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로의 호흡을 덜 곤란하게 하려고 그의 방문이란 문, 창이란 창은 모두 열어 놓았다. 의식 없이 혼수에 빠져 있는 그의 둘레에는 두 누이동생, 막시민, 마르첼라와 노에미가 죽어가는 사람의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주의를 기울이며 있다.
  고통의 수축으로 입이 일그러져서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거나 눈꺼풀의 움직임으로 눈이 들어날 때마다, 두 누이동생은 한 마디 말, 눈길 하나라도 붙잡으려고 몸을 숙인다…. 그러나 그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그것들은 의지와 지능과는 관계없는 조정되지 않은 동작에 지나지 않으니, 의지도 지능도 이제는 움직이지 않고 쓸데없이 된 것이다. 그것들은 죽어가는 사람을 번들번들하게 하는 땀과 때때로 앙상한 손가락을 움직이고 그 관절을 수축시키는 진전(振顫)이 육체에서 오는 것처럼 육체의 고통에서 오는 동작들이다.
  두 누이동생은 그들의 목소리에 온 사랑을 담아 그를 부른다. 그러나 이름과 사랑이 지능의 마취상태의 장벽에 부딪히고 그들의 부름에 대한 대답으로는 무덤의 적요가 있을 뿐이다.
  노에미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계속하여 분명히 얼음장 같이 된 발에 모직 띠에 싼 벽돌들을 갖다 대어 놓는다. 마르첼라는 고운 헝겊이 담겨 있는 술잔을 두 손으로 들고 있고 마르타는 그 헝겊으로 오빠의 마른 입술을 적셔준다. 마리아는 다른 헝겊으로 죽어가는 오빠의 해골 같은 얼굴에서 줄줄 흘러내리고 손을 적시는 많은 땀을 훔쳐낸다.
  막시민은 죽어가는 사람의 곁에 있는 높고 우중충한 장에 기대서서 오빠에게 몸을 숙이고 있는 마리아 뒤에서 살펴본다.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마치 그들이 빈 집에, 적막한 곳에 있는 것처럼 완전한 고요가 흐른다. 뜨거운 벽돌들을 가져오는 하녀들은 맨발로 포석 위를 소리 없이 걷는다. 그들은 유령들 같다.
  마리아는 어느 순간 이렇게 말한다.
  “손이 다시 따듯해지는 것 같아 언니, 봐. 입술이 덜 창백하지.”
  “그래, 호흡도 좀 더 자유로워졌어. 얼마 전부터 살펴보고 있었거든” 하고 막시민이 지적한다.
  마르타는 몸을 숙이고 작게 그러나 강렬하게 부른다.
  “오빠! 오빠! 오빠! 마리아야, 봐라! 오빠가 미소 같은 걸 짓고 눈꺼풀을 움직였다. 마리아야, 오빠가 좀 나았다! 좀 나았어! 지금 몇 시냐?”
  “황혼이 조금 지났어.”
  “아!” 하고 마르타가 양손으로 가슴을 꼭 끼고 말없이 그러나 신뢰하는 기도를 드리는 분명한 모습으로 눈을 치켜뜨면서 몸을 일으킨다. 미소로 그의 얼굴이 환해졌다.
  다른 사람들은 놀라서 그를 바라다보고 마리아는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황혼이 지났다는 사실로 인해서 언니가 왜 기뻐하는지 알지 못하겠어….” 그러면서 의심쩍고 근심스럽게 마르타를 유심히 살핀다.
  마르타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에 가졌던 자세로 돌아간다. 하녀 한 사람이 벽돌들을 가져와서 노에미에게 건네준다. 마리아가 그에게 명한다.
  “등잔 두개를 가져오너라. 불빛이 어두워지는데, 난 오빠를 보고 싶다.” 하녀는 소리없이 나갔다가 이내 불이 켜진 등잔 두개를 들고 다시 들어온다. 하녀는 등잔 하나는 막시민이 기대 서 있는 장 위에 올려놓고 또 하나는 침대 저편에 있는 갸름한 천들과 작은 병들이 어수선하게 놓여 있는 탁자에 올려놓는다.
  “오! 마리아! 마리아! 봐라! 정말 덜 창백하다.”
  “그리고 덜 기진맥진한 것 같아. 깨어난다.” 하고 마르첼라가 말한다.
  “사라가 만든 향료든 포도주를 또 한 방울 주어요. 그게 효과가 있어요.” 마리아는 장위에 새 주둥이 모양으로 생긴 목이 아주 가는 작은 병을 집어 가지고 조심스럽게 포도주 한 방울을 벙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흘려 내려 보낸다.
  “천천히 해라, 마리아야, 숨이 막히지 않게!” 하고 노에미가 충고한다.
  “오! 삼켰어! 포도주를 찾고 있어! 언니, 봐! 보라고! 찾느라고 혀를 내밀어….”
  모두가 몸을 숙여 들여다보고 노에미는 라자로를 부른다.
