흘 전에 엘키아가 다른 많은 사람들과 같이 갔는데…그들이 경의를 표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마리아가 그들을 쫓아 버렸습니다. 그들이 화가 잔뜩 나서 내게 그 말을 했지만, 나는 내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실컷 떠들라고 가만 내버려 두었습니다…” 하고 요수에가 말한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장례식에 가는 거요?” 하고 니고데모가 묻는다.
  “그들은 통지를 받고 의논을 하려고 성전에 모였습니다. 아! 하인들이 오늘 새벽에 많이도 뛰어 다녔을 것입니다!”
  “왜 이렇게 장례식을 서두르지요? 제6시(정오)가 지난 다음 이내!…”
  “라자로가 죽었을 때 이미 부패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 관리인이 내게 말한 것으로는 이 방 저 방에서 송진이 타고 있고 시체에는 향료를 뿌렸는데도 시체의 악취가 집의 큰 대문에서부터 난다오. 그리고 또 해가 지면 안식일이 시작되지요. 그래서 달리는 할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그 사람들이 성전에 모였다고 당신이 말했는데, 무슨 까닭이요?”
  “이렇습니다…. 사실은 라자로에 대해서 의논하려고 벌써 모임은 정해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라자로가 나환자였었다고 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하고 요수에가 말한다.
  “그것은 아니오. 율법에 복종하기 위해 그 사람이 제일 먼저 외따로 떨어져 갔을 것이오.”하고 요셉이 라자로를 변호하려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여 말한다. “나는 의사와 이야기를 했소. 의사는 나병을 절대적으로 배제했소. 라자로는 부패성 체력쇠약으로 앓고 있었던 것이오.”
  “그렇다면 라자로가 이미 죽은 이상 그들이 무엇을 의논한 것입니까?” 하고 니고데모가 묻는다.
  “마리아가 그들을 쫓아낸 뒤이니 장례식에 가느냐 안 가느냐 하는 문제를 토의한 것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가자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가지 말자고 했어요. 그러나 가자고 하는 사람이 더 많았는데 세 가지 이유에서 그런 것입니다. 선생님이 거기 계신지 보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첫째 이유이고, 그분이 기적을 행하는지 보려는 것이 둘째 이유지요. 셋째 이유는 선생님이 요르단강 근처 예리고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최근에 율법학자들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하고 역시 요수에가 설명한다.
  “기적! 라자로가 죽었는데 무슨 기적입니까?” 하고 요한이 어깨를 들썩하면서 묻고 이렇게 말을 마친다. “항상 불가능을 찾는 똑같은 사람들!”
  “선생님은 다른 죽은이들도 다시 살리셨소.” 하고 요셉이 지적한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라자로를 살려두고 싶으셨으면 죽게 내버려두지는 않으셨을 것입니다. 당신이 아까 든 이유가 맞습니다. 그들은 이미 기적을 받았지요.”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우지엘은 사독과 함께 여러 달 전에 한 내기를 기억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부패하고 있는 육체의 조직을 다시 구성할 수 있음을 증명하겠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런데 라자로가 그렇습니다. 또 율법학자 사독은 또 요르단강 근처에서 선생님이 자진해서 그에게 새 달에 내기의 반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것이라고 하셨다고 말합니다.
  그 내기란 썩은 육체가 다시 살아나서 다시는 결함도 없고 병도 없어진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이겼어요. 만일 그렇게 된다면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이라는 것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또 그렇게 되면 그분에 대해서 의심의 여지가 없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재난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하고 요셉이 중얼거린다.
  “재난이요? 왜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납득할 터인데요…”
  “오! 요한!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니 그래 당신은 외국 사람이요? 당신은 당신 동포들을 모르오? 도대체 언제 진리가 그들을 거룩하게 만들었소? 나한테는 모임에 오라는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 아무렇게도 생각되지 않소?”
  “우리 집에도 안 왔소. 그들은 우리를 의심해서 자주 따돌립니다.” 하고 디고데모가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가므리엘은 모임에 왔습니까?”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다의 가말라에서 앓아 누워있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아들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시메온은 무슨 말을 했소?”
