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nglish Works of Sir Thomas More, London, 1557, p.1454)
하느님께 내 모든 희망을 걸고 내 전부를 맡기겠다.
내 사랑하는 마르가리따야,
내 지난 날의 죄를 볼 때 나는 하느님께로 부터 마땅히 버림받아야 할 몸임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분의 무한한 사랑에다 내 신뢰를 걸고 또 마음을 다하여 희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까지 하느님의 거룩한 은총은 나를 굳세게 해주시어 나로 하여금
양심을 거슬러 서약하는 것보다 기쁜 마음으로 재물과 토지와 생명마저 잃을 수 있게 해주셨다.
하느님께서는 또 국왕의 마음을 움직이시고 그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주시어 아직은 나에게서 자유만을 빼앗도록 하셨다.
이 자유를 나에게서 거두실 때 하느님께서는 이제까지 내 신앙을 북돋아 주시고자
그토록 허다하게 베풀어 주신 당신의 커다한 영적 은혜들 가운데서 내가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이
가장 큰 은혜라고 생각토록 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하느님의 은총을 불신할 수없다.
하느님께서 원하신다면 국왕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를 대하게 하시어 그가 나에게 아무 해를 입히지 않게 하실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내가 나의 죄 때문에 응당히 받아야 할것 이상으로 고통받게 하기를 원하신다면,
그분의 은총이 나로 하여금 인내의 마음으로 그리고 어쩌면 기쁜 마음으로까지 그것을 받아들일 힘을 주실 것이리라고 확신한다.
내가 고통을 잘 참아 낸다면 이것을 내 인내심의 공로를 훨씬 초월하는 주님의 쓰라린 수난의 공로와 결합시키시어,
내가 연옥에서 당할 고통을 줄여 주시고 천상에서 받을 상급을 늘려 주실 것이다.
마르가리따야, 내 비록 허약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느끼고 있지만, 절대로 하느님을 불신하지 않겠다.
나를 쓰러뜨릴 정도의 두려움을 내가 느끼어 되어도 성 베드로에게 생긴 일을 기억하겠다.
돌풍이 일자 약한 믿음 때문에 물 속으로 빠져 들기 시작한 그가
그리스도를 부르면서 도움을 간구한 것처럼 나도 그를 본받아 그리스도께 간구하겠다.
그때 주님께서는 당신의 거룩한 손을 뻗치시어 폭풍에 휩싸인 이 바다에서 나를 붙들어 올리시어 물에 빠져 들지 않게 하시리라.
그런데 내가 베드로를 답습하여 나도 그처럼 유혹에 넘어져 주님을 모른다고 맹세하고 또 맹세하게 된다면,
(하느님의 자비는 내가 그런 상태에 빠지지 않게 해주시고 혹시라도 빠진다면 유익보다는 해가 되게 해주기를)
그때에도 베드로를 인자하게 굽어보신 것처럼 나도 연민에 찬 시선으로 굽어보시고
다시 일으키시어 내 양심의 진실을 다시금 고백하게 하시고
이 세상에서 내 잘못에 대한 수치와 마음의 괴로움을 느끼도록 해주실 것입니다.
여하튼 나는 이것만은 분명히 알고 있다.
마르가리따야, 하느님께서는 내 잘못이 아니라면 결코 버림받는 자가 되게 하는 것을 허락치 않으실것이다.
나는 하느님께 내 희망을 걸고 내 전부를 그분께 맡기겠다.
그러나 내 잘못 때문에 버림받은 자 된다 해도 이것은 하느님의 정의와 찬미와 영광이 될 것이다.
마르가리따야, 하느님이 너그러우신 자비는
이 불쌍한 영혼을 구하시고 내가 그 자비를 찬미할 수 있게 해주시리라 굳게 믿으며 이를 조금도 의심치 않는다.
내 사랑하는 딸아, 이 세상에서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걱정하지 말아라.
하느님이 허락하시지 않으면 그 어떠한 일도 생길 수 없다.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겉보기에 그것이 나쁜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참으로 가장 좋은 것이 되리라고 나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