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봄날의 새벽빛이 하늘을 장미 빛으로 물들이고 야산들을 장식 한다. 제자들은 마을 어귀에 모여서 늦게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면서 서로 그것을 기뻐한다.
“우박이 온 다음으로 춥지 않은 건 오늘이 처음이로구먼“하고 마태오가 손을 비비면서 말한다.
“이‘런 날씨가 오게도 됐지 뭐! 지금은 아달 새달인 걸!”하고 안드레아가 외친다.
“좋아! 좋아! 지난 며칠 동안처럼 추운데 산에 가야 했으면 어쨌겠어!…”하고 필립보가 주를 단다.
“그렇지만 그 다음에는 어디로 가지?” 하고 안드레아가 묻는다. “그걸 누가 알아?”…여기서는 세펫이나 메예론으로 가는데, 그다음에는?” 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대답하며, 알패오의 두 아들에게 물으려고 몸을 돌린다. “자네들은 어디로 가는 건지 아나?”
“예수님은 북쪽으로 가시고자 한다고 말씀하셨어. 그 이상은 아무 말씀도 없었어”하고 알패오의 유다가 간결하게 말한다.
“또 한번? 다음 달에는 과월절 순례를 시작해야 하는데….”하고 베드로가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는 듯이 말한다.
“우리가 늦지 않게 도착할 거야”하고 타대오가 대꾸한다.
“그럴 거야. 그렇지만 베싸이다에서 쉬지는 못할 거란 말이야….”
“여자들과 마륵지암을 데리러 틀림없이 베싸이다에는 들를 거야”하고 필립보가 베드로에게 대답한다.
“내가 자네들에게 부탁하는 것은 지긋지긋해 한다거나 무관심하다거나 그밖에 그와 비슷한 태도를 보이지 말라는 거야. 예수님은 매우 슬퍼하고 계셔…어제 저때에 울고 계셨어-우리가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동안에 선생님이 울고 계신 걸 봤어. 우리가 생각하던 것처럼 밖에 옥상에서 기도하고 계시지 않았어. 울고 계셨어”하고 요한이 말한다.
“왜? 자네 여쭈어 봤나?” 하고 모두가 말한다.
“응, 그러나 그저 ‘요한아, 나를 많이 사랑해라’ 하고만 말씀하셨어.”
“아마.…코라진 사람들 때문이겠지.”
열성당원이 오면서 말한다.”선생님이 바르톨로메오와 같이 오시네. 마중 나가세.”
그들은 마중을 나가면서 그들의 회화를 계속한다.
“혹은 유다 때문인지도 몰라. 어제 저택에 둘이서만 남아 있었거든….”하고 마태오가 말한다.
“선생님하고도 같이 있으려고 하지 않았어! 나는 선생님 곁에 기꺼이 있었을 텐데!”하고 요한이 한숨을 쉰다.
“나도 그래!”다른 사람 모두가 말한다.
“그 사람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아.…그 사람은 병이 있거나 마술에 걸렸거나, 미쳤거나, 마귀들렸거나해.…뭔가있어”하고 타대오가 단호하게 말한다.
“그렇지만 정말이지 돌아오는 여행 중에는 그가 모범적이었어. 그는 우리 중의 아무도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처럼 항상 선생님과 선생님의 이익을 옹호했어. 나는 그걸 보고, 그의 말을 들었단 말이야! 그리고 자네들이 내 말을 의심하지 않을 걸로 생각하네”하고 토마가 단정적으로 말한다.
“자낸 우리가 자네 말을 믿지 않는 걸로 생각하나? 토마, 절대로 그렇지 않아! 그리고 유다가 우리들보다 낫다는 게 우린 기뻐. 그렇지만 정말이지 그 사람은 이상하단 말이야. 그런가, 그렇지 않은가?” 하고 안드레아가 묻는다.
“오! 이상한 걸루 말하면 사실이야. 그렇지만 그가 어쩌면 개인적인 일로 고민하는지도 몰라.…어쩌면 또, 기적을 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몰라. 자부심이 좀 있거든. 오! 좋은 목적을 위해서이지! 그러나 그는 몹시 많은 일을 하고 싶어하고, 격찬을 받기를 원하기는 해….”
“흠! 그런지도 모르지! 확실한 것은 선생님이 슬퍼하신다는 거야. 저기 오시는 선생님을 보게. 이제는 우리가 아는 사람 같지 않으셔.
