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신다. 나무를 심은 개울가에 올라가셔서 밭에 퍼져 있는 많은 군중에게 말씀하신다. 밭에는 밀을 베어 그루터기만 남아 있는데 해가 쨍쨍 내리쬐어 황량한 모습을 보인다.
저녁이다. 황혼이 내리깔린다. 그러나 벌써 달이 올라온다. 초여름의 아름답고 맑은 저녁이다. 양떼들이 우리로 돌아오는데, 방울소리가 귀뚜라미나 매미들의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섞인다.
예수께서는 지나가는 양떼들에서 비유를 따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여러분의 아버지는 친절한 목자와 같으십니다. 착한 목자는 어떻게 합니까? 양들을 위해서 독당근과 위험한 풀이 없는 좋은 풀밭을 찾고, 기분좋은 토끼풀과 향기가 있는 풀과 쓰기는 해도 건강에는 좋은 풀상치가 있는 좋은 풀밭을 찾습니다. 착한 목자는 먹을 것과 동시에 시원하고 물맑은 시내가 있고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들이 있는 곳, 풀덤불 가운데 독사들이 없는 곳을 찾습니다. 착한 목자는 잎이 두툼한 풀들이 있는 풀밭에는 흔히 뱀들이 노리고 있고 해로운 풀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풀밭을 찾아내려고 마음을 쓰지 않고, 이슬로 인해서 풀이 깨끗하고 시원해지는 산에 있는 풀밭을 더 좋아하고, 해가 잘 비쳐서 뱀따위가 없는 곳, 평야의 공기처럼 무겁고 건강에 해롭지 않고 바람이 불어서 공기가 좋은 곳을 더 좋아합니다. 착한 목자는 그의 양들을 한 마리 한 마리 살펴봅니다. 그리고 양들이 병들면 치료해 주구 상처를 입으면 처매 줍니다. 너무 아귀아귀 먹어서 병이 날 것 같은 양에게는 소리를 질러 말리고, 너무 축축하거나 햇볕이 너무 쨍쨍한 곳에 오래있어서 병이 들 것 같은 양에게는 다른 곳으로 가라고 말합니다. 만일 어떤 양이 입맛을 잃으면 그 양의 입맛을 되살아나게 할 수 있을 새큼하고 향기가 있는 풀을 찾아 주고, 친한 사람에게 말하듯이 그 양에게 말을 하면서 그 풀을 손바닥에 얹어 줍니다.
하늘에 계신 인자하신 아버지께서도 세상을 방황하는 당신 자녀들에게 이와 같이 하십니다. 아버지의 사랑은 그들을 모으는 막대기이고. 그분의 목소리는 인도자의 역할을 하고, 그분의 목장은 율법이며, 그분의 양의 우리는 하늘입니다.
그러나 양 한 마리가 목자를 떠납니다. 목자는 그 양을 몹시 사랑했었습니다! 그 양은 어리고, 깨끗하고, 4월의 하늘에 떠다니는 가벼운 구름과 같이 순박했습니다. 목자는 자기가 그 양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좋은 일과 그 양에게 받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생각하면서 많은 사랑을 가지고 그 양을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양이 그 목자를 버린 것입니다.
목장 가장자리를 따라 가는 길로 유흑자가 지나갔습니다. 그 사람은 간소한 겉옷을 입지 않고, 여러 가지 빛깔로 된 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는 가죽으로 만든 허리띠를 매지 않았고 도기와 칼을 허리띠에 매달지도 않았습니다. 그렇지 않고 금으로 만든 허리띠를 매었고, 그 허리띠에는 밤꾀꼬리 목소리와 같이 듣기좋은 은방울 소리를 내는 방울들과 황흘한 향유가 들어 있는 작은 병들이 매달려 있습니다. 그 사람은 착한 목자가 그것으로 양들을 모으고 보호하는 머리가 둥근 지팡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착한 목자는 지팡이로 충분치 않으면 도끼나 칼로 양들을 보호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목숨의 위험을 무릅쓰고서도 말입니다. 그러나 지나가는 그 유혹자는 보석들이 번쩍번쩍하는 향로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있는데, 거기에서는 마치 아주 가짜보석의 결정면(結晶面)이 눈부신 것과 같이 정신을 어지럽게 하는 악취이기도 하고 향기이기도 한 연기가 올라옵니다. 유혹자는 노래를 부르고 가면서 어두운 길에 반짝이는 소금을 한줌씩 떨어뜨리며 갑니다….
아흔 아홉 마리 양은 움직이지 않고 유혹자를 바라다봅니다.
그런데 제일 어리고 제일 아끼는 백번째 양이 껑충 뛰어 유혹자의 뒤를 따라 사라집니다. 목자가 그 양을 부르지만 양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양은 바람보다도 빨리 달려 지나간 유혹자를 따라잡으러 가는데 뛰어 갈 때에 칩을 북돋우느라고 그 소금을 맛봅니다. 그 소금은 몸 속으로 스며 들어가 이상하게 흥분시켜 어두운 수풀 속께서 검푸른 물을 찾게 만듭니다. 그리고 유혹자를 따라 수풀 속으로 깊이 들어가고 자꾸 뚫고 들어가서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다가 한 번,두 번,세 번… 넘어집니다. 그리고 한 번, 두 번, 세 번 목에 끈적끈적한 뱀이 감기는 것을 느끼고, 목이 말라서 더러운 물을 마시고, 배가 고파서 메스꺼운 점액이 번들거리는 풀을 물어 뜯습니다.
