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나절 시간이 왜 흘렀는데 기다리지도 않던 베드로가 혼자서 나자렛의 집에 온다. 그는 짐꾼 모양으로 배낭들을 메고 꾸러미들을 들고 있다. 그러나 너무도 행복해서 무게와 피로를 느끼지 못할 지경이다.
문을 열어 주러 가신 성모님께 그는 지극히 행복한 미소를 보내고, 명랑하면서도 존경이 깃든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묻는다. “선생님은 어디 계시고 마륵지암은 어디 있습니까?”
“동굴 위에 있는 비탈에 있는데, 알패오의 집쪽일세. 마륵지암은 올리브들을 따고 있을 거고, 예수는 틀림없이 묵상을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네. 내가 가서 불러오겠네.”
“제가 하겠습니다.”
“그 꾸러미들만이라도 내려놓게 .”
“아닙니다. 아니예요. 이건 아이를 놀래 주려는 선물들입니다. 저는 그애가 눈을 크게 뜨고 걱정스럽게 짐속을 뒤지는 것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귀여운 아이의 기쁨을요.”
베드로는 정원으로 나가, 비탈 아래로 가서 동굴 안에 잘 숨는다. 그리고 목소리를 좀 바꾸어서 외친다. “선생님께 평화” 그리고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마륵지암아 ! …” 하고 부른다.
조용히 공기에 가득 울려 퍼지던 마륵지암의 작은 목소리가 잠잠해진다.…잠시 조용하더니, 계집아이의 목소리 같은 작은 목소리가 묻는다. “선생님, 저를 부른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었어요?”
아마 예수께서는 너무도 생각에 깊이 잠겨 계셨기 때문에 아무 말도 듣지 못하신 것 같으며,그것을 솔직히 인정하신다.
베드로는 다시 “마륵지암아!” 하고 부른다. 그리고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오! 틀림없어요! 아버지예요! 아버지! 어디 계셔요?” 마륵지암은 몸을 기울여 정원을 내려다본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예수께서도 앞으로 나아오시며 바라보신다.…문에서 미소 짓고 계신 성모님이 보이고, 정원 안쪽 화단 근처에 있는 방에서 역시 미소 짓고 있는 요한과 신디카가 보인다.
그러나 마륵지암은 결정을 내리고 비탈에서 동굴 아주 가까이로 뛰어내린다. 그러자 베드로가 그가 땅에 닿기 전에 재빨리 움켜잡는다. 두 사람의 인사는 감동적 이다. 예수님과 성모님과 정원 안쪽에 있는 두 사람은 빙그레 웃으며 그들을 지켜본다. 그러다가 다정스러운 작은 집단에 다가간다.
베드로는 할 수 있는 대로 아이의 포옹에서 벗어나 예수 앞에 몸을 구부리고 다시 인사를 드린다. 그러니까 예수께서 그를 껴안으시고, 동시에 사도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아이도 껴안으신다. 아이는 “어머니는요?”하고 묻는다.
그러나 베드로는 “왜 이렇게 일찍 왔느냐?”하고 물으시는 예수께 대답한다.
“그럼 제가 선생님을 그렇게 오랫동안 뵙지 않고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그리고 … 아! 폴피레아가 ‘마륵지암을 보러 가세요. 이것도 갖다 주고, 저것도 갖다 주세요’ 하고 말하면서 저를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폴피레아는 마치 마륵지암이 도둑놈들 가운데에나 사막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밤에는 일부러 비스켓을 만들러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비스켓을 굽자마자 저를 떠나 보냈습니다 ….”
“오 ! 비스켓 !…”하고 마륵지암이 외친다. 그러나 곧 입을 다문다.
“그래. 비스켓은 이 안에 화덕에 말린 무화과와 올리브와 빨간사과들과 같이 있다. 그리고 어머니는 네 양들의 젖으로 만든 치즈들도 보냈다. 그리고 물에 젖지 않는 옷도 있다. 또 그리고, 또 그리고 … 또 다른 거 뭣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 너 울고 있니? 아니! 왜?”
“나는 이 모든 것보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데리고 왔으면 더 좋았겠어요. 나는 정말 어머니가 좋거든요, 아시겠어요?“
“오! 아뿔사! 그렇지만 누가 그걸 알았어야지?! 네 어머니가 이 말을 들으면 버터처럼 녹아내릴 거다….”
“마륵지암의 말이 맞네. 아내를 데리고 와도 되는 건데 그랬어. 자네 아내는 아주 오래 전부터 아이가 보고 싶었을 거야. 우리 여자들은 자녀에 대해서 그렇다네 ….하고 성모님이 말씀하신다.
“좋습니다.…그러나 멀지 않아 제 아내가 이애를 보게 될 거지요,선생님?”
“그래. 등불 명절 후에 우리가 떠날 때…아니, 그전에라도 … 그래, 네가 등불 명절을 지내고 돌아올 때 같이 오너라. 아이와 며칠 동안 같이 지낸 다음 네 아내와 아이는 함께 베싸이다로 돌아가기로 한다.”
