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심좋은 집에서 식사가 끝났다. 예수께서는 열두 사도와 제자들과 늙은 집주인과 같이 나오신다. 그들은 “큰 샘”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거기에 멎지는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북쪽을 향하여 길을 계속한다. 그들이 가는 길은 비록 오르막길이기는 하지만, 마차와 말이 다닐 수 있는 진짜 도로이기 때문에 편리하다. 저 위 산꼭대기에는 육중한성 또는 요새가 있는데, 그 독특한 형태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두덩어리의 건축물이 서로 지면의 높이가 몇 미터 다르게 지어져서, 제일 뒤에 있고 또 제일 잘 요새화된 건축물이 다른 건축물에 비하여 한층 높이 올라앉아서 다른 것을 내려다보고 보호하는 것 같다. 네모난 형태의 육중한 탑들이 굽어보는 높고 넓은 담이 두 건축물을 연결하지만두 건축물은 그래도 오직 하나의 전체를 이룬다. 그것은 그 두 건축물이 오직 하나의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그 성곽은 능보(稜堡)의 무게를 더 잘 받쳐 주기 위하여 기초에 수직(垂直)이거나 약간 비스듬한 삐죽삐죽한 돌로 쌓은 것이다. 서쪽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북쪽과 남쪽 두 쪽은 깎아질려 내려가 산과 한 덩어리가 된다. 산은 외따로 떨어져 있고, 이 두 쪽은 깎아지른 듯한데, 내 생각에는 서쪽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늙은 베냐민은 어떤 주민이든지 자기 도시에 대하여 가지는 긍지 때문에, 성(城)임과 동시에 도시의 방어물인 분봉왕의 성을 칭찬하고, 그 아름다움과 강력함과 견고함을 열거하고, 빗물받이 웅덩이들과 못들과 자유로운 공간의 편리함과 넓은 시야와 위치등등을 늘어놓는다. “로마인들까지도 이 성이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로마인들은 이런 일에는 정통합니다!…”하고 노인이 말을 끝마친다. 그리고는 또 덧붙인다. “저는 관리인을 압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을 들어가게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팔레스티나에서 가장 넓고 가장 아름다운 파노라마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예수께서는 친절하게 들으신다. 다른 사람들은, 파노라마를 하도 많이 본 그들은 빙그레 웃는다. 그러나 노인이 하도 친절해서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예수께 아름다운 것들을 보여드리고 싶어하는 그의 소망에 찬성한다.
그들은 꼭대기에 이르렀다. 전망은 성으로 들어가는 대문 앞에 있는 작은 광장에서도 정말 아름답다. 그러나 노인은 “오십시오, 오세요!…안쪽에서는 더 아름답습니다, 성채의 제일 높은 부분으로 올라갑니다. 두고 보세요……”하고 말한다. 그들은 너비가 여러 미터가 되는 넓은 성곽에 파놓은 어두운 입구로 들어가서 마침내 관리 인과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마당에 이른다. 두 친구는 서로 인사를 하고, 노인은 그의 방문의 목적을 설명한다.
“이스라엘의 선생님?! 필립보가 여기 없는 것이 유감이군요. 선생님의 명성이 그에게까지 알려졌기 때문에 선생님을 보기를 바랐었어요. 필립보는 진짜 선생님들을 사랑합니다. 그분들만이 그의 권리를 옹호했으니까요. 또 진짜선생님들을 좋아하지 않는 안티파스를 비웃기 위해서 그러기도 합니다. 이리들 오십시오, 오세요!….”그 사람이 처음에는 예수를 곁눈질해 보았다. 그리고는 왕에 어울리는 절을 하여 경의를 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은 출입구 또 하나를 지나간다. 그러니까 둘째 마당이 나타나고 쇠로 만든 문이 또 하나 나타나는데, 그리로 해서 셋째 마당에 들어가게 된다. 셋째 마당 너머로는 깊은 도량과 성채의 탑들이 얹혀진 성벽이 있다. 