  “소중한 것아! 네 젖어미를 봐라, 제발!” 그러면서 그에게 입 맞추려고 앞으로 나아간다.
  “저 봐! 보라고 노에미, 젖엄마의 눈물을 마셔! 젖엄마의 눈물이 입술 근처에 떨어졌는데 오빠가 그것을 깨닫고 찾아서 삼켰어.”
  “아! 기뻐라! 내가 옛날처럼 젖이 있었으면 내 염통을 마르게 해서 그런 다음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네 입에 방울방울 넣어 주겠다마는!”
  나는 마리아의 유모 노에미가 라자로의 유모로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인님들, 니고메데스 선생님이 또 오셨습니다.” 하고 한 하인이 문지방에 나타나면서 말한다.
  “들어오시라고 해라! 들어오시라고 해! 그분이 우리를 도와 오빠를 깨어나게 할 것이다.”
  “자세히 보세요! 자세히 보세요! 입술을 움직입니다.”하고 막시민이 말한다.
  “오빠가 손가락으로 내 손가락을 꼭 쥐어요!”하고 마리아가 부르짖으면서 몸을 숙이고 말한다. “오빠, 내 말 들려요? 내가 누구예요?”
   라자로는 실제로 눈을 뜨고 쳐다본다. 막연하고 흐리멍덩한 시선이지만 그래도 시선은 시선이다. 그는 어렵게 입술을 움직여서 “어머니!”하고 말한다.
  “나 마리아예요, 마리아! 오빠의 동생!”
  “어머니!”
  “너를 알아보지 못하고 어머니를 부르는구나. 죽어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렇단다. 하고 노에미가 얼굴이 눈물로 뒤범벅이 되어 말한다.
  “그렇지만, 그렇게도 오래간만에 말을 해요. 말을 한단 말이야. 그게 어디야…그 다음에는 좀 나을 거야. 아! 주님, 당신 여종에게 상을 주십시오!” 마르타는 또 열렬하고 신뢰하는 기도의 몸짓을 하면서 말한다.
  “아니, 언니 무슨 일이 있었어? 아마 선생님을 뵈었나 보지? 언니한테 나타나셨어? 말 좀 해줘요, 언니! 극도의 불안에서 날 구해 줘요!”하고 마리아가 말한다.
  니고메데스가 들어오는 바람에 대답이 안 나온다. 모두가 그를 향하여 어떻게 그가 떠난 뒤에 라자로의 상태가 더 나빠져서 죽어가게 될 정도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가 이미 죽은 줄로 생각했으며, 그러다가 어떻게 여러 가지로 보살펴서 그를 다시 깨어나게 하였는지를 이야기하는데, 다만 호흡하는 것만 낫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조금 전부터는 그들의 여자 중 하나가 향료든 포도주를 만든 다음에 어떻게 그의 몸에 온기가 돌아왔고 포도주를 삼키고 또 마실 것을 찾았으며, 어떻게 눈도 뜨고 말도 하였는지를 이야기 한다….
  그들은 모두가 다시 살아난 희망을 가지고 말을 하는데, 그 희망은 자기는 한 마디 하지 않고 그들이 말하게 내버려두는 의사의 약간 회의적인 침착에 부딪힌다.
  마침내 그들의 말이 끝나니 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좋습니다. 내가 보게 가만 계십시오.” 그는 침대에 가까이 가려고 그들을 헤치면서 등불들을 가져오라고 명하고 또 병자의 몸을 드러나게 할 터이니까 창문을 닫으라고 한다. 그는 병자에게로 몸을 굽히고 그를 부르고 그에게 질문을 하고, 이제는 눈을 뜨고 모든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이는 라자로의 얼굴 앞에 등불을 갖다대게 한다. 그런 다음 그의 몸을 드러나게 하고 호흡과 심장의 고동과 체온과 사지의 경직도를 조사한다…. 모두가 의사가 말하려는 것을 기다리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니고메데스는 다시 병자의 몸을 덮고, 또 한번 들여다보고 곰곰 생각하더니, 이윽고 몸을 돌려 거기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병자가 다시 기운을 좀 차린 것만은 부정할 수 없어요. 지금은 내가 아까 보았을 때보다 상태가 나아요. 하지만 착각하지 마시오. 이것은 일시적인 병세의 후퇴에 지나지 않습니다. 라자로의 최후가 가까웠다는 것을 아까도 그랬고 지금도 너무나 확신하기 때문에 보시는 것과 같이 만사를 제쳐 놓고 다시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그에게 죽음을 덜 괴롭게 하거나…혹은 또…기적을 보려고 한 것입니다. 마련을 했나요?”
  “예, 예, 니고메데스 선생님” 하고 마르타가 말을 막는다. 그리고 일체 다른 말을 못하게 하려고 이렇게 말한다.
  “그렇지만 선생님이…이제부터 사흘 후면…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어요…. 저는….” 그러면서 마르타가 운다.
