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너는 이제 나의 이른바 수난에 앞섰던 모든 고통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실제 내 수난의 고통을 알려 주마. 너희가 곰곰이 생각하면 너희들의 정신에 더 충격을 주는 그 고통들을 말이다. 그러나 너희들은 그 고통들을 대단히 적게, 너무 적게 묵상한다. 너희들은 내가 너희를 위하여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 너희들의 구원이 어떤 고통으로 얻어진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하지 않는다.
  찰과상이나 타박상이나, 두통을 가지고도 불평을 하는 너희들이 내 온 몸이 상처  투성이었고, 그 상처들이 많은 물건으로 인하여 악화되었고, 물건들 자체도 자기들의 창조주를 괴롭히는 데 사용되었다. 그것은 그 물건들이 그것들을 만드신 만물의 아버지이신 그분에 대한 경의를 가지지 않고 이미 고통을 당한 천주 성자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건들은 죄가 없었다. 언제나 죄가 있는 것은 역시 사람이었다. 그가 지상낙원에서 사탄의 말을 들은 날부터 죄인이었다. 선택된 피조물인 사람을 위하여 창조된 물건들이 그때까지는 가시와 독과 잔인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느님께서는 그 사람을 왕으로 삼으셨고, 당신의 모습대로 당신과 비슷하게 만드셨고, 온정에 넘치는 사랑으로 물건들이 사람에게 올가미가 될 수 있기를 원치 않으셨다. 마귀가 올가미를 놓았다. 우선 사람의 마음 속에 올가미를 놓고, 그 다음에는 사람을 위하여 죄의 벌과 더불어 가시 돋힌 줄기와 가시들을 생산하였다.
  그래서 사람인 나는 사람들에 의하여 고통을 당한 것과 마찬가지로 물건들을 위하여 물건들에 의하여도 고통을 당하였다. 사람들이 나를 모욕하고 학대하였는데 물건들은 모욕과 학대의 무기였다.
  하느님께서 사람을 위하여, 사람을 짐승과 구별하기 위하여 만드셨던 손,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쓰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던 손, 하느님께서 정신의 명령을 이행하는 능력을 주셔서 정신과 관계를 맺어 주셨던 손, 너희들의 지극히 완전한 부분이 그에게서 애정의 표시와 병들었을 때에는 치유밖에는 받지 않았던 하느님의 아들에 대하여 애정의 표시밖에는 하지 말았어야 할 너희들의 그 부분이, 하느님의 아들에게 반항하여 뺨을 때리고, 주먹으로 치고, 채찍질을 하고, 못뽑이가 되어 머리털과 수염을 뽑고, 망치가 되어 못을 박았다.
  순전히 하느님의 아들을 경배하러 가기 위하여만 재빠르게 달려야 하였을 사람의 발들은 나를 잡으러 오고, 내 사형집행인들을 향하여 나를 길로 밀고 끌며, 뒤로 물러서는 노새에 대하여도 그렇게 하는 것이 옳지 않은데, 내게 발길질을 하는데 빨랐다.
  말(言)을, 창조된 모든 동물 중에서 사람에게만 주어진 말을 하느님의 아들을 찬미하고 찬양하기 위하여 써야 했을 사람의 입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과 거짓말을 잔뜩 머금고 그것들을 침과 함께 내게로 내뱉았다.
  그의 천상 기원의 증거인 사람의 정신은 더할 나위 없이 엄혹한 고문을 생각해내는 데 힘을 다 썼다. 사람, 사람 전체가 그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을 써서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사람은 고문하는 것을 모든 형태로 도와 달라고 땅에게 요청하였다. 그는 개울의 돌도 내게 상처를 입히기 위해 던지는 물건을 만들었고, 나뭇가지로는 나를 때리는 곤봉을, 삼을 꼬아서는 살 속으로 파고들면서 나를 끄는 밧줄을, 가시로는 지친 내 머리를 찌르는 불과 같은 관을, 광물로는 흥분한 채찍을, 갈대로는 고문 도구를, 길에 있는 돌로는 십자가에 달려 죽기 위하여 죽어 가면서 올라가는 사람의 비틀거리는 발이 걸리는 덫을 만들었다.
  그리고 땅의 물건들에 하늘의 물건들이 가담하였다. 올리브산의 고뇌로 이미 기진맥진한 내 몸에 와 닿는 새벽의 추위, 상처를 악화시키는 바람, 상처의 쓰라림과 열을 더하고 파리와 먼지를 끌어들이고, 결박된 손으로 가릴 수가 없는 피로한 눈을 시리게 하는 햇빛 따위이다.
  그리고 하늘의 물건에 사람에게 그의 나체를 가리라고 준 섬유들, 즉 채찍이 되는 가죽, 채찍으로 찢어진 상처에 달라붙고 움직일 때마다 마찰과 찢음으로 고통을 주는 옷의 양털 따위가 가담하였다.
  모든 것, 모든 것, 모든 것이 하느님의 아들을 괴롭히는 데 쓰였다. 만물이 그를 통하여 창조된 그가 하느님께 바쳐진 재물이었던 그 시간에 만물이 그에게 적의를 품고 있는 것을 맞았었다. 마리아야, 네 예수는 아무 것에서도 위안을 받지 못하였다. 성이 잔뜩 난 독사들처럼 존재하는 모든 것이 내 몸을 물고 내 고통을 증가시키기 시작하였다.
  너희들이 고통을 당할 때에 그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고, 너희들의 불완전을 내 완전과, 내 고통을 너희 고통과 비교하면서 아버지께서 그 시간에 나를 사랑하지 않으신 만큼 너희들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인정하고, 따라서 내가 그분의 준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사랑한 것과 같이 너희들 전체를 바쳐 아버지를 사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