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은 싸이가 초심으로 돌아가 만든 노래라고 한다. 그 초심은 뭘까? 2001년 데뷔곡 ‘새’로 주목을 받은 싸이는 ‘새’의 창작 동기가 나이트에서 원나잇 상대를 찾는 데 실패한 후, 새벽에 설렁탕 국물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난 완전히 새됐다’라고 한탄한 경험이라고 했다.

그의 초심은 아마도 원나잇으로 대표되는 클럽문화에 대한 동경인 듯하고, ‘강남스타일’도 그 초심이 발전한 형태로 보인다. 현 가요의 주요 소재 중 하나인 클럽문화를 활용하여, 섹시레이디와 ‘갈 데까지 가볼까’ 하는 원나잇의 소망을 신명나게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용과 가치 중심적 분석이다.

주류 언론은 필자와는 정반대다.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말춤이나 노골적인 가사를 따질 게 아니라, 모두가 즐겁게 따라부르고 춤추는 노래와 춤의 콘셉트와 그런 강남스타일을 은근히 꼬집는 작가정신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노래에 담긴 내용이나 가치보다는, 함께 즐길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댄스음악이 다 그렇듯이, 이 노래도 가사 전달은 잘 안 된다. 외국인에게 ‘오픈 콘돔 스타일’로 들린다는 ‘오빠 강남 스타일’과 ‘섹시레이디’ 라는 반복구, 코믹하게 반복되는 말춤이 ‘강남스타일’의 의미 형성의 핵심 3요소다.

싸이는 자신이 추구하는 여성상을 거침없이 표현한다.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정숙해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여자’, ‘이때다 싶으면 묶었던 머리 푸는 여자’, ‘가렸지만 웬만한 노출보다 야한 여자, 그런 감각적인 여자’.

그 후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로 자신을 소개하고, ‘지금부터 갈 데까지 가보자’며 ‘오빤 강남스타일’ 한다. 그가 추구하는 궁극은 ‘신 나고 뜨거운 일회적 섹스’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 노래를 초등학생까지 열광적으로 즐기고, 패러디물도 쏟아져 나온다. 내용과 가치는 식별하지 않고, 큰 인기로 거대수익을 올렸다는 것 자체를 선으로 추켜세우는 세상이다. ‘강남스타일’ 열풍은 청소년들의 무의식에 ‘인기와 돈이 곧 선’이라는 왜곡된 가치를 각인시킬 것이다.

노래에는 제작자의 가치관이 배어 있다. 자주 즐겨 접하는 내용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을 사람은 없다. 신 나고 재미있고 많은 이들에게 인기 있다고 해서, 가톨릭 신자들까지 무작정 따라 하거나 즐겨도 되는 것은 아니다. 식별 이후의 거룩한 무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이다.

– 이광호(베네딕토·생명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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