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기도가 잘 되지 않는 것은
제 영혼을 다른 무엇들에
빼앗기고 있다는 뜻입니까.
푸른 하늘에서
조용히 자유롭게 떠가는
희디흰 구름들과
바닷가에서
한없이 부드러이 쌓이는 햇살을
저로 하여금 떠올리게 하소서.
그러고는
기도의 문을 열고
하느님 속에 들어가 평화를 빌면서
다시금 생명으로 살아나고 있다는
감격을 얻게 하소서.
주님,
저에게 가장 소중한 하나
사랑이라는 이름의 힘찬 평화를
허락하시어
저의 전체가 순수한 기도 한 줄
“뜻대로 하소서.”로 풀어지게 하소서.
주님,
제 기도의 음성이
조금씩 맑아지게 하소서.
깊은 고독의 그윽한 하늘을
날게 해 달라는 기도
뜨거운 사랑의 덫에
걸리게 해 달라는 기도
영혼에 신비한 빛을
머물게 해 달라는 기도가
저의 투명한 침묵 속에
뿌리를 내리도록 해주소서.
작은 풀잎들에도
여린 바람들에도
아침놀과 저녁놀에도
저의 하루에도
하느님의 숨결이 뛰고 있음을
기도를 통해
충분히 느끼게 하소서.
아멘.
– 김영수님의 ‘기도가 그리운 날에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