  “아무 말도, 절대로 아무 말도 안 하더군요. 듣기만 하고 가버렸어요. 조금 전에 그의 아버지의 제자들과 같이 베다니아에 가느라고 지나갔습니다.”
  그들은 베다니아로 가는 길 쪽으로 난 서문에 거의 다다랐는데 요한이 외친다.
  “보세요! 문을 지키고 있어요. 대관절 왜 그러지요?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사람들을 붙잡는군요.”
  “시내가 어수선해요….”
  “오! 그렇지만 제일 강한 축에 드는 도시는 아닌데요….”
  그들이 성문에 이르자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정지 명령을 받는다.
  “무슨 이유로 그러는 것이오, 병사? 나는 전 안또니아에서 알려져있고, 당신들도 내게 대해서 나쁘게 말하지 못하오. 나는 당신들을 존경하고 당신들의 법률을 존중하오.” 아리마태아의 요셉이 말한다.
  “백부장의 명령입니다. 사령관이 시내에 들어오실 겁니다. 그래서 성문으로, 특히 예리고로 가는 길에 있는 성문으로 누가 나가는지 알려고 하는 겁니다. 우리는 당신을 압니다. 그렇지만 우리에 대한 당신의 감정도 압니다. 당신과 일행은 통과하시오. 그리고 백성에 대해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거든 조용히 있는 것이 그들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말하시오.
   본시오 총독은 그에게 불안을 품게 하는 인물들에 대한 그의 관례를 변경하기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너무 엄하게 될 수도 있단 말입니다. 성실한 사람인 당신에게 주는 의리 있는 충고요.” 그들은 통과한다.
  “들었소? 나는 답답한 나날이 올 것으로 예상해요. 백성들에게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충고해야 하겠소.” 하고 요셉이 말한다.
  베다니아로 가는 길은 모두 같은 방향인 베다니아로 가는 사람들로 꽉 메었다. 모두가 장례식에 가는 것이다. 사두가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 사이에 섞여가는 최고회의 위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 라자로가 도시와 농촌에 소유하고 있는 여러 가지 집과 소유지의 농부들과 하인들과 관리인 틈에 섞여 가는 사두가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 보이고, 베다니아가 가까워질수록 오솔길과 작은 길들에서 큰 길로 나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다.
  베다니아가 나타났다. 가장 위대한 시민의 상을 당한 베다니아가, 모든 주민이 그들의 제일 좋은 옷을 입고서 벌써 집 밖으로 나와 있고, 집들은 안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닫혀 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상가 안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호기심으로 인하여 길을 끼고 둘러쳐 있는 겪자 울타리 곁에 멈추어 섰다. 그들은 손님들 사이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살펴보고 그들의 이름과 그들에 대한 인상을 서로 주고받는다.
  “저기 나타나엘 벤 파바가 있군요. 오! 야곱의 친척인 늙은 마타티아스도! 안나의 아들도! 그가 도라와 깔라세보나의 아르켈라우스와 함께 있는 것을 보시오. 어! 갈릴래아 사람들이 어떻게 왔지요? 그 사람들이 모두 왔군요. 보시오. 엘리, 죠가나, 이스마엘, 우리아, 요아킴, 엘리야, 요셉…. 늙은 가나니아는 사두가이파의 사독과 즈가리야와 죠가나와 같이 있고요. 가므리엘의 시메온도 있는데, 혼자로군요. 스승이 같이 있지 않는데요. 저기 엘키아가 나훔과 펠릭스과 율법학자 안나와 즈가리야, 그리고 우리엘의 요나타와 같이 있습니다! 사울이 엘르아잘과 트리폰과 요아잘과 함께 있고요. 이 세 사람은 좋은 사람들이지요! 안나의 아들 또 하나 제일 젊은 사람이 있는데, 시몬 가밋과 이야기하고 있군요.