  “그렇게 말했지요. 나는 의사입니다. 나는 임종과 울음 가운데에서 살아요. 하지만 고통을 보는 습관이 들었다고 해도 내 마음이 아직 돌같이 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오늘… 넉넉히 길고…막연한 말로…당신들의 마음을 준비시킨 것입니다. 하지만 내 지식으로는 더 빨리 결말이 날 것임을 알았고, 그래서 내 마음이 당신들을 동정해서 속이려고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자! 용기를 내시오…. 나가세요…. 죽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까지 사람들의 말을 듣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니고메데스는 울고 있는 모든 사람을 밖으로 밀어내면서 거듭 말한다.
  “용기를 내세요! 용기를 내요!”
  죽어가는 사람 옆에는 막시민이 남아 있다…. 의사도 임종의 괴로움을 덜어줄 수 있을 약을 만들려고 물러간다. 의사는 “임종이 매우 고통스러울 것으로 예측합니다.” 하고 말한다.
  “오빠를 내일까지 살게 해 주세요. 이제 밤이 다가옵니다. 선생님 아시겠어요? 선생님의 지식으로는 생명을 하루도 못 되는 동안 붙잡아 두는 것쯤 아무 것도 아니지 않아요? 오빠를 살려 주세요!”
  “마르타씨,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합니다. 그렇지만 심지가 다 타버렸을 때는 불꽃을 유지시킬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하고 의사는 대답하고 가버린다.
  두 자매는 서로 껴안고 비탄에 잠겨 우는데, 마리아가 더 많이 운다. 마르타는 마음속에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방 안에서 라자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명령하는 큰 목소리이다. 그렇게도 무기력한 가운데 있었기 때문에 예기치 않았던 그 목소리에 두 자매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라자로가 그들을 부르는 것이다.
  “마르타! 마리아! 어디들 있느냐? 나는 일어나서 옷을 입고 싶다! 선생님께 내가 병이 나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선생님을 만나 뵈러 가야한다! 마차를! 즉시. 그리고 빠른 말로 한 필, 확실히 선생님이 나를 고쳐 주셨다….” 그는 열로 인하여 불덩이가 된 몸으로 침대에 앉아 말을 또박또박 빨리 하면서 침대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다가 막시민에게 붙들린다. 막시민은 달려 들어오는 여자들에게 “헛소리를 해요!”하고 말한다.
  “아니야! 놔 둬요! 기적이다! 기적이야! 아! 그 기적을 일으키게 해서 나는 기쁘다. 예수님이 아시자마자, 조상들의 하느님, 당신의 능력과 당신의 메시아 때문에 축복받으시고 찬미 받으십시오….”
  무릎을 꿇은 마르타는 기쁨에 취해 있다. 그러는 동안에 라자로는 점점 더 열에 들떠서 말을 계속한다. 마르타는 열이 모든 것의 원인인 줄 깨닫지 못한다.
  “선생님이 그렇게도 여러 번 나를 보러 오셨으니 내가 선생님을 찾아가 뵙고 ‘병이 나았습니다’하고 말씀드리는 것이 마땅하다. 나는 병이 나았다! 이젠 아프지 않아! 나는 튼튼해. 일어나고 싶다. 가고 싶다. 하느님께서 인종을 시험하고자 하셨으니 사람들이 나를 새 욥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리고 거창한 몸짓을 하면서 엄숙한 어조로 말한다.
  “‘주님은 욥의 속죄에 감동하시어… 그가 가졌던 것을 곱으로 갚아주셨다. 그리고 주님은 욥의 만년을 청년시대보다도 한층 더 축복하시어…그는 때까지 살았다.’ 천만에, 나는 욥이 아니다! 나는 불꽃 속에 있었는데 그분이 나를 꺼내 주셨고, 괴물의 뱃속에 있다가 환한 세상으로 다시 나왔다. 그러므로 나는 요나이고, 다니엘의 새 어린이이다….”
  누가 불러서 의사가 갑자기 나타난다. 그는 라자로를 관찰하고 말한다.
  “정신착란입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썩은 피가 뇌를 태우는 것입니다.” 그는 애써 라자로를 다시 누이고 붙잡고 있으라고 당부하고 나서 다시 밖으로 나가 탕약을 달인다.
  라자로는 사람들이 그를 붙잡는 것을 약간 화를 내고 그러는 동안 어린 아이처럼 울기 시작한다.
  “오빠가 정말 정신착란을 일으켜요” 하고 마리아가 괴로워하며 말한다.
  “아니야. 아무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너희는 믿을 줄을 몰라. 그렇고 말고! 너희는 모른다…. 지금 이 시간에 선생님은 오빠가 죽어간다는 것을 아신다. 그래, 내가 그렇게 했다. 마리아! 네게는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렇게 했어….”
  “아! 바보 같으니! 언니는 기적을 망쳐 버렸단 말이야!” 하고 마리아가 부르짖는다.
