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수가 어머니와 같이 방으로 – 뭐라고 할까? – 나자렛의 식당으로 들어오는 것을 본다.
  예수는 키가 크고, 잘 생기고, 뚱뚱하지는 않지만 튼튼하게 생긴 열 두살 먹은 미소년이다. 그의 체질 때문에 실제보다 더 성숙해 보인다. 키가 꽤 커서 어머니의 어깨에 닿는다. 얼굴은 아직 어린아이 때 예수의 동그랗고 볼그레한 얼굴이다. 이 얼굴은 그 후 청년기와 성년기가 되면서 홀쭉해지고, 빛깔 없는 빛깔, 즉 볼그레한 노랑색이 섞였을까 말까한 어떤 섬세한 설화석고 같은 빛깔을 띠게 될 것이다.
  눈, 눈도 아직 어린아이 눈이다. 크게 뜨고, 착실한 눈길 속에 명랑한 기운이 빛나는 큰 눈이다. 이 다음에는 눈이 그렇게 크게 뜨이지 않을 것이다‥‥눈꺼풀이 눈을 반쯤 덮어 깨끗하고 거룩한 분에게 세상의 너무 큰 타락을 보이지 않게 할 것이다. 다만 기적을 행하실 때에만 크게 떠지고 빛날 것인데, 그 때에는 마귀와 죽음을 내쫓고, 육체와 영혼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지금보다도 한층 더 크게 떠지고 더 빛날 것이다. 그 후부터는 그 눈이 근엄한 눈길 속에 명랑한 빛을 띠지 않게 될 것이다. 죽음과 죄악이 그에게 점점 더 생생하게, 더 가까이 올 것이고, 그와 더불어 사람들의 고의적인 반대로 인하여 그의 희생이 무익하게 될 것임을 체험으로 알게 되는 지식이 그에게 점점 더 뚜렷하게 다가올 것이다. 아주 드물게 있는 기쁨의 순간에 구속된 사람들과 같이, 특히 순수한 인간들과 그중에서도 어린이들과 같이 있을 때에나, 그 분위기로 인하여 인자가 넘치는 거룩한 눈길이 기쁨으로 빛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예수가 어머니와 같이 그의 집에 있으며, 그의 앞에서는 성 요셉이 사랑을 가지고 그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고, 그를 감탄하여 바라보는 사촌들과 그를 쓰다듬어 주는 큰 어머니 알패오의 마리아가 있다‥‥예수는 행복하다. 내 예수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그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예수는 밝은 홍옥색의 보드라운 옷을 입고 있다. 그 옷은 곱고 촘촘한 옷감으로 완전히 짜서 만든 폭신한 옷이다. 목 앞쪽과 길고 넓은 소매 끝과 땅에까지 내려오는 옷의 끝에는 완자 무의가 죽 둘러쳐져 있다. 그 무늬는 수를 놓은 것이 아니고, 옷의 엷은 빨간색 바탕에 더 짙은 빛깔로 짜 넣은 것이다. 옷에서는 잘 만든 새 샌들을 신은 발만이 겨우 드러나 보인다. 그 샌들은 늘 신던 두 가죽 끈을 엇갈리게 한 바닥이 아니다. 옷은 큰동서가 감탄하고 칭찬하는 것으로 보아 엄마가 만든 것인 모양이다. 아름다운 금발은 벌써 예수가 아주 어린아이였을 때보다 더 짙은 빛깔을 띠었고, 곱슬거리는 머리가 귀 아래까지 내려오면서 소용돌이를 이룬 곳에는 구리빛으로 반사한다. 이제는 어릴 적의 짧고 가벼운 곱슬머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아직은 성년기의 어깨까지 내려와 부드러운 원통형으로 될 곱슬거리는 머리채도 아니다. 그러나 머리카락이 이 빛깔과 이 형태로 옮아가는 경향이 있다.
  “자, 우리 아들이예요.” 하고 마리아가 말한다. 그러면서 예수의 왼손을 잡고 있던 오른손을 쳐든다. 마리아는 모든 사람에게 예수를 소개하며 의인의 부성을 확인하는 것 같다. 의인은 미소 짓고 있다. 그러면서 마리아는 덧붙여 말한다.
  “요셉,예루살렘으로 떠나기 전에 이 애에게 축복해 주세요. 인생의 첫걸음인 학교에 가는 데에는 의식에 따른 축복이 필요 없었어요. 그렇지만 성인이 되었다는 선언을 받으려고 성전에 가는 지금은 이 애에게 축복해 주세요. 이 애와 함께 제게도 축복해 주시구요. 당신의 축복은‥‥ (마리아는 흐느낌을 억누른다) 이 애에게 힘을 줄 것이고 제게는 이 애와 좀 더 떨어지는 용기를 줄 것입니다‥‥.”
  “마리아, 예수는 언제나 당신 아들일거요. 형식으로 인해서 우리의 관계가 변하지는 않을 거요. 우리에게 이다지도 소중한 이 아들을 가지고 당신과 다투지 않겠소. 오, 나의 거룩한 아내, 당신만큼 그의 인생을 지도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소.”
  마리아는 몸을 구부리고 요셉의 손을 잡고 입을 맞춘다. 그는 아내이다. 그리고 동반자에 대하여 얼마나 애정과 존경을 많이 가진 아내인가!
  요셉은 이 존경과 사랑의 표시를 의젓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다음에는 마리아가 방금 입 맞춘 손을 들어 그의 아내의 머리에 얹고 말한다.
  “그렇게 하겠소. 복된 여인이여, 당신에게 축복하겠소. 그리고 당신과 같이 예수에게도 축복하겠소. 내 유일한 기쁨, 내 영광, 내 인생의 목적, 오시오.” 요셉은 장엄하다. 똑같이 금발이고 거룩하게 숙인 두 머리 위에 손바닥을 땅 쪽으로 향하게 하여 팔을 펴고 축복의 말을 한다.
  “주께서 그대들을 지키시고 축복하실지어다. 주께서 그대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그대들에게 평화를 주실지어다. 주께서 그대들에게 축복하실지어다.” 그런 다음 이렇게 말한다.
  “시간이 되었소, 떠납시다. 길을 가기에는 유리한 시간이오.”
  마리아는 짙은 암홍색 넓은 담요를 집어서 아들의 몸을 싸 준다. 그렇게 하면서 얼마나 아들을 애무하는지!
  나와서 문을 걸고 길을 떠난다. 다른 순례자들도 같은 방향으로 간다. 읍내 밖에 가서는 여자들이 남자들과 헤어진다. 어린이들은 그들이 원하는 사람과 같이 간다. 예수는 엄마와 같이 남아 있다. 순례자들은 흔히는 성시를 읊으면서 가장 즐거운 봄날이 되어 매우 아름다운 들판을 건너질러 간다. 풀밭과 밀밭과 꽃이 막 피기 시작한 나뭇잎들의 싱그러움. 들을 건너질러 길을 가는 남자들의 성가 소리. 나뭇잎들 사이에서 사랑에 들뜬 새들의 노래. 기슭의 꽃들이 비치는 맑은 개울들. 어미양 곁에서 깡충거리는 어린 양들‥‥ 4월의 가장 아름다운 하늘 아래에는 평화와 기쁨이 감돈다.

-환상은 여기에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