  필립보는 요한 아티빠트리데스와 함께 있고, 알레산데르와 이사악과 바바온의 요나도 있습니다. 사독도, 앗시데 사람들의 후손 유다도 있는데, 저 사람이 아마 그 계급의 마지막 사람이지요. 저기 여러 궁궐의 관리인들이 있고요. 충실한 친구들은 보이지 않는데요. 아이고, 사람이 많기도 하다!”
  참말이다! 사람이 많기도 하다. 모두가 거드름을 피우는데, 일부는 임시변통으로 꾸민 얼굴을 하고 있고, 어떤 이는 얼굴에 진정한 비통의 표를 나타내고 있다. 활짝 열린 큰 대문으로 모두가 꾸역꾸역 들어가는데, 선생님 주위에서 호의를 가지거나 적의를 나타내는 것을 내가 본 일이 있는 사람들이 모두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가므리엘과 최고회의 위원 시몬만 빼놓고는 전부 있다. 그리고 내가 한번도 본 일이 없거나 예수 주위에서 논쟁하는 것을 이름을 모른 채 보았을 다른 사람들도 보인다.
  유다교 교사들이 제자들을 데리고 또 율법학자들이 빽빽한 집단을 이루고 지나간다. 유다 사람들도 지나가는데 그들의 재산을 열거하는 것이 들린다. 정원에 사람이 가득 찼다. 그들은 자매에게 ―자매는 아마 관례에 따라 큰 대문 아래, 그러니까 집 밖에 앉아 있을 것이다―조문을 하고, 그런 다음에는 정원 안에 흩어져 끊임없는 빛깔의 잡탕을 이루고 계속 절들을 한다.
  마르타와 마리아는 극도로 혼란에 빠져 있다. 그들은 그들 집에 생긴 공허에 보살펴야 할 라자로가 없어진 지금 그들의 하룻날을 채우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에 놀란 두 계집애처럼 서로 손을 잡고 있다.
  그들은 손님의 말을 듣고 참된 친구들과 충실한 사용인들과 같이 울고 죽은 이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보다는 오히려 자기들을 보이기 위하여 온 위압적이고 엄격하며 쌀쌀한 표정을 지닌 최고회의 위원들 앞에 몸을 숙인다. 두 자매는 라자로의 최후에 대하여 묻는 사람들에게 같은 말을 수백 번 되풀이 하는데 지쳐서 대답을 한다.
  가장 확실한 친구인 요셉과 니고데모가 두 자매 옆에 자리 잡고 말은 많이 하지 않으나 긴 말보다도 더 위안이 되는 우정을 나타낸다. 엘키아가 같이 오랫동안 이야기한 가장 비타협적인 사람들과 같이 다시 와서 묻는다. “시신을 볼 수 없겠소?”
  마르타는 슬프게 손을 이마에 갖다 대면서 묻는다.
  “도대체 언제 이스라엘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까? 시체는 벌써 염을 끝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데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천천히 흘러내린다.
  “그것이 관례가 아닌 것은 사실이오. 하지만 우리는 보기를 바랍니다. 가장 충실한 벗들은 친구를 마지막 볼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누이들인 우리도 그런 권리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시체에 즉시 향료를 바를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오빠 방에 다시 갔을 적에는 붕대를 칭칭 감은 그의 형체밖에는 못 보았습니다….”
  “두 분은 분명한 명령을 내려야 했을 것입니다. 그 얼굴에서 수의를 쳐들지 못했소, 아니 쳐들지 못하시겠소?”
  “오! 벌써 썩었습니다…. 그리고 장례식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요셉이 개입한다. “엘키아, 우리가 지난 친 사랑으로 이분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 같소…. 두 자매를 조용히 둬 둡시다….”
  가므리엘의 아들 시메온이 엘키아의 대답을 막으면서 앞으로 나온다.
  “아버님은 오실 수 있게 되면 즉시 오실 것입니다. 제가 아버님 대신 왔습니다. 아버님은 라자로를 존경하십니다. 저도 그렇고요.”
  마르타는 몸을 구부리며 대답한다.
  “우리 오빠에 대한 스승님의 경의가 하느님께 보상받기를 바랍니다.”