  “아니라니까! 너도 봤지, 요나가 선생님을 만나 뵌 시간에 오빠의 병세가 나아지기 시작한거. 헛소리를 하기는 한다…. 그건 분명해…오빠는 허약하고, 오빠를 벌써 움켜쥐고 있던 죽음 때문에 아직도 뇌가 몽롱하게 되어 있어. 그렇지만 의사가 믿고 있는 그런 정신착란은 아니야. 오빠의 말을 들어봐라! 어디 저것이 헛소리들이니?”
  과연 라자로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죽음의 명령에 머리를 숙이고 죽는 것이 얼마나 견딜 수 없는지를 맛보았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내 인종에 만족한다고 말씀하시고 나를 생명과 내 누이동생들에게 돌려주신다. 나는 주님을 더 섬기고 마르타와 마리아와 함께 나를 거룩하게 할 수가 있을 것이다…. 마리아와 함께? 마리아가 뭐야? 마리아는 가엾은 라자로에게 예수님이 주신 선물이다.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셨어…. 그 때부터 얼마나 시간이 흘렀나? ‘너희들의 용서가 무엇보다도 많은 일을 하리라. 그 용서가 나를 도와줄 것이다.’ 선생님은 이렇게 약속하셨지. ‘마리아가 네 기쁨이 될 것이다’ 하고. 그리고 그 날 그 애가 자기의 치욕을 이곳에, 거룩하신 분 곁에 가지고 왔기 때문에 내가 화를 낸 그날, 그 애를 돌아오게 하시려고 얼마나 간곡한 말씀을 하셨던가!
  그 애의 마음을 감동 시키려고 지혜와 사랑이 결합했었다…. 그리고 그 애를 위해, 그 애의 속죄를 위해 내가 몸을 마치려고 하는 것을 발견하신 저번 날은?…. 나는 속량(贖良) 된  그 애를 누리기 위해 살고 싶다! 그 애와 함께 주님을 찬미하고 싶다. 강물 같은 눈물, 모욕, 치욕, 고민… 모두가 내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고, 그 애의 잘못으로 내 생활을 죽였다… 여기 불이, 큰 가마의 불이 있다! 그 불이 기억과 더불어 다시 온다…. 테오필로와 에우카리아의 마리아, 내 누이동생. 매춘부. 그 애는 여왕이 될 수 있었는데 진흙이 되었다. 돼지까지도 짓밟는 진흙 말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그리고 사람들의 멸시를 꾹 참아야 하지 않고서는 그들 있는 데 갈 수가 없게 되었고, 그 애 때문에! 몹쓸 계집애야, 어디 있느냐? 네가 몸을 판 것처럼 몸을 판 것을 보면 아마 빵이 없었던 모양이지? 젖엄마의 젖에서 무엇을 빨아 먹었느냐? 네 어머니가 무엇을 가르쳐 주셨느냐? 한 사람은 음탕을 가르치고 한 사람은 죄를 가르쳐 주었느냐? 가라! 우리 집안의 치욕!”
  그의 목소리는 하나의 부르짖음이다. 그는 미친 것 같다. 마르첼라와 노에미는 반향을 줄이려고 서둘러 문들을 꼭 꼭 닫고 두꺼운 커튼을 내린다. 한편, 의사는 방으로 다시 들어와 정신착란을 가라앉히려고 애를 쓰나 아무 소용이 없고 점점 더 노기를 띤다.
  마리아는 넝마 조각처럼 땅바닥에 쓰러져 죽어가는 사람의 준엄한 단죄를 받으며 흐느껴 운다. 죽어가는 사람의 단죄는 계속된다.
  “애인이 하나, 둘, 열. 이스라엘의 치욕거리는 이 품에서 저 품으로 옮겨 갔다…. 어머니가 돌아가고 계셨다. 그런데 그 애는 음란한 사람 속에서 몸을 떨고 있었다. 야수! 흡혈귀! 너는 네 어머니의 목숨을 빨아 먹었다. 너는 우리의 기쁨을 망쳐버렸다. 마르타는 너 때문에 희생됐다. 창녀의 언니를 누가 아내로 맞느냐? 나는… 아! 나는 테오필로의 아들이요, 신사인 라자로는… 아펠의 개구쟁이들이 내게 침을 뱉었다. ‘저기 간음한 여자, 부정한 여자의 공범이 있다’고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말하면서 내가 그 애와 접촉해서 묻은 죄를 물리친다는 것을 나타내려고 옷을 털곤 했다. 내가 성전에 올라갈 때면 ‘여기 죄인이 있다! 죄지은 자를 칠 줄 모르는 자도 죄인이다’하고 스승들이 외쳤고 나는 사제들의 불을 뿜는 눈총을 받으며 땀을 흘리곤 했다…. 불. 너다! 마리아, 너는 마귀니까 네 안에 있는 불을 토한 것이다. 너는 더럽다. 너는 저주다. 네 불은 모두를 사로잡았다. 네 불은 수많은 불로 이루어졌고, 네가 지나갈 때에는 3단(段) 그물에 걸린 고기들같이 보이는 음란한 남자들을 사로잡는 불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내가 왜 너를 죽이지 않았느냐? 나는 너를 살려두어 그 많은 가정을 파멸시키고 천명에게 죄의 기회를 준 탓으로 지옥에서 불살라질 것이다….
