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마리아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지극히 사랑하는 딸아, 나를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게 했던 황홀이 끝나자 내 감각능력은 이 세상의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조금 전부터 내 정배가 되신 하느님의 사랑 속에 파묻혀 있던 내 마음을 장미의 날카로운 가시처럼 찌른 생각은 요셉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 후부터 나는 거룩하고 주의깊은 내 수호자에게 내 사랑을 바쳤었다. 하느님의 뜻이 대사제의 말을 통하여 나를 요셉의 아내가 되기를 원하신 때부터 나는 요셉을 알 수 있었고 그 의인의 거룩함을 평가할 수 있었다. 요셉과 결혼하자 고아라는 외로움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고, 내가 잃었던 성전의 안식처를 슬퍼하지 않게 되었었다. 요셉은 내게 대하여 돌아가신 아버지와 같은 다정스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요셉 곁에서는 대사제 곁에서처럼 안전하다는 느낌을 가졌었다. 망설임이 일절 사라지고, 사라졌을 뿐 아니라 아주 잊혀져서 내 동정녀의 마음에서 그것이 멀리 떠나가 버리기까지 했었다. 나는 요셉에 대하여는 아무런 망설임도 어떤 두려움도 정당화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었다. 요셉에게 맡겨진 내 동정은 엄마의 품에 안겨있는 어린아이보다도 더 평온하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내가 아기를 가졌다는 말을 그에게 한단 말이냐? 나는 그에게 그것을 알릴 말을 찾고 있었다. 찾기가 어려웠다. 나는 하느님의 선물을 가지고 자만하고 싶지 않았고, 또 ‘주님께서 저를 모든 여인들 중에서 사랑하셨어요. 그래서 당신의 종인 저를 당신의 배필로 삼으셨어요.’하고 말하지 않고는 내 임신을 어떻게도 정당화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 내 상태를 숨겨서 그를 속이는 것도 나는 원치 않았다.
  그러나 내가 기도를 드리는 동안, 내 안에 가득 차 계시던 성령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말을 하지 말아라. 네 남편에게 네 무죄를 증명하는 일을 나에게 맡겨라’ 하고. 언제? 어떻게? 나는 그것을 여쭈어보지 않았었다. 나는 꽃이 자신을 날라주는 물에 몸을 맡기듯이 항상 하느님께 나를 맡겨 드렸었다. 영원하신 분은 당신의 도움 없이 나를 내버려두신 적이 절대로 없었다. 그분의 손이 나를 지금까지 부축하시고 보호하시고 인도하셨다. 그분은 지금도 그렇게 하실 것이다.
  내 딸아, 우리의 영원하신 분, 착하신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얼마나 아름답고 용기를 돋구어주는 것이냐! 그분은 우리를 요람과 같은 당신 품에 안으시고 배처럼 우리를 빛나는 선의 포구로 데려다 주시며, 우리 마음을 다시 북돋아주시고 우리를 위로하시고 길러 주신다. 그분은 우리에게 안식과 기쁨을 주시며, 우리에게 빛을 주시고 우리를 인도하신다. 하느님께 대한 신뢰가 전부이고,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신뢰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신다. 즉 당신 자신을 주시는 것이다.
  그날 저녁 나는 피조물로서의 내 신뢰를 완전에까지 끌어올렸다. 이제는 하느님께서 내 안에 계셨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있었다. 나는 처음에는 나라는 보잘 것 없는 피조물, 즉 내가 티 없는 사람이 되었어야 할 만큼 그렇게도 지극히 사랑을 받는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아무것도 아닌 것의 신뢰를 가졌었다. 그러나 이제는 하느님께서, 내 정배, 내 아들이 내 안에 계시기 때문에 숭고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오! 기뻐라! 하느님과 하나가 되다니. 내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완전한 일치로 그분을 사랑하기 위하여, 그분께 ‘제 안에 계신 당신, 당신만이 제가 하는 모든 것을 당신의 하느님으로서의 완전으로 행하십니다’ 하고 말씀드리기 위해서였다.
  만일 하느님께서 ‘말하지 말아라!’ 하고 말씀하지 않으셨더라면, 나는 아마 얼굴을 땅에 파묻고, ‘성령께서 제 안에 들어오셔서 저는 하느님의 씨를 가졌어요’ 하고 요셉에게 말했을 것이고, 요셉은 나를 존경하고 있었고, 또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모든 사람이 그러는 것처럼 그는 다른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하는 말도 믿었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요셉에게 장차 올 고통을 당하지 않게 하려고 그와 같은 찬사를 나 자신에게 하는 것은 싫었겠지만 그 혐오감을 극복하고 그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하느님의 명령을 따랐고, 그 때부터 여러 달 동안 내 마음에 피를 흘리게 하는 첫 번째 상처를 느꼈다.
  공동구속자로서의 내 운명의 첫 번째 고통을. 나는 이와 비슷한 고통의 순간에, 즉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너희를 불리한 견지에서 보게 하는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에 말을 하지 않아야 될 때에 너희들이 해야 할 행동법칙을 너희에게 주기 위하여 그 고통을 바치고 참아 견디었다.
  너희의 평판과 너희들이 집착하는 애정을 지키는 일을 하느님께 맡겨드려라. 거룩한 생활로 하느님의 보호를 받을 자격을 얻어라. 그리고는 안심하고 있어라. 모든 사람이 너희와 대항한다 해도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께서는 너희를 변호하시고 진실이 드러나게 하실 것이다.
  내 딸아, 이제는 쉬어라. 그리고 점점 더 내 딸이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