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내 눈은 가리옷의 유다의 마음을 환히 들여다 보았었다. 아무도 하느님의 지혜가 그의 마음을 깨달을 능력이 없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내 어머니에게도 말씀드린것과 같이 그가 필요하였다. 배반자가 된 것이 그에게는 불행한 일이었으나, 배반자가 필요하기는 했었다. 그는 거짓과 교활로 가득 차 있고 탐욕스럽고 음란하고 도둑질을 잘했지만, 일반 대중보다 더 똑똑하고 학식이 있어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을 줄 알았다. 대담하여, 내가 가는 길이 어려워도 그것을 평탄하게 만들곤 하였다. 그는 특히 두각을 나타내기를 좋아하고 내 곁에서 신임 받는 자리를 이용하기를 즐겼다. 남의 일을 돌보기를 좋아하는 그의 성격은 사랑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고, 다만 그는 너희들이 ‘협잡꾼’이라고 부를만한 그런 사람이었다. 그 때문에 그는 돈주머니를 보관하고 여자들에게 접근할 수가 있었다. 이 두 가지는 그의 인간적인 지위와 더불어 그가 광란적으로 사랑하는 것들이었다.
순결하고 겸손하고 세상 재물에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 여인은 이 뱀과 같은 사람에게 혐오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그에게 혐오를 느꼈다. 나만이, 그리고 아버지와 성령만이 그가 내 곁에 있는 것을 견디기 위하여 내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였는지를 안다. 그러나 이것은 이 다음에 설명해주마.
나는 제관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 율법학자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의 적의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갈기갈기 찢어놓기 위하여 나를 그들의 굴로 몰아넣으려고 애쓰는 교활한 여우들이었다. 그들은 내 피에 굶주렸었다. 그래서 나를 붙잡고, 고발할 무기를 얻고, 나를 없애기 위하여 사방에 함정을 파놓느라 애썼다. 3년 동안 오랜 계략이 있었고, 그 계략은 그들이 내가 죽은 것을 알았을 때에야 비로소 끝이 났다. 그날 밤은 그들이 만족스럽게 잤을 것이다. 그들을 비난하던 자의 목소리가 완전히 잠잠해진 것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아니다, 그 목소리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그 목소리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소리치고 또 소리치며 그들과 비슷한 현대의 사람들을 저주한다. 내 어머니가 그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하셨느냐! 그리고 이 고통을 나는 잊지 않는다.
군중이 변덕스럽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군중은 야수와 같아서 길들이는 사람이 채찍을 들고 있거나 그에게 고기를 주어 허기를 달래거나 하면 길들이는 사람의 손을 핥는다. 그러나 길들이는 사람이 넘어지거나 채찍을 쓸 수 없거나 그를 배불리 먹일 먹이가 떨어졌다거나 하면 그 사람에게 달려들어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진리를 말하고 어질기만 하면, 처음엔 호감을 받지만 그 다음엔 군중에게 미움을 받게 된다. 진리는 비난이고 경고이다. 착함은 채찍을 빼앗겨 버리는 것과 같아서 착하지 못한 사람들이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호산나’를 외친 다음 ‘십자가에 못박으시오’라는 말을 한 것이다. 스승으로서의 내 일생에는 이 두 가지 목소리로 가득 차 있다. 마지막 소리가 ‘십자가에 못박으시오’였다. 호산나는 가수가 높은 음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들이마시는 숨과 같은 것이다. 마리아는 성 금요일 저녁 자기 아들에게 죽음의 외침이 된 모든 거짓 호산나를 그의 마음속에서 다시 들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큰 상처를 받였다. 이것 역시 내가 잊지 않는다.
사도들의 인간성! 얼마나 대단한 인간성이었느냐! 나는 땅에 달라붙은 덩어리들을 하늘을 향하여 들어올리려고 품에 안고 다녔다. 이스가리옷의 유다처럼 자기들을 세상의 어떤 왕의 신하로 생각하지 않던 사도들도, 유다처럼 기회만 있으면 나 대신 옥좌에 오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런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사도들까지도 항상 영광을 갈망하고 있었다. 어느 날인가 내 요한과 그의 형까지도 천상의 일에 있어서 신기루와 같이 너희들을 현혹시키는 영광을 갈망하였다. 그것은 내가 너희에게 가지라고 하는 천국에 대한 거룩한 동경이 아니라, 너희들의 성덕이 알려지기를 바라는 인간적인 욕망이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들에게 너희들 자신 전부를 바쳐야 한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께 드린 약간의 사랑의 댓가로 하늘 나라에서 그분의 오른편 자리를 차지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환전상이나 고리대금업자와 같은 탐욕이다.
아들들아, 아니다, 아니야. 그전에 내가 마신 잔을 전부 마실 줄을 알아야 한다. 전부를, 즉 미움 대신에 준 그의 사랑과, 관능의 유혹에 대항한 그의 순결과, 시련 속에서 가진 그의 용맹과, 하느님과 형제들을 위한 그의 사랑의 희생, 이 모든 것들을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였을 때에도 ‘저희는 무익한 종들입니다’라고 말하며, 내 아버지이시며 너희들의 아버지이신 분이 당신의 인자하심으로 당신 나라에 자리를 하나 마련해 주시기를 기다려야 한다. 관저에서 내 옷을 벗기는 것을 본 것과 같이 자기에게서 인간적인 것을 모두 벗어 버리고 필요불가결한 것만을 보아야 한다. 필요불가결한 것은 생명이라는 하느님의 선물에 대한 존중과 우리가 이 세상에서보다 하늘에서 그들에게 더 유익할 수 있는 형제들에 대한 존경이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어린 양의 피로 깨끗해진 불멸의 옷을 너희에게 입혀 주시도록 맡겨드려야 한다.”
“나는 수난의 예비과정인 고통들을 네게 보였다. 다른 고통들도 보여 주겠다. 비록 그것이 여전히 고통들이기는 하여도 그것을 묵상하는 것이 네 영혼에게는 휴식이 되었다. 이제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평안히 있거라.”