“아이고! 참 좋겠다! 여기 어머니가 두 분 있을 테니까!”하고 아이는 명랑해져서 기뻐한다.
그들은 모두 집안으로 들어가고 베드로는 짐을 내려놓는다. “여기 말린 생선, 소금에 절인 생선, 그리고 신선한 생선이 있습니다. 이것은 선생님의 어머니께 편리할 것입니다. 여선생님이 대단히 좋아하시는 연한치즈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요한을 위한 달걀이 있습니다.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 다행히도 안 깨졌군요. 그리고 포도가 있습니다. 이것은 가나에서 수산나가 준 것입니다. 제가 가나에서 잤거든요. 또 그리고… 아! 그리고 이거! 마륵지암아, 얼마나 금빛깔이 나는지 봐라. 어머니의 머리칼빛깔 같다 ….” 그러면서 끈적거리는 꿀이 가득 찬 단지를 연다.
“그렇지만 왜 이렇게 많은 걸 가져왔나? 희생을 했구먼, 시몬” 하고 성모님이 탁자를 뒤덮은 크고 작은 꾸러미들과 그릇과 항아리들을 보면서 말씀하신다.
“희생을 하다니요? 아닙니다. 저는 고기잡이를 많이 했는데 고기가 잘 잡혔습니다. 생선에 대해서는 그렇구요. 나머지는 집에서 난 것들이라, 돈은 한푼도 들지 않았습니다. 반면 이것들을 가져오는 것은 대단히 기뻤습니다. 또 그리고…등불 명절인데요.…이것이 관습 아닙니까?! 긴 너 꿀맛보지 않니?”
“나는 못해요.” 마륵지암이 정색을 하고 말한다.
“왜? 너 어디 아프냐?”
“아니오. 그렇지만 먹을 수가 없어요.”
“아니, 왜?”
아이는 얼굴이 빨개진다. 그러나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는 예수를 쳐다보고 말을 하지 않는다. 예수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설명하신다. “마륵지암은 어떤 은총을 얻기 위해서 서원을 하나 했다. 이애는 네 주일 동안 꿀을 먹지 못한다.”
“아! 그래요! 그럼 나중에 먹어라.…그래도 단지는 받아라.…아니 보세요! 저는 이애가 그렇게까지 … 그렇게까지 …”
“그렇게까지 아량이 있는 줄은 몰랐단 말이지, 시몬아? 어려서부터 보속을 시작하는 사람은 일생동안 덕행의 길을 쉽게 찾아낼 것이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동안 아이는 작은 단지를 들고 간다. 베드로는 매우 감탄하며 아이가 가는 것을 바라본다. 그리고 묻는다. “열성당원은 여기 없습니까?”
“그 사람은 알패오의 마리아의 집에 갔다. 그러나 곧 올 것이다. 오늘 저녁은 너희 둘이 같이 자거라. 시몬 베드로야, 이리 오너라.” 두 사람은 나가고, 그동안 성모님과 신디카는 여러 꾸러미로 어수선해진 방을 정돈한다.
“선생님 … 저는 선생님과 아이를 보러 왔습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요사이, 특히 귀찮게 구는 저 세 사람이 온 뒤로 많이 생각했기 때문에 오기도 했습니다.…그자들에게는 바다에 물고기가 있는 것보다도 더 많이 거짓말을 했습니다. 지금 그 사람들은 게쎄마니에서 엔도르의 요한을 찾아낼 줄로 생각하고 그리로 가는 중입니다. 그리고 신디카와 또 선생님도 찾아내기를 바라면서 라자로의 집으로 갈 것입니다. 가라지요 뭐! … 그렇지만 곧 돌아올 것이고 또 … 선생님, 그자들은 저 불행한 두 사람 때문에 선생님께 난처한 일을 당하시게 하고자라 합니다 ….”
“나는 벌써 여러 달 전부터 모든 대비책을 마련해 놓았다. 그들이 뒤쫓는 저 두 사람을 찾으러 돌아왔을 때는 팔레스티나의 어느 곳에서도 그들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저 궤들이 보이느냐? 저 사람들의 것이다. 베틀 곁에 개켜 놓은 옷들을 보았느냐? 저 사람들의 것이다. 놀랐느냐?”
“예, 선생님. 그러나 그들을 어디로 보내십니까?”
“안티오키아로.”
베드로는 의미심장한 휘파람을 한번 불고는 묻는다. “그런데 누구네 집으로요? 그리고 저들이 어떻게 거길 갑니까?”
“라자로의 집으로 간다. 그의 아버지가 로마총독으로 다스린 곳에 라자로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집이다. 그리고 바다로 해서 갈 것이다 ….”
