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영광이신 마리아
모든 피조물(被造物)들보다 더 완전하게, 이 세상에서 이미 하느님과의 합일(合一)을 실현하시고 하느님 안에서의 완전한 변모(變貌)를 실현하신 분은, 바로 예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이시다. 십자가의 요한 성인이 단언한 것처럼, 대단히 확실한 진리(眞理)가 여기에 있다: ‘지극히 영화로우신 동정녀, 우리 어머니께서는 하느님에 의해 처음부터 이 높은 상태에로 올림을 받으셨다.'[162]
마리아께서 영성적(靈性的)으로 그토록 위대하신 이유는, 그분이 바로 ‘예수의 어머니’이시라는 특전에서 유래한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거룩하신 아드님께서 우리의 형제가 되시기를 원하셨을 때, ‘당신 팔의 큰 힘을 떨치시고'[163], 당신 전능(全能)으로서 아드님을 위해 가장 아름다우시고 가장 거룩하시고 가장 합당한 어머니를 마련하셨다.
하느님은 마리아 안에서, 거룩하게 하시는 당신의 권능, 당신의 무한한 권능을 -그 자체로서 무한하지만 마리아가 피조물(被造物)이라는 사실에서만 한계를 가진 그런 당신의 권능을- 드러내셨다.
설사 마리아에게 주어진 선물이 유일하고 가장 위대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마리아를 지켜주시고 그 잉태에 있어서 ‘원죄없으신 분’이 되게 하셨다는 사실은, 하느님의 이 의지(意志)에 대한 한 가지 표징이다.
사실, ‘피조물(被造物)들 중 가장 겸손하신 분’께서 말씀하신 다음과 같은 말씀은 우리로 하여금 ‘합일(合一)과 하느님 안에서의 변모(變貌)’라는 이 엄청난 은총이 그 영혼 안에 감추어져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예감하게 한다:
‘전능하신 분이 내게 큰 일을 하셨음이라!'[164]
● 우리의 모범이신 마리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 아무 것도 드리지 않고 오로지 받기만 하셨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마리아께서는 그토록 위대한 선물들을 넘치도록 받으셨지만, 당신께서 모든 덕(德)들, 특히 신덕(信德)과 애덕(愛德)을 끊임없이 실천하심으로써, 하느님의 이 업적을 가능하게 했고 하느님의 활동에 협조하셨다.
우선 신덕(信德)에 있어서, 마리아는 당신의 일생을 통해서 특히 다음과 같은 때에 영웅적인 신덕(信德)을 실천하셨다. 즉:
– 처녀이신 당신이 구세주를 낳으실 것이라고 알리는 천사의 말씀을 당신이 믿으셨을 때,
– 당신 아드님이 태어나시고 성장하시는 것을 지켜보시고 그분이 바로 당신의 창조주이심을 믿으셨을 때,
– 또 당신 아드님이 십자가에 못박히시고 모든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으시고 무덤에 묻히시는 것을 보고 그분이 부활하실 것을 믿으셨을 때, 마리아는 위대한 신덕(信德)을 실천하셨다.
그래서 엘리사벳은 마리아의 방문을 받고 그분을 만났을 때에 ‘당신은 믿으셨으니 참으로 복되십니다'[165] 라고 했던 것이다.
애덕(愛德)에 있어서도, 마리아는 역시 영웅적인 애덕(愛德)을 실천하셨다. 즉:
– 당신의 동정성(童貞性)을 봉헌하신[166] 바로 그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천사의 전갈을 받으시고 대답하신 ‘예!’라는 대답으로부터 예수님의 십자가 아래에서 완성된 사랑의 순교(殉敎)에 이르기까지 당신의 의지(意志)를 온전히 복종시킨 바로 그 하느님의 의지(意志)에 대한 사랑 안에서,
– 또 당신께서 일생동안 겸손하고 말없는 봉사행위를 예수님과 성 요셉과 엘리사벳과 사도들에게 실천하심으로써 드러내신 이웃에 대한 사랑 안에서, 마리아는 역시 위대한 애덕(愛德)을 실천하셨다.
● 우리의 중재자이신 마리아
우리가 이미 언급했던 것처럼, 마리아의 온갖 위대함의 원천은 그분의 신적(神的) 모성(母性)이다. 하느님께서 마리아를 거룩하게 하신 것, 다시 말해서 가능한 한 최고로 또 가능한 한 가장 완전한 단계에까지 당신과 일치시키시고 변모시키신 것은 바로 이 신적(神的) 모성(母性)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은 그 정도에서 중단되지 않았고, 말씀의 육화(肉化)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당신께 동의(同意)할 것을 마리아에게 부탁하기까지 하시게 되었다.
하느님께서는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내게 이루어지소서'[167] 하신 마리아의 응답을 들으신 후에야 인류구원이라는 당신 과업을 실행에 옮기셨다.
실제로 하느님께서는, 말씀의 육화(肉化)가 온전히 마리아의 자유로운 선택 -그것으로 그 신비(神秘)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동의(同意)- 에 달려있게 되기를 바라셨으나, ‘피조물(被造物)들 중 가장 거룩하신’ 마리아께서 온 마음을 다해서 ‘예!’ 하는 응답을 하시리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계셨다.
그런데, 영원으로부터 존재하시는 삼위일체(三位一體)께서 -인간을 하느님께 일치시키는 신비(神秘)의 실현(實現)에 대한 그의 동의(同意)에 복종하시면서- 신비스러운 방법으로 이 피조물(被造物) 앞에 무릎을 꿇으신 까닭에, 인간이 하느님께로부터 받는 다른 모든 일치와 변모의 은총들이 사실상 오로지 마리아의 동의(同意)와 중재(仲裁)를 통해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녀께서 모든 은총들의 중재자이시고, 말하자면 ‘은총의 통로’이시며, 하느님께서 그 길을 통해서 우리에게 오시기로 작정하신 ‘길’이시며, 또한 그 길을 통해서 우리가 당신께로 나아가기를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그런 ‘길’이시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의 유일한 구원이신 예수님도 마리아를 통하지 않고서는 우리에게 주어질 수 없다.
이 ‘길’을 얻음으로써, 우리는 하느님의 구원계획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예수님 안에서 우리 자신의 변모를 통해 하느님을 찬미하게 되며, 끝없는 천상 행복 안에서 하느님을 누리게 되고, 거기서 우리는 영원히 다음의 노래를 부르게 될 것이다:
‘삶의 길을 몸소 가리켜 주시니
당신 모시고 흡족할 기꺼움이,
당신 오른편에서 누릴 즐거움이 영원하리이다.'[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