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 나자렛의 집, 보통 마리아가 식사할 때에 있는 작은 방을 본다.
지금 마리아는 흰 아마포 일감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 마리아는 등불을 밝히려고 일감을 내려놓는다. 어둠이 내려와서 정원 쪽으로 반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푸르스름한 빛은 넉넉지 못하다. 마리아는 창문을 닫는다. 나는 그의 임신 기간이 상당히 경과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러나 마리아는 아직 매우 아름답다. 걸음걸이가 자연스럽고, 그의 온 몸가짐이 우아하다. 곧 아기를 낳게 될 여자에게서 볼 수 있는 둔중함은 조금도 없다. 다만 얼굴만이 변하였다.
  이제는 “여인”이다. 맨 처음 영보 때에는 침착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을 한, 순진하며 순결한 어린아이의 얼굴을 한 아주 어린 처녀였다. 그 후 엘리사벳의 집에서 세례자가 태어났을 때에는 마리아의 얼굴이 세련되었었고, 그의 아름다움이 원숙해졌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용한 얼굴이지만, 모성 안에서 완전에 이르는 여인의 다정스러운 위엄의 빛을 띤 얼굴이다.
  마리아가 지금은 실제로 위엄과 은총이 가득한 “여인”이 되었다. 그의 미소까지도 위엄있는 상냥한 빛을 띤다. 마리아는 참으로 아름답다!
  요셉이 들어온다. 작업장의 문으로 해서 들어오지 않고 바깥문으로 해서 들어오는 것을 보면 마을에서 돌아오는 것 같다. 마리아는 얼굴을 쳐들고 그에게 미소를 보낸다. 요셉도 마리아에게 미소한다. 그러나 그는 피로하고 걱정이 있는 것 같다. 마리아는 무슨 일인가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며 그를 살펴본다. 그러다가 일어나서 요셉이 벗고 있는 겉옷을 받아서 긴 의자 위에 놓는다.
  요셉은 식탁 가까이에 앉는다. 식탁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머리를 한 손으로 괴고, 그동안 다른 손으로는 수염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 하면서 어떤 생각에 골몰해 있다.
  “무슨 걱정이 있어서 괴로워하시는 거예요?” 하고 마리아가 묻는다.
  “제가 위로해 드릴 수 있겠어요?”
  “마리아, 당신은 언제나 내 위로요. 그러나 이번은 큰 걱정이요‥‥당신 때문에.”
  “저 때문이라구요? 요셉, 무슨 일인데요?”
  “회당 문에 그들이 포고를 갖다 붙였소. 팔레스티나 전주민의 호구조사령이오. 본적지에 가서 등록을 해야 하오. 우리의 경우에는 베들레헴으로 가야 하오‥‥.”
  “오!” 하고 마리아는 가슴에 손을 얹으면서 말을 가로막는다.
  “충격적인 소식이지 않소? 힘드는 일이라는 것을 나도 아오.”
  “아니예요, 요셉. 그런 것이 아니예요. 저는‥‥ 저는 성서를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벤쟈민의 어머니이고 야곱의 아내이며, 그에게서 구세주라는 별이 나게 될 라켈을 생각하는 거예요. 베들레헴에 묻힌 라켈을 말이예요. 그런데 베들레헴에 대하여는 이렇게 씌어 있어요. ‘베들레헴 에프라타, 너는 유다의 가장 작은 고을이다마는 너에게서 영도자가 나올 것이다.’다윗 가문에 언약된 영도자가 그곳에서 날 거예요‥‥.”
  “당신은‥‥ 당신은 때가 벌써 왔다고 믿는거요? 아! 어떻게 한다?” 요셉은 완전히 막막하다. 그는 동정의 눈길로 마리아를 바라본다.
  마리아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미소를 짓는다. 요셉에게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미소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 같은 미소이다. “그는 사람이다, 의인이지만, 사람이다. 그는 사물들을 인간으로서 보고 인간으로서 생각한다. 내 영혼아, 그를 불쌍히 여기고, 사물을 정신으로 판단하도록 그를 이끌어 오너라.” 그러나 마리아는 친절로 요셉을 안심시킬 마음이 생긴다. 마리아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걱정에서 생각을 딴 데로 돌리게 하려고 애쓴다. “요셉, 저는 모르겠어요. 때는 가까웠어요. 그렇지만 주님께서 당신의 걱정을 없애시려고 때를 늦추실 수 있지 않겠어요? 주님은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여행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누가 아오? 마땅한 숙소를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돌아올 시간은 있을까? 그리고 만일‥‥만일 당신이 그곳에서 아기를 낳게 되면 어떻게 한단 말이요? 우리는 집도 없고 ‥‥이제는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는데‥‥.”
