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기도

  1855년 어느날, 성 디치어스 수도원 원장인 길라우메(Guillaumet) 신부는 아르스(Ars)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타고 있던 차의 승객들의 입에서는, 가난하게 살면서 몹시 여윈 몸으로 초인간적인 사목활동을 함으로써 당시 ‘아르스의 성자’ 라고까지 불리던 요한 마리아 비안네(Vianney) 신부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가 행한 기적과 신비스런 표징이며 영혼을 꿰뚫는 시각, 그리고 아주 내밀한 비밀을 찾아내는 관찰력, 기이하고도 놀라운 예언, 악마가 밤마다 이 신부와 더불어 치루는 섬뜻한 소동, 온갖 사람들을 신앙의 감동에 젖게 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전환시키는 분, 눈에 띄는 회개의 힘과 설교와 그리스도 교회를 전수하는 분으로 비안네 신부는 그곳에 있는 모든이들의 화제가 되고 있었다.

  그런데 길라우메 신부 옆에는 다른 지역에서 온듯한 어떤 부인이 칠흙같이 검은 옷을 입고서 아무 말없이 침묵을 지키며 앉아 있었다. 그가 아르스에서 하차하려 할 때 그 부인이 입을 열어 말을 건넸다.

  “신부님, 제가 아르스까지 신부님을 따라가도 괜찮을까요? 그렇게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마음이 심란해서 여행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길라우메 신부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부인의 부탁을 들어 주었다. 둘은 차를 바꾸어 타고서 아르스의 그 성당 앞에서 내렸다. 오전 11시 미사가 막 끝나고 있었다. 그래서 신부는 부인을 성당과 사제관 사이로 데리고 갔다. 그때 아르스 본당의 주임 사제인 비안네 신부가 성당에서 나왔는데 그는 무릎을 꿇고 인사하는 군중들을 뚫고 나와 바로 이 부인에게로 다가와서는 그녀의 귀에 대고 말했다.

  “그는 구원받았소!”

  그 부인은 재빨리 일어섰다. 비안네 신부는 다시 말했다.
  “그는 구원받았소!”
  
  그 부인은 믿지 못하겠다는 몸짓을 했지만 비안네 신부는 한 마디 한 마디 강조하면서 말했다.

  “당신에게 말하겠는데, 그는 구원을 받았소. 그는 연옥의 불속에 있습니다. 그러니 그를 위해 기도하십시오. 다리 난간에서 강물로 뛰어들 때 그는 통회했고, 그에게 그 같은 은총을 역사하신 것은 성모님이십니다. 아직 그가 살아있던 오월 성모성월을 기억하십니까? 믿음은 없었지만 그는 때때로 당신의 기도에 합류했습니다. 그 때문에 당신 남편은 마지막 순간에 통회하고 자비를 입은 것입니다.”

  이때 그 옆에 서 있던 길라우메 신부는 낯선 여인에게 하는 비안네 신부의 수수께끼 같은 이 말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그는 하느님께서 얼마나 놀라운 통찰력을 당신의 종 비안네 신부에게 부여하셨는지를 또다시 알게 되었다. 그 부인은 그곳을 떠나기 전에 길라우메 신부를 다시 찾아왔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에는 처음 볼 때와는 다른 평화에 찬 안정과 명랑함이 감돌고 있었고 절망적인 표정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부인은, 비안네 신부와 정신적인 체험을 공유할 수 있게 해준 데 대해 길라우메 신부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의사들은 건강을 위해 여행을 해야 한다고 제게 권유했었지요. 그러나 저는 병이 든 것이 아니라 제 남편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인해 절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 남편은 생전에 믿음을 가지진 않았었지만 저는 그가 하느님께 돌아올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던거예요. 그가 다리 난간에서 강물로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저는 제 남편이 신앙을 가지지 않은데다 자살까지 했으니 분명 저주를 받았으리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 완전히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서로 결코 볼 수 없겠다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영원히!
  그런데 신부님, 어제 비안네 신부님이 ‘그는 구원받았소.’ 하고 저에게 하신 말씀을, 더구나 한 번 더 반복하신 그 말씀을 신부님께서도 들으셨지요? 게다가 다리 난간에서 강물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와 제가 성모성월이면 집에서 올리는 묵주기도에 믿음을 갖지 않은 제 남편도 자주 같이 기도드렸었다는 것을, 또 자살하려고 뛰어들 때 통회의 은총을 받았다는 말씀도 하셨지요. 남편은 구원을 받았고 이제 하늘에서 그를 다시 보게 될 희망으로 가득차 제 마음은 치유되었습니다.”

  이 여인은 우연히 아르스에 왔다가 전혀 본 적도 없고 비안네 신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던 터였는데 이 체험으로 절망의 검은 구름은 흩어졌고, 낙담하고 있던 곳에 하늘이 활짝 열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올 성모님께서 그의 기도에 대한 답례로서 죽음의 순간 통회의 은총으로 구원해 주셨다는 확신감으로 그 부인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아 사랑하올 어머니시여, 당신께 향한 이들이 당신에게서 버림받았다는 말을 결코 들어본 적이 없나이다.”

– 마리아 7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