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영혼들아!
내 곁으로 와서 번민의 바다 속에 잠겨 있는 나를 보고 나와 함께 이 근처에 있는 세 제자들을 찾아보자.

내가 이 세 사람을 데리고 올라온 이유는 나의 근심을 함께 나누고, 함께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드리며, 이들 곁에서 쉬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이들은 기도는 커녕 잠만 자고 있었다. 잠자고 있는 이들을 보는 순간, 나의 마음은 허탈하여 한숨만 나왔다.

아! 이토록 외로운 결정을 하고 있는데, 나와 가깝다고 믿었던 이 세 사람, 의지하고 싶었던 이 세사람이 잠만 자고 있다니…
이들과 똑같은 영혼들을 지금도 보고 있다. 내가 흔들어도 세상사 깊은 잠에서 깨지 않고 나몰라라 하는 영혼들.

말로는 나와 함께 기도하며 깨어 있겠다고 하면서 실제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는 영혼들을 본다.
“지금은 못하겠습니다. 저는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몹시 피곤합니다. 그것은 제 능력 밖의 일이라서 못합니다. 이제 저는 쉬어야겠습니다.” 같은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나는 이런 영혼들을 따듯한 말로 달래며 설득도 해본다.
“나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가 희생한 만큼, 아니 그 배 이상을 내가 보상해 줄 것이다. 잠시 동안만이라도 나와 함께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드리자. 지금 나는 너희가 꼭 필요하다. 너희가 머뭇거리면 때를 놓치게 된다.”

이렇게 타일러도 보고 애원해 봐도 반응은 마찬가지다.

가련한 영혼들아!
너희들은 나와 함께 단 한 시간도 깨어 있지 못하는구나. 잠시 후에 내가 다시 오겠지만, 역시 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구나.

너희 영혼들이 잠들어 있기 때문에, 내가 은총을 내려주어도 너희들이 받을 수 없어 안타깝다. 너무 오랫동안 은총을 받지 못하면, 너희 영혼들은 허기지고 기진맥진하여 나의 은총을 받을 기력조차도 없어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깊은 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영혼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아느냐?

사랑하는 영혼들아! 잠들어 있는 이런 영혼들에게 위안을 받겠다고 기대하지 마라. 같은 피조물에게서 위로를 찾는 일은 너희들에게 무익할 뿐만 아니라, 더 큰 실망만 얻게 된다.  우리의 기대와 사랑에 응하지 않고 잠만 자는 영혼들은 우리에게 고통만 줄 뿐이다.

나는 다시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와 아버지게 기도드렸다. 아버지께 흠숭의 예를 올리고, 아버지께 도와 달라고 간청하였다.  나는 ‘하느님’ 하지 않고, ‘나의 아버지’라고 부르며 기도드렸다.  너희들도 마음이 괴롭고 암담할 때,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간절히 기도드려라.  너희가 당하고 있는 고통과 두려움을 보여드리고, 너희가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라는 사실을 말씀드려라. 너희 육신이 허약하고 병들어 있다고 말씀드리고, 너희 마음이 세상으로부터 구박받아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는 것도 보여드리고, 너희 영혼이 피땀이 흐를 정도로 기진맥진한 상태에 있음을 세세히 아뢰어라.

굳은 신뢰심으로 성부이신 하느님의 처분만 바라겠다는 마음으로 기도드려라. 그러면 아버지께서 너희의 고통을 위로해주시며, 너희가 맡고 있는 고통받고 있는 영혼들도 위로해주실 것이다.  또한 고통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힘도 함께 주실 것이다.

버림받고 고뇌에 가득 찬 나의 마음은 영혼들의 배은 망덕한 죄악 때문에, 깊은 번민의 늪 속으로 빠져 들어 갔다.  피땀을 흘리고, 얼마 후면 십자가에 매달려 몸속에 피 한 방울도 남김 없이 흘리겠지만 모든 영혼들이 구원받지 못하고 그중에 수많은 영혼들이 나를 모욕하고 무시하다가 멸망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영원히 나를 알지 못하고 이 세상을 살다가 죽을 안타까운 영혼들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모든 영혼들을 위해 피를 흘리겠으며, 나의 모든 수고와 노력을 다하겠노라고 결심하였다. 피를 흘리고 몸을 돌보지 않고 밤낮으로 수고해도 구원받지 못하는 영혼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아버지께서 내리신 고통의 잔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두 마셨다.

사랑하는 영혼들아!
내가 고통의 잔을 다 비운 것은 고통이 다가오면 절대로 뒷걸음질하며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서였다.  고통의 효과를 지금 당장 보지 못하여도 손해라는 생각은 하지 마라. 언제든지 그 고통의 열매를 수확할 날이 있을 것이다.
너희의 짧은 소견과 판단은 접어두고, 하느님의 뜻이 자유롭게 너희 안에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여라.

하느님께서 고통의 잔을 나에게 내리셨을 때, 나는 물러나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나를 미워하고 모략하는 자들이 나를 잡으러 게쎄마니로 오리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내일 계속 해서 너희들에게 깨우쳐주겠다. 언젠가는 내가 너희를 부를 터이니 항상 깨어 준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