  가므리엘의 아들 때문에 엘키아는 더 고집하지 않고 물러가서 다른 사람들과 의논을 하는데, 이 사람들은 그에게 이렇게 지적한다.
  “아니 당신은 악취도 맡지 못하오? 의심을 하고 싶은 거요? 뿐만 아니라, 우리는 그들이 무덤을 벽으로 막는지를 볼 거요. 공기 없이는 살지 못하지요.”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또 다른 한 떼가 자매들에게로 가까이 온다. 그들은 거의 모두가 갈릴래아 사람들이다. 마르타는 그들의 조문을 받은 다음 그들이 온 것이 놀랍다는 말을 안 할 수가 없다.
  “이거 보세요. 최고회의가 극도로 중요한 심의를 위해 소집되었어요. 그 때문에 우리가 도성에 온 것입니다.” 하고 가파르나움의 시몬이 설명하고 마리아를 쳐다본다. 그는 마리아의 회개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지만 그저 쳐다보기만 한다.
  저기 죠가나와 도라의 아들 도라와 이스마엘이 가나니아와 사독과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나온다. 그들은 입으로 말하기 훨씬 전에 독사와 같은 얼굴로 말을 한다. 그들은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할 수 있기 위하여 요셉이 니고데모와 같이 세 유다인에게 말하려고 물러서기를 기다린다. 늙은 가나니아가 쓰러져가는 늙은이의 쉰 목소리로 공격을 시작한다.
  “마리아, 어떻게 생각하나? 오빠의 수많은 친구 중에서 당신들 선생님만이 안 오셨구먼. 이상한 우정인데! 라자로가 건강할 때에는 그렇게도 많은 사랑을 보이셨는데! 그를 사랑할 때가 왔을 때에는 무관심하다니! 모든 사람이 그분에게서 기적을 얻었는데, 여기는 기적이 없단 말이야. 이거 봐, 이런 일을 어떻게 생각해? 갈릴래아의 미남 선생님이 당신을 많이 속였어, 많이. 이봐! 바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바라고 그분이 말씀하셨다고 당신이 그러지 않았어? 그러면 당신이 바라지를 않았나, 그렇잖으면 그분에게 희망을 두는 것이 아무 소용도 없나? 당신은 생명을 바란다고 말했지. 맞아! 그분은 자기를 <생명>이라고 말씀하셨어. 이봐! 하지만 저 안에는 당신 오빠가 죽어있고, 저기는 벌써 무덤 아가리가 벌어져 있어. 그리고 선생님은 안 오시고! 자, 봐!”
  “그분은 생명이 아니라 죽음을 줄 줄 아시는 거지요.”하고 도라가 미소를 띠면서 말한다.
  마르타는 얼굴을 숙여 양손에 파묻고 운다. 그것은 틀림없는 현실이다. 그의 바람은 완전히 저버려졌다. 선생님이 여기 안 계신다. 그들을 위로하러 조차 오지 않으셨다. 그렇지만 지금은 여기 와 계실 수 있었을 터인데, 마르타는 운다. 울 줄밖에 모른다. 마리아도 운다. 마리아도 현실을 대하고 있다. 그는 믿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믿고 바랐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벌써 하인들은 무덤 어귀의 돌을 치운다. 왜냐하면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데 겨울에는 해가 빨리 지고 또 오늘은 금요일이라, 손님들이 곧 시작될 안식일의 계율을 어기지 않도록 모든 일을 늦지 않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항상 바랐고 너무 바랐다. 그는 이 바람에 그의 힘을 소모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실망해 있는 것이다. 가나니아는 짓궂게 계속한다.
  “대답을 안 해? 이제는 그분이 당신들을 이용하고 경멸한 협잡꾼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어? 가엾은 여인들!”
  그러면서 그의 송사리들 가운데에서 머리를 흔드니, 이들도 그가 하는 대로 하면서 “가엾은 여인들!”하고 말한다.
