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는 주님이 저기 꽃이 만발한 언덕 위에 꺼져가는 햇빛을 받아 아직 빛나는 베델의 성을 뒤에 남겨 두시고, 기름진 계곡을 향하여 가파른 내리막길로 내려가시는 동안, 주님을 지켜볼 수가 있습니다…. 저 위에 여자 제자들과 어린이들과 보잘것없는 사람들의 사랑을 남겨 두시고,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로, 세상을 향하여, 아랫쪽을 향하여 내려가시는 주님을… 그런데 이곳이 저 꼭대기보다 더 어두운 것은, 다만 여기가 “계곡”이기 때문에, 따라서 빛이 조금 전에 이곳을 떠났기 때문만이 아니라, 특히 저 아래, 세상에는 주님, 당신을 기다리는 계략과 증오와 너무나 많은 악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맨 앞에서 가신다. 지름길로 가시느라고 들어서신 힘들고 고르지 않은 오솔길을 내려가시는데도 위엄 있게 나아가시는 말없는 흰 형태이시다. 내리막길에서 예수의 긴 옷과 넓은 겉옷이 비탈을 스치는데, 벌써 그 발자국 뒤에 끌리는 옷자락이 달린 왕의 겉옷을 입으신 것 같다.
예수 뒤에는 위엄은 덜하지만 역시 말이 없는 사도들이 간다…. 맨 끝으로 약간 떨어져서 유다가 가는데, 그의 침울한 원한 때문에 추해 보인다. 어쩌다 가장 순진한 안드레아와 토마가 얼굴을 돌려 그를 바라보고, 안드레아는 “왜 그렇게 혼자서 뒤에 남아 있나? 어디 아픈가?”하고 묻기까지 한다. 이것은 거칠은 말대꾸를 유발한다. “네 생각이나 해” 하는 말에 안드레아는 깜짝 놀란다. 더구나 그 말대꾸와 곁들여 상스러운 형용사까지 썼기 때문에 더 그러하였다.
베드로는 사도들의 줄의 둘째로, 예수 바로 뒤에 따라가는 알패오의 야고보 뒤에 따라간다. 그리고 산중에서 맞는 매우 고요한 저녁이라, 베드로가 그 말을 들었다. 그는 획 돌아서서 갑자기 뒤로 유다 쪽으로 향하여 간다. 그러다가 걸음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예수께로 달려간다. 그는 예수의 한 팔을 거칠게 붙잡고 흔들면서 괴로워하는 어조로 말한다. “선생님, 전날 저녁 제게 말씀하신대로 틀림없이 된다고 보증하십니까? 희생과 기도는, 그것들이 소용이 없는 것 같을 때에도 절대로 결과가 없지 않단 말씀 말입니다….”
예수께서는 모욕에 즉시 반응을 보이지 않으려 하는 노력 때문에 땀을 흘리는 베드로를, 얼굴이 시뻘개져서 몸을 떨기까지 하고 팔을 하도 꽉 붙잡아서 어쩌면 예수를 아프게 할지도 모르는 베드로를 다정스럽고 서글프고 창백한 얼굴로 바라보시며, 조용하고 서글픈 미소를 지으시며 대답하신다. “그것들이 갚음을 받지 않는 일은 절대로 없다. 그것은 확실하다.”
베드로는 예수를 떠나서 가는데, 제 자리로 가는 것이 아니라, 산비탈의 나무들 사이로 가서 난폭하게 작은 나무들과 어린 초목들을 꺾고 또 져는 것으로 억압된 그의 감정을 만족시킨다. 그 폭력은 다른 곳을 노리는 것이었으나, 여기 초목들에게로 발산되는 것이다.
“아니 자네 월하는 거야? 미쳤나”하고 여러 사람이 묻는다.
베드로는 대답을 하지 않고, 꺾고, 꺾고, 또 꺾는다. 어떻게나 열심히 일하는지 일정량의 나무를 하려고 애쓰는 것 같다. 그의 발 앞에는 송아지라도 잡기에 충분한 나뭇단이 마련되었다. 그는 그 나뭇단을 어렵게 짊어지고 동료들에게로 오기 시작한다. 그가 겉옷을 입고 짐과 배낭을 지고 어려운 오솔길에 있어서 갑갑할 터인데,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그는 멍에를 멘 것처럼 몸을 잔뜩 구부리고 걸어온다….
유다는 그가 오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자넨 꼭 노예 같구먼!”하고 말한다.
베드로는 멍에 아래서 머리를 돌리기가 힘들다. 그리고 그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고, 이를 악물고 나아간다.
“형, 내가 도와줄께”하고 안드레아가 말한다.
“아니다.”
“그렇지만 어린 양 한 마리를 굽는데는 나무가 너무 많은데”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지적한다.
베드로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짐을 잔뜩 지고 걸어가는데, 기진맥진한 것 같다. 그러나 잘 견디어낸다.
마침내 예수께서 내리막길이 거의 끝나는 곳에 있는 어떤 동굴 근처에서 걸음을 멈추시고, 모두가 예수와 같이 멎는다.
“여기 있다가 새벽에 길을 떠나자.” 선생님께서 명령하신다. “저녁 식사 준비를 하여라.”
그 때에 베드로는 짐을 땅에 내려놓고 그 위에 앉는다. 나무가 사방에 있는데, 그렇게 몹시 피로한데 대한 동기는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마실 물을 뜨려고, 어떤 사람은 동굴 바닥을 깨끗이 하고 구을 어린 양을 씻으려고 이리가고 저리가고 하는데, 베드로는 혼자서 선생님 곁에 남아 있는 동안, 서 계신 예수께서는 시몬의 반백이 된 머리에 손을 얹으시고, 그 성실한 머리를 쓰다듬으신다…. 그러자 베드로는 그 손을 잡아 입맞춤 한다. 그는 그 손을 자기 뺨에 갖다 대고, 다시 입맞춤하고 쓰다듬는다…. 흰 손에 물방울이 하나 떨어진다. 그것은 예수의 거칠고 성실한 사도의 땀방울이 아니라, 사랑과 고통의, 노련 끝에 얻은 승리의 조용한 눈물이다. 예수께서는 몸을 숙이시고 그를 껴안으시며 말씀하신다.
“시몬아, 고맙다!”
자, 베드로는 확실히 미남자가 아니다. 그러나 그를 껴안으시고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그의 예수님을 -예수께서만은 그를 이해하셨다. – 쳐다보려고 머리를 뒤로 젖힐 때, 공경과 기쁨이 그를 아름답게 한다….
-이 변모를 끝으로 내게는 환영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