그러나 주님 만세! 만일 선생님을 괴롭히는 사람을 내가 알아내게 되기만 하면.… 그만들 해두게! 내가 그에게 어떻게 할지는 말할 필요도 없어”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나타나엘과 계속 말씀을 하시는 예수께서 그들을 보시고, 미소를 지으시며 걸음을 빨리 하신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있기를. 모두 여기 있느냐?”
“시몬의 유다는 없습니다.…그런데 저는 그 사람이 선생님께 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 사람이 자기로 되어 있던 집에서는 방이 비어있고, 모든 것이 정돈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제게 말했으니까요…”하고 안드레아가 설명한다.
예수께서는 잠깐 동안 이맛살을 찌푸리시고, 머리를 숙이신 채 생각을 집중하신다. 그리고는 말씀하신다. “상관없다. 그래도 떠나자. 마지막집들 사람들에게 우리가 메예론으로 갔다가 지스칼라로 간다고 말해라. 만일 유다가 우리를 찾으면, 그리로 보내라고 하여라. 가자!” 모두가 공중에 폭퐁우가 감돌고 있는 것을 느끼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순종한다. 예수께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몇 걸음 앞서 가시며 바르톨로메오와 말씀을 계속하신다. 그런데 나는 두 분의 대화 속에 힐렐, 야헬, 바락 따위의 위대한 이름들이 나오는 것을 듣고, 정신을 스치고 지나가는 조국의 영광들과, 위대한 석학들에 대한 감탄을 나타내는 대화와 논평을 듣는다. 그리고 바르톨로메오의 입에 떠오르는 유감의 말도 듣는다.…
“오! 현자가 아직 살아 있었더라면! 힐렐은 착했습니다. 그러나 강하기도 했습니다. 그 사람은 정신이 흐려지게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 선생님께 대한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아라, 바르톨로메오야. 그리고 그를 당신 평화 속으로 데려가신데 대해 지극히 높으신 분을 찬미해라. 이렇게 해서 현자의 정신은 내게 대한 그러한 증오의 혼란을 겪지 않았다.”
“주님! 증오만이 아닙니다!…”
“이 사람아, 사랑보다는 미움이 더 많단 말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럴 것이다.”
“슬퍼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선생님을 보호하겠습니다….”
“나를 번민하게 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사람들의 죄를 보는 일이다….”
“죽음은, 안 됩니다!…죽음에 대한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저들이 여기에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입니다.…무서우니까요….”
“미움이 공포보다 더 강할 것이다. 바르톨로메오야, 내가 죽어서 멀리 거룩한 하늘에 가 있을때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라. ‘선생님은 죽음보다도 너희들의 미움 때문에 더 고통을 겪으셨다’ 하고….”
“선생님! 선생님! 그렇게 말씀하지 마십시오! 아무도 선생님을 돌아가시게 할 정도로 미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능력을 가지고 계시니, 언제든지 그것을 막으실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쓸쓸히, 말하자면 피로한 미소를 지으시며, 메예론으로 가는 산골길을 고른 걸음으로 올라가신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아름답고 넓디넓은 파노라마가 펼쳐지며, 협곡으로 지나가는 길에 나타나는 티베리아 호수와 메론 호수를 보지 못하게 가로막는 활 모양으로 된 근처의 산들과, 티베리아 호수 너머 요르단강 건너편 고원, 그리고 멀리 있는 아우란, 트라코니티드, 베레아 지방의 들쑥날쑥한 산맥들까지 바라다 보인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동북동쪽을 가리키시며 말씀하신다. “과월절 후에는 우리가 저기 필립보의 사분령(四分領)에 가야 한다. 그러면 오순절(五旬節)을 지내러 예루살렘에 갈 시간이 빠듯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즉시 그렇게 하시는 것이 선생님께 적합하지 않겠습니까? 요르단강 건너편으로 가서 발원지(發源地) 쪽으로 갔다가.…데카폴리스로 해서 돌아오면….”
예수께서는 정신이 흐려진 사람과 같은 지친 태도로 이마를 손으로 짚으시며 중얼거리신다. “모르겠다, 아직 모르겠다!…바르톨로메오야!…” 그 목소리에는 얼마나 큰 낙담과 얼마나 큰 고통과 얼마나 절실한 호소가 들어 있는가!…
바르톨로메오는 예수의 이 이상하고 일찍이 없었던 어조로 상처를 입은 듯이 몸을 약간 구부리고 사랑으로 숨이 가쁘게 되어 말한다. “선생님, 무슨 일입니까? 늙은 바르톨로메오에게서 무엇을 원하십니까?”