  막시민이 다가와서 말한다. “시간이 됐어요. 명령을 내려요. 당신들이 할 일이예요. ”
  마르타는 주저앉는다. 사람들이 그를 도와서 하관할 시간이 된 것을 알고 곡을 시작하는 하인들의 부르짖음 사이로 부축하고 데려간다. 마리아는 경련적으로 손을 비튼다. 그는 애원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인들을 엔세매스와 샘 쪽으로 길이란 길에 전부 보내요. 말 탄 하인들을요. 선생님이 오시나 보라고 해요….”
  “아니, 아직도 바라고 있는 거야? 불쌍하게. 그분이 당신들을 배반하고 속였다는 것을 납득하려면 무엇이 필요하겠어? 그분은 당신들을 미워하고 업신여겼단 말이야….”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눈물로 뒤범벅이 된 얼굴을 하고 몹시 괴롭기는 하나 그래도 충실하게, 시체가 나오는 것을 보려고 모여 선 모든 손님이 만든 반원 안에서 마리아는 선언한다.
  “나자렛의 예수님이 이렇게 하신 것은 잘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베다니아의 우리 모두에 대한 그분의 사랑은 위대한 사랑입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영광과 그분의 영광을 위한 것입니다! 그분은 거기서 주님의 영광이 올 것이라고, 그것은 주님의 ‘말씀’의 능력이 완전히 빛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막시민, 일을 진행해요. 무덤은 하느님의 능력에 장애가 되지 않아요….”
  마리아는 달려온 노에미에게 부축되어 비켜서며 눈짓을 한다. 붕대를 칭칭 감은 시체가 집에서 나와 사람들이 두 줄로 늘어선 가운데로, 곡소리가 나는 가운데 정원을 건너지른다. 마리아는 따라 가려고 한다. 그러나 비틀거린다. 모든 사람이 벌써 무덤께로 가 있을 적에야 그들과 합류한다. 마리아는 움직이지 않는 긴 형체가 무덤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겨우 볼만한 여유 밖에 없게 무덤에 이른다. 무덤에는 시체를 들고 내려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계단을 비추려고 하인들이 들고 있는 횃불들이 붉게 타고 있다. 사실 라자로의 무덤은 오히려 땅 속에 파묻혀 있다. 아마 지하 암석층을 이용하기 위함인 것 같다.
  마리아는 울부짖는다…. 몹시 괴로워한다…. 울부짖는다…. 그리고 오빠의 이름과 함께 예수의 이름도 나온다. 그 이름들이 그의 가슴을 에는 것 같다. 그러나 마리아는 이 두 이름 밖에 부르지 않고, 무덤어귀에 도로 갖다 놓은 육중한 돌문 소리가 이제는 라자로의 시체조차도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려줄 때까지 그 이름들을 되풀이하여 부른다. 그 때에 마리아는 툭 쓰러지면서 아직도 탄식을 하는 동안 기절 상태 속으로 빠져 들어가 완전히 정신을 잃고 만다.
  “예수님! 예수님!” 사람들은 그를 데려간다.
  막시민이 남아서 손님들을 떠나보내면서 온 집안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감사한다. 그는 남아 있으면서 모든 사람이 매일 조상을 오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다….
  군중은 천천히 빠져 나간다. 맨 마지막 떠나는 사람들은 요셉, 니고데모, 엘르아잘, 요한, 요아킴, 요수에이다. 정원 입구 울타리에서 그들은 우리엘과 같이 있는 사독을 만나는데, 이들은 심술궂게 웃으면서 말한다.
  “그 사람의 내기! 우린 또 그걸 두려워했었소!”
  “아! 라자로는 분명 죽었소. 향료를 발랐는데도 어떻게나 악취가 풍기던지! 의심 없소, 없고말고! 수의를 들쳐볼 필요가 없었소. 벌써 구더기가 생겼을 것으로 생각하오.” 그들은 흐뭇해한다.
  요셉이 그들을 본다. 어떻게나 준엄한 시선인지 그들의 말과 웃음이 뚝 멎는다. 모든 사람이 황혼이 다 지나기 전에 시내에 들어가기 위하여 서둘러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