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자본이 주도하는 현대 소비사회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적 욕구까지 과도하게 증폭시켜서 상품화했고,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까지도 이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진정한 성교육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문화산업과 거대 미디어가 하고 있는 성(性)에 대한 거짓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성의 본질과 진실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성의 본질은 쾌락이 아니라 생명에 있다. 이것은 종교적 도그마가 아니라, 모든 과학자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명백한 과학적 사실이다. 성과 생명은 자연법적 연결 고리로 결속되어 있고, 이 자체가 모든 생명이 시작되는 창조 질서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방법으로 이 연속을 끊어놓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성에서 어떻게든 생명을 거세하고 쾌락만을 취하려는 태도가 콘돔과 피임약을 만들었고, 학교에서조차 피임법이 자신을 지키는 성교육이라고, 마치 다른 대안이 전혀 없는 것처럼 가르쳐지고 있다. 또 이 피임 교육에 동의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지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들게 해서 반대 의견을 표현하기 어렵게 하는 묘한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

 연예기획사와 방송3사는 매스미디어를 활용하여 청소년들에게 성관계를 하라는 거시적인 성교육을 하고, 학교에서는 피임법이라는 미시적인 성교육만 10년 넘게 반복했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청소년들은 성과 생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성관계는 인간으로서 청소년이 누릴 권리 즉 인권이고, 피임해서 임신만 안 하면 된다.’라는 태도가 청소년들 사이에 이미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다. 이것은 성에 대한 진실도 아니고 정상적 교육도 아니다. 피임 산업과 이들의 후원을 받는 전문가 집단 그리고 언론이 결탁하여 만들어낸 피임 중심의 성교육 프레임일 뿐이다.

 완벽한 피임이란 없다. 대자연 앞에서 인간의 계획은 늘 꼼수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그 꼼수가 거대 미디어를 타고 끊임없이 반복되고 확산되었을 뿐 아니라, 학교 교육을 통해서도 집요하게 전달되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 꼼수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 이것이 매스미디어와 학교 교육을 통한 획일화 과정인데, 거시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간파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참 이상하죠. 배에서 낳는 건데 엉덩이에서 낳으니까.. 처음 봐요. 너도 그렇게 태어났어. 나두요?”

 동생이 태어나는 출산 체험을 가족과 함께 한 8살 소년의 말이다. 이 소년은 이 체험을 함으로써 성과 생명과 사랑 그리고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임을 배운다는 의식조차 없이 배웠다. 이것이 가장 완벽한 형태의 성교육이다.

 그러나 대중문화와 포르노그래피는 성을 오로지 쾌락과만 결합시켜 놓고 생명·부모됨·가족됨 등의 연속체들과는 모두 토막질을 해놓았다. 피임법도 같은 맥락의 분리주의적인 교육이다. 이처럼 생명의 문화와 죽음의 문화는 성과 생명의 연결고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극명하게 갈라진다.

 이 시대의 진정한 성교육은 쾌락중심적 성문화에서 파생된 분리주의적 성교육과 생명중심적 성문화에서 도출된 통합주의적 성교육, 이 양자를 학생들이 충분히 알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 둘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사람 앞에는 생명과 죽음이 있으니 어느 것이나 바라는 대로 받으리라.’(집회서 15:17)라고 말씀하신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교육이다.

인천교구 주보 빛과 소금 2014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