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어떤 집에 계시는데, 거기 있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 야고보와 요한의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제자 외에도 베드로와 안드레아와 열성당원 시몬과 가리옷 사람과 마태오도 있다. 다른 제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야고보와 요한은 행복하다. 그들은 똑같이 좋아하는 꽃 두 송이 중에서 어느 꽃을 택할지 모르는 나비 두 마리 같이 어머니에게서 예수께로, 예수에게서 어머니에게로 왔다갔다 한다. 그리고 마리아 살로메는 흐뭇해서 매번 그들을 쓰다듬는다. 그 동안 예수께서는 미소를 짓고 계시다. 식탁이 어질러져 있는 것을 보니 그들은 식사를 끝낸 모양이다. 그러나 야고보와 요한은 그들의 어머니가 절여서 저장해서 꿀같이 달 것이 틀림없는 백포도를 어떻게 해서든지 예수께 드리게 하려고 한다. 그들이 무엇인들 예수께 드리지 않겠는가?
그러나 살로메는 포도와 애무 이상의 무엇인가를 주고 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예수를 쳐다보고 제베대오를 바라보고 하면서 조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윽고 결심을 한다. 살로메는 등에 식탁을 제대로 앉아계신 선생님께로 가서 그 앞에 무릎을 꿇는다.
“아주머니, 무슨 일입니까?”
“선생님, 선생님은 어머니와 야고보와 유다의 어머니, 그리고 수산나가 선생님을 따라오도록 결정하였습니다. 또 틀림없이 높은 지위에 있는 쿠자의 요안나도 올 겁니다. 이 중에서 한 사람만 와도 선생님을 공경하는 모든 여인들이 다 올 것입니다. 저도 그 중에 끼였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 저를 받아주세요. 사랑으로 선생님을 섬기겠습니다.”
“아주머니는 제베대오를 돌보셔야 하는데요. 이제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으십니까?”
“아이고 그럴리가 있습니까! 남편을 사랑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선생님을 더 사랑합니다. 오! 저는 선생님을 사람으로서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나이가 60이고 결혼한 지가 40년이 되는데, 남편 이외의 다른 남자는 절대로 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늙은 지금에 와서 분별없게 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늙었다고 해서 제가 남편에 대해서 가진 사랑이 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 저는 말을 잘 할 줄 모릅니다. 저는 보잘 것 없는 여자입니다. 저는 그저 아는 대로 말합니다. 이렇습니다. 저는 제 남편을 지금까지의 저를 온전히 바쳐서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선생님의 말씀과 야고보와 요한이 제게 전해준 말씀으로 제 안에 오게 하신 모든 것을 가지고 사랑합니다. 이것은 완전히 다른 무엇입니다. … 그러나 아주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것은 결코 훌륭한 남편의 사랑만큼 아름다운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그보다 훨씬 더 훌륭한 것입니다! … 아이고! 여보, 이 말을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요! 나는 아직도 당신을 나 자신 전체로 사랑해요. 그렇지만 선생님은 나는 아직 마리아이면서 아직 마리아가 아닌, 당신의 아내인 보잘 것 없는 마리아가 아닌 어떤 것을 가지고 사랑해요. … 그보다도 훨씬 더한 것 … 아이고! 나는 그걸 어떻게 말할지 모르겠어요!”
예수께서 자기 남편의 감정을 상하게 하기는 원치 않지만, 자기의 큰 사랑, 새 사랑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 여인을 보고 미소지으신다. 제베대오조차도 아내에게 가까이 가면서 점잖게 웃는다. 그의 아내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번갈아가며 남편과 예수께로 몸을 돌리느라고 뱅뱅 돈다.
“그러나 마리아 아주머니가 집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아세요? 집에 대해 몹시 애착을 가지고 있는데! 아주머니의 비둘기들 … 꽃 … 아주머니가 그렇게도 자랑하는 단 포도가 여는 저 포도나무 … 이 고장에서 제일 유명한 벌통들 … 그리고 또 아주머니가 사랑하는 식구들을 위해 그 많은 아마포와 모직을 짠 저 베틀 … 그리고 손주들? 저 어린 것들 없이 어떻게 사시겠어요?”
“아이고! 그렇지만 주님, 집이니 비둘기니 꽃이니 포도나무니 벌통이니 베틀이니 하는 것들이 제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이 모두가 좋고 소중한 물건이긴 하지만, 선생님과 선생님께 대한 사랑에 비하면 아주 보잘 것 없는 것인걸요! 어린 것들은 … 아이고! 맞습니다! 손주들을 품에 안아서 재우지 못하고 고것들이 저를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은 괴로운 일일 것입니다. … 그렇지만 선생님은 훨씬 더 소중한 분인걸요! 오! 선생님이 말씀하신 그 모든 것보다도 선생님이 훨씬 더 소중하신데! 그런데 이 모든 물건이 한데 합쳐져서, 그리고 제 약함으로 인해서 선생님을 섬기고 따르는 것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되는 일이 있으면, 저는 여인이 그러는 것처럼 울면서 그것들을 내버려두고 미소짓는 영혼으로 선생님을 따르겠습니다. 선생님, 저를 받아주십시오. 요한아, 야고보야, 너희들이 선생님께 말씀드려라. … 여보, 당신도 말씀드려요. 친절을 베풀어 줘요. 모두 와서 나를 도와줘요.”
“좋습니다. 아주머니도 다른 여자들과 같이 오세요. 나는 아주머니에게 지난 일과 현재를 곰곰히 생각하고,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게 되는지 깊이 생각하게 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살로메, 오시오. 아주머니는 내 집안에 들어올 만큼 성숙했습니다.”
“아이고! 성숙이라니요! 저는 갓난 아이보다도 덜 성숙합니다. 그렇지만 이 잘못을 용서해 주시고 제 손을 잡아 주십시오. 선생님이 … 저는 세련되지 못해서 선생님의 어머니와 요안나 앞에서 몹시 부끄러워할 테니까요. 모든 사람 앞에서는 부끄러워할 것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인자하신 분이시고, 모든 것을 이해하시고, 모든 것을 관대하게 보아주시고 모든 것을 용서하시니까 선생님 앞에서는 얼굴을 붉히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