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봐’. 2009년 K-Pop을 전세계에 각인시킨 최고의 뮤비다. 도대체 소녀시대는 무슨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기에 그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것일까? 그 이유를 탐구하기 전에 맥락과 무의식의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아기가 타고 있어요!’라는 팻말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운전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아기가 불에 타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타다’라는 동사에 많은 의미가 있지만, 실생활에서 의미혼란이 전혀 없는 것은 맥락효과 때문이다.
특정 맥락은 그 상황에 맞는 의미만을 활성화시키고 그렇지 않은 의미는 무의식적으로 저지·억압해 버린다.
기획사는 뮤비 안에 무슨 맥락을 설정해 놓고, ‘소원을 말해봐’라는 줄기찬 요구를 하는 것일까?
‘난 그대 소원을 이뤄주고 싶은 행운의 여신’의 가사가 나오는 뮤비 장면에는 윤아와 제시카가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면서 노래하는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있는데, 그 뒷배경은 핑크빛 침대다. 4분의 뮤비에 침대 배경이 무려 20회 가까이 등장한다.
예쁜 소녀 캐릭터들이 육체적 매력을 강조하는 집단 댄스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침대를 배경으로 소원을 말해보라고 반복한다면, 과연 남성 무의식 안에서 활성화되는 소원은 무엇일까?
이 뮤비는 섹스에 대해서 직접적으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소녀를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소비시키는 데 완벽하게 성공했다.
필자가 이 뮤비를 처음 봤을 때의 직관적 느낌은 ‘공포’였다. 식별과 성찰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 공포감의 근원을 찾을 수 있었고, 그 내용을 최근 서울대교구 신학생 6학년에게 강의했다. 신학생들은 자신들의 환상이 무너지는 아픔과 진실을 통찰하게 되는 기쁨을 동시에 체험했다.
‘知者不惑(지자불혹)-지혜로운 자는 미혹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시대에는 식별력을 갖추지 않으면 아름다움으로 포장된 악에 끌려다니기가 너무도 쉽다. 자세한 내용은 필자 블로그의 강의 동영상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