군인들과 당번병들의 호기심 많은 얼굴이 사방에 보인다. 그들은 성채로 들어가서, 층계로 해서 능보로 올라가고, 거기서 탑으로 올라간다. 탑에는 예수만이 관리인과 베냐민과 열두 사도하고만 들어가신다. 그 이상은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 그들만으로도 벌써 콩나물 시루같이 빽빽하게 왔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능보에 남아 있다. 그러나 예수와 예의 동행들이 탑위에 있는 작은 옥상에 나가 그들의 모든 얼굴을 돌로 된 흉벽(胸壁) 위에서 아래로 숙였을 때 그 전망이란! 요새의 가장 높은 쪽인 서쪽에 있는 담에서 몸을 내밀면, 이 산 밀에 펼쳐져 있는 가이사리아 전체가 내려다보이는데, 도시가 평평하게 되어 있지 않고 부드러운 비탈에 세워졌기 때문에 잘 보인다. 가이사리아 저쪽으로는 메론 호수 못 미쳐 있는 기름진 평야 전체가 펼쳐진다. 초록색이 펼쳐진 위에 맑은 하늘 조각같이 빛나는 청록색의 맑은 물같은 결정면을 가진 연초록색의 작은 바다 같다. 그리고 평야 주변 여기저기에 퍼져 있는 은빛나는 올리브나무로 줄무늬가 쳐진 짙은 에머랄드빛깔의 목걸이들같이 걸쳐 있는 기분좋은 야산들이 있고, 그리고는 꽃이 만발한 나무들이나 꽃핀 나무 덤불로 이루어진 공중에 떠 있는 깃털장식들이 있다.…그러나 북쪽과 동쪽을 바라다보면, 육중한 레바논산과 만년설을 이고 햇빛에 반짝이는 헤르몬산과 이투레아의 산들이 보인다. 그리고는 티베리아 호수의 야산들과 가울라니티드의 산들 사이에 생긴 우묵한 곳에 끼여 있는 요르단강의 계곡이 과감한 단축법(短縮法)처럼 나타났다가 꿈 같은 원경(遠景) 속으로 사라진다.
“아름답군요! 아름답군요! 매우 아름다워!”하고 예수께서 감상하시며 감탄하신다. 그리고 벌어지는 팔과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그 기묘한 곳들에 강복하시고 껴안으시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저러한 설명을 청하는 사도들에게 대답하시면서, 그들이 갔던 곳들을 가리키시거나 지방들과 방향들이 어디 인지를 가리키신다.
“그러나 저는 요르단강이 보이지 않는데요”하고 바르톨로메오가 말한다.
“너는 그것을 보지 못하지만, 두 산맥 사이의 저 넓은 공간속에 있다, 서쪽에 있는 산맥 바로 뒤에 강이 있다. 베레아와 데카폴리스가 아직 복음전파자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우리는 그리로 해서 내려간다.” 그러나 그때에 예수께서는 소리를 죽인 긴 탄식 때문에 공기에 말을 물어 보시는 것같이 몸을 돌리신다. 그 탄식소리가 예수의 귓전을 울리는데, 그것이 첫 번째가 아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물으시려는 것처럼 관리인을 바라다보신다.
“성에 있는 여자들 중의 한 사람입니다 결혼한지 얼마 안 되는 여자입니다. 지금 아기를 낳으려는 순간입니다. 남편이 기슬레달 초하룻날 죽었기 때문에 첫 아이이자 마지막 아이입니다. 아기가 살 수 있을지 조차도 모르겠습니다. 그 여자는 과부가 된 다음부터 울기만 하고 있으니까요. 이제는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뼈만 앙상합니다. 들으시지요? 울 기운조차도 이제는 없습니다. …물론…열일곱에 과부가 됐으니.…그리고 서로 무척 사랑했었지요. 제 아내와 장모는 그 여자에게 ‘아들에게서 토비아를 다시 만나게 될 걸세’하고 말합니다.그러나 그것은 말뿐이지요.…”
그들은 탑에서 내려와 능보를 한 바퀴 돌며 여전히 그곳과 파노라마를 감상한다. 그런 다음 관리인은 방문객들에게 음료와 과일을 꼭 드리겠다고 한다. 그래서 요새앞쪽에 있는 큰 방으로 들어가니 하인들이 명령받은 것을 가져온다.

신음소리가 더 비통하고 더 가깝게 들린다. 그러니까 관리인은 그 때문에 자기 아내가 선생님에게서 멀리 붙잡혀 있기 때문에 용서를 빈다. 그러나 전의 신음소리보다도 훨씬 더 괴로운 부르짖음이 이어진다. 그래서 과일이나 잔을 입으로 가져가던 손들이 공중에서 멈칫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가보겠습니다”하고 관리인이 말한다. 그리고 나가는데 그동안 귀에 거슬리는 부르짖음과 울음소리가 벙싯 열린문으로 한층 더 크게 들려온다. 관리인이 돌아와서 말한다.