  ‘죄의 기회를 가져오는 자는 불행하다’고 누가 말하느냐? 누가 그렇게 말하느냐 말이다. 아! 선생님이시다! 나는 선생님을 원한다! 선생님을 원해! 그분이 나를 용서하시도록, 나는 선생님께 그 애를 죽이지 못한 것은 그 애를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는 선생님을 원한다! 왜 여기 안 계시냐? 나는 살고 싶지 않다! 다만 죄의 기회를 살려 두어서 내가 준 죄의 기회의 용서를 받고 싶다. 나는 벌써 불꽃 속에 들어 있다.
  마리아의 불이다. 그 불이 내게 붙었다. 그 불은 모든 사람을 사로잡았었다. 그 애에게는 음탕을, 우리에게는 증오를 주고 내 육체를 태우기 위해서이었다. 이 담요들을 멀리 치워라. 모두 멀리 치워라! 나는 불 속에 들어 있다. 그 불이 내 육체와 정신을 사로잡았다. 나는 그 애 때문에 멸망했다. 선생님! 선생님! 용서를 주십시오! 선생님이 안 오신다. 그분이 라자로의 집에 오실 수가 없지. 이 집은 그 애 때문에 두엄 구덩이가 되었다.
  그러면… 잊고 싶다. 모든 것을. 나는 이제 라자로가 아니다. 포도주를 다오. 솔로몬은 말했다 ‘마음이 찢어진 사람들에게 포도주를 주어라. 그들이 술을 마시고 그들의 비참을 잊게, 그들의 고통을 더는 기억하지 못하게!’ 이제 나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 모두가 이렇게 말한다. ‘라자로는 부자다. 유다에서 제일 큰 부자다!’ 그것은 참말이 아니다. 모든 것이 지푸라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금이 아니다. 또 집들은? 뜬 구름이다. 포도밭, 오아시스, 정원, 올리브나무 과수원은? 아무 것도 아니다. 속임수다.
  나는 욥이다. 이제 나는 가진 것이 하나도 없다. 나는 진주를 하나 가졌었다. 아름다운 진주를! 무한한 값어치가 있는. 그것이 내 자랑거리였다. 그 진주는 마리아라고 불렀다. 나는 이제 그 진주가 없다. 나는 가난하다. 모든 사람 중에서 제일 가난하다. 모든 사람 중에서 가장 배신당한 사람이다. 예수님조차도 나를 속이셨다. 그 애를 내게 돌려주시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오히려 그 애는…마리아가 어디 있느냐? 저기 있구나. 꼭 이교도 창녀 같구나. 이스라엘의 여인, 성녀의 딸이 말이다!
  반라의 몸으로 술이 취하고 미치광이 같은 것이… 그리고 그 둘레에는… 내 여동생의 벗은 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그 애 애인들의 떼가…그리고 그 애는 그렇게 감탄하며 바라보고 탐내는 것을 보고 웃는다. 나는 내 죄를 속죄하기를 원한다. 나는 이스라엘을 두루 다니며 말하고 싶다.
  ‘내 동생 집에 가지들 마시오. 그의 집은 지옥으로 가는 길이오. 그 길은 죽음의 심연으로 내려갑니다’ 하고. 그런 다음 그 애를 찾아가서 짓밟아주고 싶다. ‘부정한 여자는 누구나 길에 있는 쓰레기처럼 짓밟혀야 한다’는 말이 있으니까 말이다.
  오! 너는 너 때문에 불명예스럽게 되고 파멸해서 죽어가는 내 앞에 나타날 용기가 있단 말이냐? 네 영혼을 도로 사기 위해, 효과도 없이 내 목숨을 바친 내 앞에? 네가 어떻게 되기를 내가 원했느냐고? 이렇게 죽지 않기 위해서 네가 어떻게 되기를 원했느냐고?
  나는 네가 이렇게 되기를 원했다. 순결한 처녀 수산나와 같이 되기를… 그들이 너를 유혹했다고? 그래 네게는 너를 지킬 오빠가 없었느냐? 수산나는 스스로 이렇게 대답했다.
  ‘주님 앞에서 죄를 짓기 보다는 당신들 손아귀에 드는 것이 내게는 낫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그의 순진함을 빛나게 하셨다. 나는 너를 유혹하는 자들에게 그 말들을 해서 너를 지켰을 것이다. 그러나 너는! 너는 떠나가 버렸다. 유딧은 과부였는데, 옆구리에 고대를 두르고 재를 지키면서 외딴 방에서 혼자 살았다. 그리고 주님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매우 존경했다. 그래서 그를 이렇게 찬양한다.