이 동안 착한 목자는 어떻게 합니까? 충실한 아흔 아홉 마리 양을 안전한곳에 가두고 나서 길을 떠나 잃은 양의 발자국을 찾아낼 때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바람 불어가는 쪽으로 불러 보아도 양이 그에게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그가 양을 향해 가는 것입니다. 목자는 멀리서 양을 봅니다. 양은 취하고 뱀들에게 휘감겨 있는데, 너무 취해서 저를 사랑하는 목자의 얼굴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목자를 비웃습니다. 그러다가 목자가 양을 다시 보았는데 도둑과 같이 남의 집에 들어간 죄를 지은 양, 너무도 죄를 지어서 목자를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는 양입니다.… 그러나 목자는 진저리를 내지 않고… 계속 갑니다. 목자는 양을 찾고 또 찾고 따라가고 못 살게 굽니다. 목자는 길잃은 양의 흔적을 보고 웁니다. 털조각들, 그것은 영혼의 조각과도 같습니다. 피의 흔적도 있습니다. 그것은 갖가지 죄와 더러움이고양의 음탕의 증거입니다. 목자는 계속 가서 결국은 양을 따라잡습니다.
아! 사랑하는 내 양아, 너를 찾아냈구나! 너를 따라잡았구나!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었는지 모른다! 너를 양의 우리로 데려가려고 더럽혀진 네 이마를 숙이지 말아라. 네 죄는 내 마음속에 묻혔다. 너를 사랑하는 나를 내놓고는 아무도 네 죄를 알지 못할 것이다. 남들의 비판에 대해서 내가 너를 보호하겠고, 내 몸으로 너를 가려 비난자들의 돌을 막는 방패가 되겠다. 오너라. 상처를 입었느냐? 오! 네 상처를 보여 다오. 네 상처를 나는 안다. 그러나 네가 깨끗했을 때, 네가 순진한 눈으로 네 목자이고 네 신인 나를 쳐다볼 때에 가졌던 신뢰를 가지고 그 상처들을 내게 보여 주기를 바란다. 그 상처들이 여기 있다. 상처들은 모두 이름이 있다. 아이고! 상처들이 깊기도 하구나! 누가 네 마음 속 깊이 이다지도 깊은 상처를 냈단 말이냐? 유혹자가 그랬다는 것을 나는 안다. 지팡이도 도끼도 가지지 않은 그가 독이 있는 입으로 물어서 더 깊은 상처를 낸다. 그 다음에는 그가 가지고 있는 힐로의 가짜 보석들이 그 광채로 너를 매혹시켰다.… 그런데 그 가짜 보석들은 네 마음을 흥분시키기 위해서 빛에서 모습을 나타내는 지옥의 유황이었다. 얼마나 상처가 많고, 털이 얼마나 찢어져 나갔고, 피가 얼마나 흘렀고, 가시가 얼마나 많이 박혔는지 보아라.
오! 착각을 일으킨 가엾은 작은 영흔아! 하지만 이거 봐라, 만일 내가 너를 용서해 주면 나를 다시 사랑하겠느냐? 말좀 해봐라, 너는 친절한 사랑을 갈망하느냐? 그러면 오너라, 생명으로 다시 돌아오너라. 거룩한 풀밭으로 돌아오너라. 너 우는구나. 네 눈물이 내 눈물과 섞여서 네 죄의 흔적을 씻는다. 그리고 너를 흥분시킨 악으로 네가 기진맥진했기 때문께 나는 가슴을 혜치고 핏줄을 뚫으며 네게 ‘먹어라, 먹고서 살아라!’ 하고 말한다.
내 품에 안게 이리 오너라.그러면 거룩하고 안전한 풀밭에 더 빨리 갈 것이다. 너는 절망의 그 시간을 모두 잊을 것이고, 착한 양들인 네 자매 아흔 아흡 마리는 네가 돌아온 것을 몹시 기뻐할 것이다. 잃었던 양인 네게 말한다마는, 나는 너를 찾으려고 아주 멀리서 왔고, 너를 다시 찾아내서 구해 주었다. 착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우리에서 멀리 떨어진 일이 없는 올바른 아흔 아홉마리 양보다도 길을 잃었다가 돌아온 한 마리 양을 더 환영한다. ”
예수께서는 뒤에 있는 길쪽을 한 번도 돌아다보지 않으셨는데, 그 길로 해서 저녁의 어슴푸레한 빛 속에 막달라의 마리아가 왔다. 마리아는 아직 매우 멋있지만, 적어도 옷을 제대로 입고 짙은 빛깔의 베일을 쓰고 있어서 얼굴 모습과 몸매가 가려진다. 그러나 예수께서 “내 사랑하는 양아, 너를 찾아냈구나” 하고 말씀하실 때 마리아는 손을 베일 속으로 집어넣고 조용히 끝없이 운다. 마리아는 길가께 있는 비탈 저쪽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보지 못한다. 마리아를 보는 것으로는 이제는 높이 올라온 달과 예수의 영뿐이다….
예수께서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해설은 환상 속에 들어 있다. 그러나 거기 대해서 다시 말해 주겠다. 이제는 시간이 되었으니 쉬어라. 충실한 마리아야, 네게 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