관리인이 돌아와서 말한다. “그 여자의 아이가 나자마자 죽었습니다.…참말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 여자는 남아 있는 힘을 다 들여서 아이를 소생시키려고 해봅니다. …그러나 이젠 아이가 숨을 쉬지 못하고, 까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머리를 흔들면서 가엾은 덧붙인다. “가엾은 도르카!”
“아기를 내게로 가져오시오.
“하지만 죽었습니다, 주님.”
“아기를 있는 그대로 가져오라니까요. 그리고 아기엄마에게 믿음을 가지라고 말하시오.”
관리인이 갔다가 돌아온다.”그 여자가 원치 않습니다. 아무에게도 아기를 주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미친것 같습니다. 저희가 그렇게 하는것은 아기를 빼앗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여자가 나를 보게 그의 방 문지방으로 나를 인도하시오.”
“그렇지만….”
“되는 대로 내버려두시오! 혹 필요하면…나중에 나를 깨끗하게 하겠소.”
그들은 어두운 복도를 통하여 닫힌 문에까지 빨리 간다. 예수께서 친히 문을 여시고, 침대 앞 문지방에 서 계신다. 침대에는 몸이 가느다란 여자가 생명의 표를 보이지 않는 작은 아이를 가슴에 꼭 껴안고 있다.
“도르카 그대에게 평화. 나를 쳐다보고 울지 말아요. 나는 구세주요. 그대의 어린아이를 이리 줘요….”
예수의 목소리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은 첫 번 쳐다볼 때에는 갓난아이를 가슴에 사납게 꼭 껴안고 있던 절망한 여자가 예수를 쳐다보더니, 불안하고 제 정신을 잃은 것 같던 눈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희망이 가득한 빛을 향하여 떠진다. 그 여자는 얇은 배내옷에 싸인 어린것을 관리인의 아내에게 건네준다.…그리고는 손을 내밀고, 커진 눈에는 생명과 믿음이 담긴 채, 눕게 하려고 하는 시어머니의 부탁은 들리지 않는 것처럼 그대로 앉아 있다.
예수께서 반쯤 식은 살과 헝겊 뭉치를 받으셔서, 어린아이의 겨드랑이를 들어 꼿꼿이 세우시고, 작은 머리가 뒤로 젖혀져 있기 때문에 몸을 굽히시고 벙싯 벌어진 아기의 입술에 입을 갖다 대신다. 그리고 꼼짝하지 않는 목구멍으로 세게 입김을 불어 넣으신다.…한동안 입술을 작은 입에 댄 채로 계시다가 입을 떼신다.…새 지저귀는 것 같은 소리가 움직이지 않는 공기 속에서 진동한다.…두 번째 지저귐은 더 세고…세 번째 지저귐… 그러다가 마침내 진짜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며 작은 머리를 움직이려고 하고, 손과 발을 움직인다. 그리고 갓난아이의 개선의 긴 울음 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안 머리카락이 없는 작은 머리와 조그마한 얼굴에 핏기가 돈다.…그리고 엄마의 외침이 그 소리에 화답한다. “내 아이! 내 사랑! 내 토비아의 후예! 내 품에! 엄마품에 내가 행복하게 죽게….” 이렇게 그 여자는 중얼거리다가 그 소리도 입맞춤으로 사라지고,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탁 마음을 놓는 반응으로 사라진다.
“죽는다!”하고 여자들이 부르짖는다.
“아닙니다. 아기 엄마는 당연히 누려야 할 휴식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깨어나거든 아기 이름을 예사이 -토비아라고 지으라고 말해 주시오. 나는 아기 엄마를 정 결의식의 날 성전에서 다시 보겠습니다. 안녕히들 계십시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있기를.” 예수께서는 문을 천천히 도로 닫으시고 몸을 돌려 당신이 계시던 곳으로, 제자들 있는 곳으로 돌아오신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거기 있는데, 모든 것을 보았고 이제는 감탄의 눈으로 예수를 쳐다보는 감격한 한 떼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함께 마당으로 돌아온다. 그들은 멍하게 된 관리인에게 인사를 한다. 그는 끊임없이 되풀이 한다. “분봉왕이 여기 있지 않았던 것을 얼마나 애석하게 생각할까!”일행은 시내로 돌아오기 위하여 비탈을 내려온다.
예수께서는 늙은 베냐민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고 말씀하신다. “우리에게 보여 주신 것에 대해서, 그리고 기적의 원인이 되신데 대해서 할아버지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