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포도알이 굵어져 가고 있는 시렁 밑에서 마리아가 빨리빨리 실을 잣는 것을 본다. 사과들이 나무에서 빨개지기 시작하고 꿀벌들이 벌써 익은 무화과나무 꽃 가까이에서 윙윙거리는 것을 보면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간 모양이다.
  엘리사벳은 완전히 배가 불러서 둔중하게 걷는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을 다정스러운 주의를 가지고 쳐다본다. 마리아 자신도 너무 멀리 떨어진 자락을 주으려고 일어날 때에는 옆구리가 둥글게 되는 것 같고 얼굴 표정이 변한다. 이제까지는 처녀였었는데, 지금은 한 여인이다.
  여자들은 해가 기울기 때문에 집안으로 들어와서 방안에 불을 켠다. 저녁을 기다리는 동안 마리아는 옷감을 짠다.
  “아니 정말 피곤하지 않아요?” 하고 엘리사벳이 베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묻는다.
  “아니예요, 안심 하세요.”
  “나는 이 더위 때문에 지쳐요. 지금까지는 괴롭지 않았는데, 이제는 몸무게가 내 늙은 허리에는 무거워요.”
  “용기를 내세요. 멀지 않아 아기를 낳을텐데요. 그 때는 언니가 얼마나 행복하시겠어요! 나는 언제 엄마가 될지 몰라요. 내 아이! 내 예수! 어떻게 생겼을까요?”
  “마리아처럼 아름다울거요, 마리아.”
  “오! 아니예요! 더 아름다울거예요! 그 애는 하느님이고, 나는 그의 종인걸요. 그게 아니고 내 말은 금발일까 갈색머리일까 하는 거예요. 고요한 하늘 같은 눈일가, 그렇지 않으면 산의 사슴 같은 눈일까? 나는 내 아이가 케루빔 천사와 같이 아름답고, 금빛 머리에. 눈은 별들이 지평선 위에 하늘에 뜨기 시작할 때의 우리 갈릴래아 호수 빛깔을 하고, 입은 작고 석류가 익어서 벌어질 때 그 단면처럼 빨갛고, 뺨은 이 연한 빛깔 장미의 연분홍빛을 하고, 작은 두 손은 백합꽃 꽃받침 속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아름다우며, 두 발은 오무린 손바닥을 채울 정도로 작고 꽃잎보다도 더 맵시있고 매끄럽고 부드러우리라고 마음 속에 그려봐요. 보세요, 나는 내 아이에 대해서 생각하는 모습을 땅이 내게 암시하는 모든 아름다움에서 따와요. 그리고 그 애 목소리도 들려요. 그 애가 울면-내 아기가 배가 고프거나 지쳐서 좀 울거예요. 그리고 그것이 엄마에게는 언제나 몹시 괴로울 것입니다. 아기가 우는 것을 보면 가슴이 메어지지 않을 수가 없을테니까요. 가슴이 메어지고 말고요-그 애의 우는 소리가 금방 태어나서 어미 젖을 찾고 자려고 어미의 따뜻한 털을 찾는 저 어린 양에게서 들려 오는 울음소리 같을 거예요. 그 애의 웃음소리는 내 아이에 열중한 내 마음에 하늘을 가득 채워줄 것이구요. 그 애는 하느님이고, 또 사랑하는 여인으로서의 내 사랑은 내 동정 봉헌에 반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내 아이에게 열중할 수가 있어요. 그 애의 웃음소리는 포근한 제 둥지 안에서 배불리 먹고 만족한 작은 비둘기의 기쁜 구구 소리 같을 거예요. 나는 그 애가 첫 발걸음 떼어놓는 것을 생각합니다‥‥꽃이 핀 풀밭에서 깡충깡충 뛰는 새 같을 거예요. 풀밭은 아기에게 고통을 줄 것은 아무것도 만나지 않게 하려고 온 사랑을 기울여 그의 볼그레한 작은 발을 버티어 주는 엄마의 마을일 것입니다. 내 아이를 나는 얼마나 사랑하겠는지 몰라요! 내 아들! 요셉도 그 애를 사랑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마리아는 그 말을 요셉에게 해야 될거요!”