“아! 그렇군요! 왜냐하면 만일 요한이 걸어서 가야 한다면…”
“바다로 해서 간다. 나는 이 말을 네게 할 수 있는 것이 기쁘다. 나는 모든 것을 준비하기 위하여 너더러 ‘오너라’ 하고 말하라고 시몬을 보내려고 했었다. 잘 들어라. 등불 명절이 지난 후 2,3일 뒤에 우리는 여기서 떠날 터인데,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않기 위해서 여러 작은 집단으로 떠난다. 우리 일행에는 나와 너, 네 아우, 야고보와 요한, 내 두 사촌, 그리고 요한과 신디카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프톨레마이스로 간다. 거기서 네가 배로 그들을 띠로까지 데리고 가거라. 띠로에서는 집으로 돌아가는 개종자들처럼 안티오키아로 가는 큰 배를 타라. 그리고 돌아와서 악지브로 나를 찾아오너라. 나는 날마다 산꼭대기에 있겠다. 게다가 성령께서 너희를 인도하실 것이다 ….”
“뭐라구요? 선생님은 저희와 같이 가지 않으십니까?”
“나는 너무 주목을 받을 것이다. 나는 요한의 정신을 평안하게 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여기서 밖에 나간 일이 한 번도 없는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너는 어린 아이가 아니다.…그리고 멀지 않아 안티오키아보다도 훨씬 더 멀리 가야 할 것이다. 나는 너를 믿는다. 내가 너를 높이 평가한다는 것을 알겠지?”
“그러면 필립보와 바르톨로메오는요?”
“그들은 우리를 기다리는 동안 복음을 전하면서 요타파트로 우리 마중을 나을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편지를 쓸 터이니 네가 편지를 갖다 주어라.”
“그런데 여기 있는 저 두 사람은 그들의 운명을 알고 있습니까?”
“모른다. 나는 그들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명절을 지내게 하겠다 ….”
“아이고! 불쌍한 사람들! 좀 보십시오, 어떤 사람이 악인들에게 박해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
“입을 더럽히지 말아라, 시몬아.”
“그러겠습니다. 선생님 … 이거 보십시오.…그렇지만 이 궤들을 어떻게 가져갑니까? 그리고 요한을 데리고 가려면요? 그 사람 정말 병이 대단한 것 같은데요.”
“나귀를 한마리 구하자.”
“아닙니다. 작은 마차를 하나 마련하지요.”
“그러나 그 마차는 누가 모느냐?”
“어! 시몬의 유다가 노젓는 걸 배웠으니, 요나의 시몬도 마차 모는 걸 배울 것입니다. 또 그리고 고삐를 잡고 나귀를 모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마차에는 궤와 저 두 사람을 싣고, 저희는 걸어가지요. 예, 예! 정말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데 마차는 누가 우리에게 준다는 거냐? 나는 우리가 떠나는 것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라.”
베드로가 곰곰히 생각한다. 그러더니 결정한다. “선생님, 돈을 가지고 계십니까 ?”
“그렇다. 미사스의 보석으로 생긴 돈이 아직 많이 있다.”
“그러면 모든 일이 쉬워집니다. 제게 돈을 좀 주십시오. 어떤 사람에게 가서 나귀와 마차를 장만하겠습니다. 그리고 … 예, 그렇지요.…나중에 나귀는 어떤 불행한 사람에게 주고, 마차는 … 두고 보지요.…제가 오길 잘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제 아내와 같이 돌아와야 합니까?”
“그래. 좋다.”
“그럼 참 좋을 겁니다. 그러나 불쌍한 저 두 사람! 요한이 저희들과 같이 있지 않게 되는 것이 제 마음에 언짢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사람을 볼 날이 별로 많이 남지 않았었는데 … 하지만 가엾은 사람! 그 사람이 요나처럼 여기서 죽을 수 있었을 텐데 …”
“세상이 그에게 그렇게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은 구속되는 사람을 미워한다.”
“이 때문에 그 사람 마음이 아플 것입니다 ….”
“나는 그를 너무 섭섭해 하지 않고 떠나보낼 이유를 하나 찾아내겠다.”
“어떤 이유입니까?”
“시몬의 유다를 보내는데 소용된 것과 같은 이유이다. 나를 위해서 일한다는 이유.”
“아! … 다만 요한에게는 성덕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다에게는 교만이 있을 뿐입니다.”
“시몬아, 험담하지 말아라.”
“그건 물고기에게 노래를 시키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일입니다. 선생님,
이것은 사실이지. 험구가 아닙니다.…그런데 열성당원이 선생님의 사촌들과 같이 온 것 같군요.가십시다.”
“가자.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라.”
“그 말씀을 제게 하시는 것입니까? 제가 말을 할 때에는 진실을 감추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하고자 할 때는 입을 딱 봉할 줄도 압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자 합니다. 저는 저 자신에게 그렇게 맹세했습니다. 제가 안티오키아에까지 가다니! 세상 끝까지! 오! 저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모든 것이 끝나기 전에는 잠을 자지 못하겠습니다 ….”
그들은 나간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