  ‘너는 예루살렘의 영광이고 이스라엘의 기쁨이며 우리 민족의 명예이다. 네가 씩씩하게 행동했고 네 마음이 강했으며, 네가 순결을 사랑해서 결혼한 뒤로는 딴 남자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께서는 너를 강하게 하셨고 너는 영원히 축복받을 것이다.’만일 마리아가 유딧과 같았더라면 주님은 나를 고쳐 주셨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애 때문에 그렇게 못하였다. 그래서 나도 병 낫기를 청하지 않았다. 그 애가 있는 곳에는 기적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죽는 것, 고통을 당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 애가 구원되기 위해서는 열 번하고 또 열 번, 죽고 또 죽어도 좋다. 오! 지극히 높으신 주님! 모든 죽음을! 모든 고통을 주십시오! 그러나 마리아가 구원을 받게! 한 시간만 마리아를 누리게, 단 한 시간만 누리게 해 주십시오! 어렸을 때처럼 다시 성녀가 되고 깨끗해진 그 애를! 그 기쁨을 한 시간만! 우리 집의 금처럼 값진 꽃이요, 부드러운 눈을 가진 귀여운 영양이며 저녁의 꾀꼬리요 사랑스러운 비둘기인 그 애를 영광으로 여기게 해주십시오….
  나는 선생님께 이것을 말씀드리기 위해 그분을 원한다. 마리아! 마리아! 오너라! 마리아! 네 오빠가 얼마나 괴로운지 모른다! 마리아야! 하지만 만일 네가 돌아오면, 네가 속죄를 하면 내 고통은 가벼워진다. 마리아를 찾아라! 이제 끝장이다! 나는 죽는다! 마리아! 불을 밝혀라! 공기를 …나는…나는 숨이 막힌다…. 오! 내가 얼마나 큰 고통을 느끼는지…!”
  의사는 손짓을 하며 말한다.
  “끝장입니다. 정신착란 뒤에는 혼수가 오고 그리고 죽음입니다. 하지만 지능이 다시 깨어날 수 있지요. 가까이들 오시오. 특히 당신. 그는 그것이 기쁠 것입니다.” 그리고는 그렇게 흥분을 한 뒤에 기진맥진한 라자로를 다시 누이고는 땅바닥에 쓰러진 채 “말을 못하게 해요”하고 부르짖으면서 울고 있는 마리아를 데리러 가서 일으켜서 침대로 데려온다.
  라자로는 눈을 감았다. 그러나 무섭게 고통을 당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오직 몸이 떨리고 얼굴이 찌푸려질 뿐이다. 의사는 물약으로 그를 도와주려고 애쓴다…. 이렇게 하여 시간이 얼마 동안 지난다.
  라자로가 눈을 뜬다. 그는 조금 전에 자기가 어떠하였는지를 잊은 것 같다. 그러나 의식은 있다. 누이동생들에게 웃고 그들의 손을 잡으려고 그들의 입맞춤에 응하려고 애쓴다. 그는 극도로 창백하여진다. 그리고 신음한다. “추워…” 그러면서 이를 딱딱 마주치며 입까지 가리려고 한다.
  그는 끙끙거리며 말한다.
  “니고메데스 선생, 이제는 고통에 저항할 수가 없게 되었어요. 늑대들이 내 다리의 살을 발라내고 내 염통을 뜯어 먹습니다. 아이고, 아파! 그런데 임종이 이러하면 죽음은 어떻겠어요? 어떻게 하지요? 아! 선생님이 여기 계셨으면! 왜 모셔오지 않았어요? 나는 선생님의 품에 안겨 행복하게 죽었을 텐데…”그러면서 운다.
  마르타는 마리아를 엄한 눈으로 본다. 마리아는 언니의 눈초리를 깨닫고 또 아직 오빠의 헛소리에 압도되어 가책에 사로잡혀 있다. 마리아는 침대에 바싹 붙어 무릎을 꿇은 채 오빠의 손에 입 맞추려고 몸을 숙이며 탄식한다.
  “내가 잘못했어요. 언니는 벌써 이틀 전부터 그렇게 하려고 했지만, 내가 못하게 했어요. 선생님이 오빠가 돌아가신 뒤에나 기별을 하라고 우리 보고 말씀하셨기 때문이었어요. 용서해 줘요! 일생의 모든 고통은 내가 오빠에게 주었어요…. 그렇기는 하지만 나는 오빠를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해요. 선생님 다음으로는 오빠를 그 누구보다도 더 사랑해요. 그리고 제 과거를 용서해 준다고 말해 주세요. 제가 평화를 주세요….”
  “아가씨! 병자에게는 충격이 필요치 않아요.”하고 의사가 상기시킨다.
  “맞습니다…. 예수님을 오빠에게 모셔다 드리지 않은 것을 용서한다고 말해주세요.”