  “염려 마세요, 모든 것이 순조로울 거예요. 하느님께서는 새끼를 낳아야하는 짐승에게 은신처를 찾게 해 주셔요. 그런데 당신의 메시아를 위해서는 은신처를 발견하지 못하게 하시겠어요? 하느님을 믿읍시다. 그렇지요?
  그분을 항상 믿읍시다. 시련이 크면 클수록 신뢰를 더 가져야 해요. 두 어린아이와 같이 그분의 아버지 같은 손에 우리 손을 맡깁시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그분께 우리를 완전히 맡겨 드립시다. 하느님께서 지금까지 우리를 얼마나 사랑으로 인도하셨는지 보세요? 아버지도, 아버지들 중에서 제일 착한 아버지도 우리에게 그만큼 배려를 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그분의 아들이 되고 종이 되어 그분의 뜻을 따릅시다. 아무런 불행도 우리에게 올 수 없어요. 이 포고까지도 하느님의 뜻이에요. 도대체 카이사르가 누구입니까? 하느님의 손에 들려 있는 하나의 연장이에요. 아버지께서 사람을 용서해 주시기로 결정하신 때부터 그분은 당신의 그리스도가 베들레헴에서 나도록 미리부터 사건들을 결정해 놓으셨어요. 유다의 가장 작은 고을인 베들레헴은 아직 존재하지도 않았는데, 그 영광이 벌써 예고되었어요. 이 영광이 나타나야 했어요. 하느님의 말씀은 거짓말을 할 줄을 모르니까요 -만일 메시아가 다른 곳에서 나면 하느님의 말씀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될거예요- 그래서 여기서 아주 먼 곳에 권력자가 일어났어요. 그는 우리를 정복했고, 지금, 세상이 평화를 누리고 있는데, 자기 신인의 수효를 알고자 해요‥‥오! 요셉, 우리가 이 평화의 순간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면 우리가 좀 피로한 것쯤이 무엇이에요? 이걸 생각하세요. 세상에 증오가 없는 한 때! 그 빛은 숭고하고 그 영향은 구속인 “별”이 뜨기에 이보다 더 다행스러운 시간이 있을 수 있어요? 아아! 요셉, 두려워하지 마세요. 만일 길이 안전하지 못하고 군중 때문에 길을 가기가 어렵게 되면 천사들이 우리를 지키고 호위할 거예요. 우리를 호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왕을 호위하는 것일 거예요. 만일 우리가 은신처를 찾아내지 못하면 천사들이 그들의 날개로 우리를 보호해 줄 거예요. 우리는 아무런 불행도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 일도 있을 수 없을 거예요.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니까요.”
  요셉은 넋을 잃고 마리아를 쳐다보며 그의 말을 듣는다. 그의 이마의 주름살이 펴지고 미소가 다시 나타난다. 그는 걱정없이 우울한 기분없이 일어난다. “당신은 복된 여인, 내 영혼의 태양이오! 복된 당신은 모든 것을 당신 안에 가득한 은총의 빛으로 볼 줄을 아는구려! 그러면 시간을 허비하지 맙시다. 할 수 있는 대로 빨리 떠나야 하고‥‥ 할 수 있는 대로 빨리 돌아와야 하오. 여기는 그‥‥ 그‥‥를 위해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우리 아들을 위해서지요, 요셉.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여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아버지께서는 그의 강생을 신비로 둘러싸셨어요. 그러니 그 비밀을 폭로하는 것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예요. 예수, 그가 때가 되면 그 일을 할 것입니다‥‥.”
  마리아가 “예수”라고 말할 때 그의 얼굴, 시선, 표정, 목소리의 아름다움은 묘사할 수가 없다. 그것은 벌써 황홀이다.

  -그리고 이 황홀로 환상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