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심하여 다른 남자에게로 간 애인을 의자에 앉힌 채 손을 뒤로 묶어 놓고 노래가 시작된다.

노래 종반부에 여자가 가까스로 밧줄을 풀고 도망치자, 지드래곤(GD)은 ‘사람 없는 곳으로 가자. 둘만 있고 싶어서 그래, 이제 넌 아무데도 못 가’ 한 후, 뒤쫓아가서 수차례 칼로 찌른다.

살인 퍼포먼스 자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GD가 여성을 위협하며 손찌검을 할 때도, 칼을 뽑을 때도, 심지어 칼로 찌를 때도 여학생들의 열광적인 환호성이 뒤따랐다는 사실이다.

피범벅이 된 시체 옆에서 GD가 망연자실한 표정과 사악한 표정이 교차되는 얼굴을 하고 앉아 있는 장면에서 ‘이상한 소문이 들려. 한 남자가 누굴 찾으려 온 동네를 다 들쑤셨다고, 이상한 소문이 들려. 한 여자가 엊그제 저녁 비명과 함께 사라졌다더군’이라는 가사와 함께 퍼포먼스가 끝난다.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기쁨의 함성과 박수다.

왜 이 여학생들은 한 생명이 무참히 죽어가는 각 단계마다 환호하고 열광할까?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여중생들의 심오한(?) 정신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GD와 연인 관계였던 그 여자는 일단 질투의 대상이 된다. 여학생 팬들은 칼에 난자당해 죽어가는 그 여성을 타자화시켜 버리면서, 그 여인이 당하는 고통에 공감하며 경악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쾌감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런 문화상품을 열성적으로 즐기며 큰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진다. 도덕성 발달의 기초인 공감능력이 청소년기에 훼손되기 때문이다.

타인의 고통에서 쾌감을 느끼는 병리적 심리가 싸이코패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미국의 극장 총기난사 사건은 문화상품의 폭력성이 청소년들의 무의식에 흘러들어가서 실제화된 경우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사생팬 혹은 세칭 빠순이 문화의 깊은 함정이다. 완성되어 가는 존재-청소년으로 살기가 무척 어려운 시대이다.

– 이광호(베네딕토·생명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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