  “마리아! 너 때문에 예수님이 여기 오셨고…너를 위해 그분이 여길 오시는 거다…. 네가 모든 사람보다 더 사랑할 줄을 알았기 때문이다…. 네가 그 누구보다도 나를 더 사랑했다…. 더없이 즐거운…생활도 네가 내게 누리게 한 기쁨을… 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네가 축복을 준다…. 네가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기를…잘 했다고…나는 말하겠다…. 나는 몰랐었지만…이제는 안다…. 내 분명히 말하지만… 잘 됐다…. 나를 죽게 도와다오!…. 노에미, 젖엄마는 옛날에…나를 잠들게 할 수가 있었지….축복받은 마르타 … 내 평화…막시민…예수님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모든 사람을… 용서해라…. 아! 몹시 경련이!… 공기를!… 빛을!… 모든 것이 흔들린다…. 너희 모두의 둘레에는 빛 같은 것이 있어… 내가 너희를 쳐다보면 눈이 부시다… . 말해라…. 크게….” 그는 왼손을 마리아의 머리에 얹고 오른손은 마르타의 손에 내맡겼다. 숨을 헐떡인다….
  사람들은 그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리고 베개를 더 갖다 놓고 니고메데스는 물약 몇 방울을 또 마시게 한다. 그의 가엾은 머리는 가라앉다가 치명적인 포기에 다시 떨어지고 만다. 온 생명이 호흡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도 눈을 뜨고 그의 머리를 받치고 있는 마리아를 보며 미소를 지으면서 그에게 말한다.
  “엄마! 그 애가 돌아왔어요…. 어머니! 말씀하세요! 어머니의 목소리… 어머니는… 하느님의 …비밀을…아시지요…. 내가… 주님을 섬겼어요?….”
  마리아는 슬픔으로 인하여 아주 힘이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주님이 오빠에게 이렇게 말씀하셔요. ‘너는 내 모든 말을 들었고 내가 보낸 말씀을 사랑했으니, 착하고 충실한 종아 나와 같이 오너라’하고요.”
  “안 들려! 더 크게!”
  마리아는 더 큰 목소리로 되풀이해 말한다….
  “정말 엄마군요…!”하고 라자로는 만족하여 말하면서 누이동생의 어깨에 머리를 내맡긴다….
  그는 이제 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신음과 경련으로 떨림만이, 다만 땀과 헐떡거림만이 있다. 이제부터는 이 세상과 애정에 대한 감각이 없어지게 되어 점점 더 절대적인 것이 되어가는 죽음의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눈꺼풀이 흐릿하게 된 눈으로 내려오는데, 거기에는 마지막 눈물 한 방울이 반짝인다.
  “니고메데스 선생님! 몸을 내맡겨요! 몸이 차져가요!…”하고 마리아가 말한다.
  “아가씨, 죽음은 그에게 위안입니다.”
  “살게 해 주세요! 내일은 예수님이 틀림없이 여기 오실 겁니다. 즉시 떠나셨을 거예요. 어쩌면 하인의 말을 타셨든지 혹은 다른 말을 타셨는지도 몰라요” 하고 마르타가 말한다. 그리고 동생을 향하여
  “오! 선생님을 더 빨리 모셔오게 네가 내버려 두었더라면!” 하고 말한다.
  그리고 의사에게 “오빠를 살게 해 주세요!”하고 부르르 떨면서 강요한다.
  의사는 양팔을 벌린다. 강심제를 써본다. 그러나 라자로는 삼키지를 못한다. 헐떡거리는 소리가 더해지고…또 더해진다…. 그 소리는 가슴을 엔다….
  “아이고! 그 소리를 들을 수가 없구나!…”하고 노에미가 탄식한다.
  “예, 긴 임종을 하는군요…”하고 의사가 말한다.
  그러나 의사가 아직 말을 다 마치지도 않았는데, 라자로는 활 모양으로 휘었다가 척 늘어지는 온 육체의 경련과 더불어 마지막 숨을 짓는다. 누이동생들은 이 경련을 보고 이렇게 축 늘어지는 것을 보고… 통곡한다. 마리아는 입맞춤을 하면서 오빠를 부른다. 마르타는 의사에게 매달리지만, 의사는 죽은 사람에게로 몸을 구부리고 말한다.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제는 기적을 기다리기에는 때가 너무 늦었습니다. 이제는 기다릴 것이 없어요. 너무 늦었어요…! 아가씨들, 나는 갑니다. 이젠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요. 장례식을 지체하지 마십시오. 벌써 썩었으니까요.”
  그는 죽은 사람의 눈에 눈꺼풀을 내리쓸고 들여다보면서 또 말한다.
  “불행입니다! 덕이 있고 영리한 사람이었는데, 죽어선 안 될 사람이었는데!” 그는 두 자매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울음소리가 방에 가득 찼다. 마리아는 이제는 힘이 없어져서 오빠의 시체 위에 쓰러져서 후회를 큰 소리로 외치고 용서를 빈다. 마르타는 노에미의 품에 안겨서 운다. 그러더니 마리아가 부르짖는다.
  “언니는 믿음도 없고 순종도 안 했어. 나는 처음에 오빠를 죽였지만, 언니는 지금 오빠를 죽인거야. 나는 죄로, 언니는 불복종으로 죽인 거야.”