“바르톨로메오야, 아무것도.… 네 기도를 부탁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볼 수 있게.…그러나 바르톨로메오야, 사람들이 우리를 부른다.… 여기서 멎자….”
두 사람들은 수풀 곁에서 걸음을 멈춘다. 오솔길이 구부러진 곳에서 다른 사도들이 무리를 지어 나온다. “선생님, 유다가 숨이 턱이 닿게 뛰어서 저희를 따라옵니다….”
“그럼 그 사람을 기다리자.”
과연 유다가 즉시 뛰어서 나타난다…. “선생님… 늦었습니다.…잠이든 채로 있다가 그만….”
“나는 집에서 자낼 보지 못했는데, 어디에서 잔거야?” 하고 안드레아가 놀라서 묻는다.
유다는 잠시 당황해 있다. 그러나 이내 다시 침착해져서 말한다. “오! 내 속죄가 알려진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구먼! 나는 밤새껏 수풀속에 가서 기도를 드리고, 희생을 드리고 했어.…새벽에 그만 잠에 못 견디어서…나는 몸이 약하거든…그러나 지극히 높으신 주님께서 당신의 불쌍한 봉사자를 불쌍히 여기셨을 거야. 선생님, 그렇지요? 나는 잠이 늦게 깨서 아주 기진맥진했어.”
“사실 자네 얼굴이 완전히 퇴색했네”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지적한다.
유다는 웃는다. “아! 물론이지! 그러나 내 영혼은 더 기뻐하고 있네, 기도는 효과가 있어. 속죄는 마음을 명랑하게 하고, 또 겸손하고 너그럽게 해. 선생님, 이 바보 같은 유다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면서 예수의 발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래라. 일어나거라, 그리고 가자.”
“선생님의 입맞춤으로 제게 평화를 주십시오. 그러면 선생님이 어제의 제 기분나빴던 것을 용서하신다는 표가 될 것입니다. 선생님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가 기도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함께 기도할 수 있었을 텐데….”
유다는 웃으면서 말한다. “아닙니다. 선생님은 지난 밤 저와 함께 기도하실 수가 없었고, 제가 있는 곳에 계실 수가 없었습니다….”
“오! 이것 봐라! 왜? 선생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고,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신 것은 선생님이신데!”하고 베드로가 놀라서 말한다.
모두 웃는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웃지 않으신다. 예수께서는 당신을 껴안고 나서 당신께 도전하듯이 자극적인 깜찍스런 장난끼가 있는 명랑한 눈으로 당신을 쳐다보는 유다를 뚫어지게 들여다보신다. 그는 감히 되풀이해 말한다. “지난밤에 선생님이 저와 같이 계실 수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과연 나는 내 아버지와 내 영의 포옹을 너와같이 살과 피에 지나지 않는 제 삼자와 그리고 네가 있던 곳에서 나눌 수가 없었고 또 장차도 결코 나눌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인간이 관능과 황금과 세상과 사탄에 의해 악취나는 육체라는 것을 잊기 위해서 천사들이 있는 고적한 곳을 좋아한다.”
유다는 이제 눈으로도 웃지 않는다. 그는 정색을 하고 대합한다. “선생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선생님의 영은 진실을 보았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어디로 갑니까?”
“이스라엘의 위인들과 영웅들의 무덤에 경의를 표하러 간다.”
“뭐라구요? 무엇이라구요? 그렇지만 가믈리엘은 선생님을 사랑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은 선생님을 미워하는데요”하고 여러 사람이 말한다.
“상관없다. 나는 구속(救贖)을 기다리는 의인들의 무덤에 인사하는 것이다, 나는 그들의 유골에게 이렇게 말하려고 한다. ‘당신들의 영에게 숨을 쉴 수 있게 해 준 사람이 멀지 않아 하늘나라에 가서 당신들을 낙원에서 영원히 다시 살게 하기 위하여 마지막 날에 그곳에서 내려올 준비를 온전히 갖추고 있을 것입니다’ 하고.”
그들은 걷고 또 걷는다. 그리하여 마침내 메예론 마을에 이른다. 기름진 언덕과 나무가 우거진 산꼭대기 가운데에 자리 잡은 빛과 햇볕이 가득한 아름답고 정돈이 잘 된 고장이다.
“여기서 멎자. 오후에는 여기를 떠나 지스칼라 쪽으로 간다. 위대한 무덤들은 이 비탈들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으면서 영광스러운 잠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