  마리아는 얼굴이 흐려지며 한숨을 쉰다. “그래도 내가 그이에게 그 말을 해야 할 거예요‥‥그 말을 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그에게 알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말할까요? 요한의 할례에 참석하러 오게 할까요?‥‥”
  “아니예요. 하느님의 아들의 양부라는 그의 행복한 처지를 그에게 알리는 일을 하느님께 맡겨 드렸어요. 하느님께서 그 일을 맡으실 거예요. 성령께서 그날 저녁 이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말하지 말고 그 일을 내게 맡겨라. 내가 네 결백을 증명해 주마’ 하고요. 그러니까 그렇게 하실 거예요. 하느님은 절대로 거짓말을 안하시니까요. 이것은 큰 시련입니다. 그렇지만 영원하신 분의 도움이 있으면 극복될 것입니다. 성령께서 알려 주신 언니를 빼고는. 주님의 종에 대한 그분의 호의를 아무도 제 입을 통해서 알아서는 안돼요.”
  “그 일로 인해서 큰 기쁨을 맛보았을 즈가리야에 대해서 나도 항상 침묵을 지켰어요. 내 남편은 마리아가 자연적으로 임신한 것으로 믿고 있어요.”
  “나도 알아요. 그리고 미리 조심해서 그렇게 되기를 원하기도 했어요. 하느님의 비밀들은 거룩해요. 주님의 천사가 즈가리야에게 내가 하느님에 의해서 임신했다는 것을 알려 주지 않았어요. 하느님께서는 내 안에 당신의 말씀이 강생하실 시기가 임박했다는 것을 아셨기 때문에, 만일 그분이 원하셨으면 천사가 알릴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언니의 늦은 임신을 불가능한 것으로 거부하는 즈가리야에게 이 빛나는 기쁨을 숨기셨어요. 그래서 언니가 보다시피 언니는 내 안에 살아 있는 비밀을 알았는데‥‥즈가리야는 아무것도 알아치리지 못했어요. 하느님의 능력에 대한 즈가리야의 불신의 장막이 걷히지 않는 한 즈가리야는 초자연적 빛이 비치지 않는 곳에서 살 거예요.”
  엘리사벳은 한숨을 쉬며 입을 다문다.
  즈가리야가 들어온다. 그는 두루마리들을 마리아에게 내민다. 저녁식사 전에 기도드리는 시간이다. 마리아가 즈가리야 대신 큰 소리로 기도를 드린다. 그런 다음 식탁에 자리들을 잡는다.
  “마리아가 여길 떠나고 나면, 우리 대신 기도드려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우리는 한탄할 거예요.” 하고 엘리사벳이 말을 못하는 남편을 보면서 말한다.
  “그 때는 즈가리야가 기도를 할 거예요.” 하고 마리아가 말한다.
  즈가리야는 머리를 저으면서 이렇게 쓴다. “나는 절대로 이제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드리지 못할거야. 내가 하느님을 의심한 때부터 나는 자격을 잃고 말았어.”
  “즈가리야, 기도하시게 될 거예요. 하느님이 용서하세요.”
  노인은 눈물을 훔치며 한숨을 쉰다.
  식사 후에 마리아는 다시 베틀로 간다. “그만 해요!” 하고 엘리사벳이 말한다. “마리아는 너무 몸을 피로하게 해요.”
  “언니, 때가 아주 가까왔어요. 나는 언니의 아기에게 다윗 가문의 왕의 앞장을 서 갈 사람에게 어올리는 옷가지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즈가리야는 이렇게 쓴다. “그 왕이 누구에게서 날건가? 그리고 어디에서?”
  마리아가 대답한다. “예언자들이 말한 곳에서 영원하신 분이 택하실 사람에게서 날 것입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이신 우리 주님이 하시는 일은 모두 잘 하시는 일입니다.”
  즈가리야는 이렇게 쓴다. “그러니까 베들레헴에서 날거야 ! 유다에서. 여보, 우리 왕에게 경배하러 갑시다. 마리아도 요셉과 같이 베들레헴에 오도록 해.”
  그러니까 마리아는 베틀에 머리를 숙이며 “오겠어요.” 하고 말한다.
– 이것으로 환상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