  마리아는 꼭 미친 여자 같다. 마르타가 그를 일으키고 입 맞추고 사과한다. 막시민, 노에미, 마르첼라는 두 자매에게 이성을 되찾고 체념하게 하려고 애쓴다. 그들은 예수를 상기시킴으로 그렇게 하기에 이른다….
  고통이 좀 더 정리되고 눈물을 흘리는 하인들이 방을 가득 채우고 매장하는 일을 맡은 사람들이 방으로 들어오는 동안 두 자매가 그들의 고통을 슬퍼하도록 다른 데로 데려간다. 그들을 데리고 가는 막시민이 말한다.
  “라자로는 밤 2경에 숨을 거두었어요.”
  그러자 노에미가 말한다.
  “안식일이 오니까 내일 중으로 해지기 전에 묻어야 하겠다. 너희들은 선생님이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루라고 말씀하셨다고 그랬지….”
  “예, 막시민이 그 일은 맡아 봐야겠어요. 나는 어리둥절하니까” 하고 마르타가 말한다.
  “하인들은 멀리 있는 사람들과 가까이 사는 사람들에게 보내고 명령을 내리겠어요” 하고 막시민이 말하며 물러간다.
  두 자매는 껴안고 운다. 이제는 서로 비난을 하지 않는다. 그저 울고 있으면서 서로 위로를 하려고 애쓴다…. 시간이 흐른다. 시체를 그의 방에서 염한다. 띠 모양의 천으로 칭칭 감고 수의를 입힌 긴 형태이다.
  “왜 벌써 이렇게 감싸 놓아?” 하고 마르타가 외치며 꾸지람을 한다.
  “주인님… 코에서 악취가 풍기고 시신을 움직였더니 썩은 피가 나왔습니다.” 하고 늙은 하인이 변명하며 말한다.
  두 자매는 더 크게 운다. 그 붕대를 감으니 라자로가 벌써 더 멀리 가 있는 것 같다…. 죽음의 먼 곳으로 한 발 더 간 셈이다. 두 자매는 시신 곁에서 울면서 새벽까지, 요르단 강 건너편에서 하인이 돌아올 때까지 밤샘을 한다. 하인은 대경실색하여 있으나 그래도 가져오려고 심부름을 갔던, 예수께서 오신다는 대답을 가지고 돌아왔다.
  “오신다고 하셨니? 꾸지람은 하시지 않았고?” 하고 마르타가 묻는다.
  “아닙니다, 주인님.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마. 여주인들에게 내가 가겠다고 말해라. 그리고 믿음을 가지라’고. 또 그전에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안심하라고 일러라. 그것은 죽을병이 아니고 하느님의 영광이다. 하느님의 능력이 당신 아들을 통해 찬미받기 위한 것이다.’ ”
  “정말 그런 말씀을 하셨어? 틀림없니?” 하고 마리아가 묻는다.
  “주인님, 길을 오는 동안 줄곧 이 말씀을 되풀이 하셨습니다.”
  “자, 가거라. 고단하겠다. 모든 일을 잘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너무 늦었다!…” 하고 마르타가 한숨짓는다. 그리고 동생하고만 남아 있게 되자 큰 소리로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언니, 왜 그래?….”
  “오! 죽음 외에도 환멸의 비애가 있구나! 마리아! 마리아! 이번에는 선생님이 잘못 생각하셨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오빠를 봐라. 확실히 죽었지! 우리는 믿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희망을 가졌었는데, 그것이 소용이 없었다. 내가 선생님을 모시러 보낸 건 분명히 잘못이었다. 오빠가 벌써 살아있다기보다는 더 죽어 있었으니까. 우리의 믿음은 효과도 없었고 갚음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우리에게 그것은 죽을병이 아니라고 말하게 하신다! 그럼 선생님이 이제는 진리가 아니시냐? 이제는 진리가 아니셔…. 오! 모두! 모두! 모두가 끝장이야!”
  마리아는 제 손을 비튼다. 마리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 현실은 현실이다…. 그러나 그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의 예수를 반대하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마리아는 운다. 정말 기진맥진하였다. 마르타의 마음에는 고정관념이 하나 있다. 너무 늦게 서둘렀다는 생각이다.
  “그건 네 탓이야” 하고 마르타는 비난한다.
  “선생님은 이렇게 우리의 믿음을 시험하려고 하셨다. 그야 순종해야지. 그렇지만 우리의 믿음 때문에 불복종도 해야 했고, 그분만이 기적을 행하실 수 있고 행하셔야 한다는 걸 보여 드려야 했어. 우리 가엾은 오빠! 오빠가 선생님을 그렇게도 원했는데! 적어도 뵙는다는 이것은 원했는데! 가엾은 우리 오빠! 불쌍하고 가엾어라!”
  그리고 울음은 비통한 부르짖음으로 변하고, 문 저쪽에서는 동양풍속에 따라 남녀 하인들의 울음소리가 마르타의 울음소리에 응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